장엄하게 펼쳐진 하늘 아래, 자연의 순리와 세월이 만나 만들어 낸 생명의 흔적.
이것을 어떠한 언어로 입혀낼 수 있을지, 나는 차라리 입을 열지 않는 편을 택하게 되는 때가 종종 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만큼 택하게 되는 것은, 자연의 숨결 속에 되도록 오래, 머물러 보는 것이다. 충분히, 충만하게 나의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언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시간으로 대신해 보려는 시도는, 그것을 충분히 만회해 줄 뿐 아니라 말로는 닿을 수 없는 깊이에까지 나를 데려가 주기도 한다.
고요히 잠겨있는 동안 자연 앞에 선 존재로써, 작으나 그러나 결코 작지 않은, 자연의 순환이라는 그 거대한 창조 질서 속의 한 존재임을 자각하듯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 번의 거름 없이 일정하게도 뛰어온 세월의 맥박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자연의 거대한 숨을 느낄 때.
순간을 대체할 단어를 찾는 대신 그저 그 순간에 온전히 포함되는 쪽을 선택하는 건, 어쩌면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일지도. 창조주의 손길이 닿아 끝도 없이 펼쳐진, 눈 안에 모두를 담을 수조차 없는 자연 앞에서.
그 세계를 내가,
어찌 다 담을 수 있으랴.
종종 침묵이 나은 때는, 그러나. 이때뿐이 아니다.
이것은 아주 가끔.
일 년에 한두 번이나 될까 간헐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눈을 완벽히 사로잡을 정도로 웅장하고 신비로운 것에 대한 반응으로써 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일상적으로 평범해서 신기할 것도 없는, 지리하기까지 한 우리 삶 속 어떤 한순간에 선택해야 할 반응으로써 더 적절할 때가 있다.
사소하고 하찮을 수 있는 일상에서의 침묵이, 때로는 웅장한 세계 앞에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있는 것이다.
내 앞에, 나와는 다른 존재를 볼 때.
그 너무도 '다름'이 때로 화, 분노와 같은 불의 감정으로 번져가기도 하는, 그런 존재를 앞에 두고 있을 때.
속에서 타오르는 불을 대체할 어떠한 단어들로 토해내듯 쏟아내는 대신, 차라리 아무것도 담지 않음으로 스스로 불을 꺼뜨리는 쪽을 선택해 보는 것이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종종.
자연의 신비만큼이나 상대가 얼마나 존엄한 성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잊을 때가 있다.
'나와 같지 않음'에 불길같이 치솟는 노여움을, 한 번도 거름없이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 가차 없이 던지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이때야말로, 자연 앞에서 지켰던 침묵을 다시 한번 꺼내야 할 때임을 생각해 본다.
자연은 너무나 압도적이기에 침묵을 불러내고, 사람은 너무나 다르기에 침묵이 요구된다는 것을.
다르지만 닮은 이 두 침묵은, 결국 내가 다 헤아릴 수 없는 어떤 세계 앞에 머무를 때에 택할 수 있는 태도일 것이다.
심원한 대지와 하늘을 결코 내 언어에 전적으로 담을 수 없듯, 눈앞의 존재 또한 내 가슴을 방망이질하듯 태울지언정, 끝내 내 언어로는 다 헤아릴 수도, 담아낼 수도 없는 장엄한 존재이기에.
자연과 마찬가지로, 사람 역시 그 자체로 경이롭고 감탄해 마지않을 본연의 고유함을 품고 있는 존재이기에.
'서로 다름' 이란 어쩌면 풀 수 없는 신비, 그러면서도 지켜내줘야 할 존중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는지.
그리고 때로 침묵은, 그것을 견지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리라.
오늘 나는,
바람과 비, 물길이 오랜 세월 깎아 만들어온 바위 앞에서 느낀 경이로움과 다르지 않게, 내 삶에 찾아온 나의 사람들을 바라봐 주리라.
익숙한 일상이 되어 신비로울 것도, 경이로울 것도 없이 느껴지는 그 존재들이 사실은 얼마나 경탄스럽도록 존귀하게 지음 받은 존재인지를 떠올려보리라.
나의 생각과 같지 아니하다 하여, 나의 생활과 반대된다 하여, 나의 판단 기준과 관점에 대립된다 하여 함부로 나의 언어에 불을 담아 뿜어내지 않으며.
나와는 다른 그들의 다름에 대해 입을 성문처럼 굳게 닫아놓고, 오히려 나의 마음을 태우고 있을 불길을 고요히 꺼뜨리는 쪽을 택하리라.
섣부른 판단으로 날을 세우기 보다 되도록 오래, 고요히 기다리는 쪽을 택해보리라.
언어로 하지 않는 것을 시간으로 대신해 보려는 시도는, 아마도 그것을 충분히 만회해 줄 뿐 아니라 말로는 닿을 수 없는 깊이에까지 서로를 데려가 줄지도 모른다.
자연 앞에서 지킨 침묵이, 그리해줬듯이.
* [하날빛의 글 정원]
글로 이끈 삶을, 글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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