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고도화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이야기 (III)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스코프 3에 해당하는 카테고리들은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계산하기가 어려운 것들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동일한 내용의 항목이 어떤 기업에게는 스코프 1에 속하지만 어떤 기업에게는 스코프 3에 해당되는 경우가 있으니 배출량이 이중적으로 계산될 염려가 있습니다. 위의 자동차 회사의 경우, 자동차 회사는 다른 철강회사로부터 철강 자재를 구매한 것이니 스코프 3의 카테고리 1에 해당하지만 철강회사 입장에서는 직접 철강을 생산해낸 기업활동을 한 셈이니 스코프 1의 배출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이런 이중 계산을 막기 위해 GHG 프로토콜에서는 가급적이면 상호 배타적으로 인벤토리 산정 항목을 설계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이중 계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반드시 존재합니다. 한 기업의 배출량을 구한다고 할 때 스코프 1, 2, 그리고 3까지를 단순하게 모두 합산하면 됩니다. 그러나 산업 부분별이나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총배출량을 계산하고자 할 때는 가치 사슬 사이의 이중 계산 발생이 필연적이니 어쩔 수 없이 스코프 3 배출을 산정하지 않고 각 기업의 스코프 1과 2의 합산들로만 그 결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GIR)에서 운영하는 국가 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에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는데 이 역시도 스코프 1과 2의 배출량만 산정한 배출량 명세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스코프 3은 보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스코프 3 배출은 정량적으로 계산하기 어렵고, 규제나 보고 의무가 미비한 관계로 그동안 스코프 1과 2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배출 보고 범위인 스코프 1, 2를 통해 배출량이 대체로 정확히 산정되고 있고(특히, 국내의 배출권거래제 및 목표관리제를 따르는 규제 대상 기업 등이 그러합니다), 그에 따라 국가의 배출량 할당과 그에 따른 기업별 자발적 감축 노력과 오프셋 등 감축 목표 이행이 어느 정도 진행된 현시점에서 넷 제로를 위한 남은 다른 방안은 스코프 3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코프 3 배출에 대해서는 산정도, 감축도 그 성과가 매우 미미한 편이고, 구체적인 감축 목표도 내놓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아니, 극소수의 선도적인 기업 외에는 사실상 스코프 3에 대한 관리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스코프 1과 2의 관리만으로는 이제 짤만큼 짜내서 더는 짤 것이 없는 마른 수건을 다시 또 쥐어짜듯 그 한계가 분명하므로, 그다음 단계인 스코프 3으로 온실가스 관리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로 여겨집니다.
이와 함께 이제까지는 비재무적 영역으로 인식되어 온 환경에 대해 기업의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크게 변화한 사실이 눈에 띕니다. 기업들이 눈치(!)를 봐야 할 주요 투자자라 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투자자들에게 투자 결정 여부를 판단할 때 기업의 ESG 성과 지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 파리협정에 따른 감축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힌 기업들에게 스코프 3까지 그 관리 범주를 확장해 장기 전략으로 배출 감축 계획을 세울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기업의 가치 사슬에 해당하는 관계 협력업체에게도 이 권장사항에 준수할 것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 세계 금융권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환경 문제와 기후위기가 이제는 곧, 돈으로 직결되는, 그러니까 재무적인 영역으로 포함하여 반드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아무리 환경이 중하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성과 위주의 경제발전과 무엇보다 돈을 우선시해온 대표적 자본주의자로 대변되는 이들이 설마 이 정도까지 환경에 연연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의문을 가질 분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 한 번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때는 2018년 새해 벽두.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운용 자금의 규모가 무려 9조 달러(약 1경 원)에 이르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5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적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의 연례서한이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에게 쏙쏙 도착합니다.
“블랙록은 앞으로 투자 결정 시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이 내용과 함께 투자한 기업과 관심 기업들에게 ESG 경영 현황과 그들의 중장기 전략에 대해 탐색하고 있으니 ESG 보고를 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ESG 열풍이 불어닥쳤습니다. ESG는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경영을 말합니다. 세계적일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국민연금 다음으로 주요 기업의 대주주로 등극해 있는 블랙록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을 압박하는, 그러니까 한국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큰손’의 금융투자자입니다. 자본시장에서 래리 핑크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을 능가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투자자들이 요구에 맞춰 ESG를 내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래리 핑크 회장의 선언이 기폭제가 되어 탄소 배출량 측정에 관한 국제 민간 협약인 탄소회계금융협회(PCAF, 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 등의 금융권에서도 세계온실가스회계보고기준(2020년 11월)을 발표하며 단계적으로 스코프 3 범주까지 적용해 보고하도록 권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준에서는 보고 대상이 되는 범위와 관련해 모든 대출 차입자에 대해 스코프 1과 2에서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스코프 3의 경우 데이터의 비교 가능성과 신뢰도가 업종별로 큰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PCAF에 가입한 금융회사가 대출 또는 투자하는 대상으로 한 석유·가스·광산 업종은 2021년부터, 운송·건설·건물·소재·제조 업종은 2024년부터, 나머지 업종은 2026년부터 보고해야 하는데요. 이런 단계적 적용 규정에 따라 보고하지 않고 대출을 승인한 금융회사는 PCAF에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편, 수년 전부터 사용하는 전력량을 2050년까지 100%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약속인 RE100이 시작되면서, 스코프 1과 2를 포함해 좀 더 포괄적인 범위의 배출 산정과 함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스코프 3으로 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말입니다. ESG와 함께 보고할 재무 영역으로 성큼 들어온 기업의 환경 리스크에 대한 정량화 문제, PCAF를 위시한 금융업계의 포괄적이고도 중장기적인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한 관심 고조,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그중에서도 파리협정에 의한 국가적 감축목표와 탄소중립에 관한 이슈에 밀접하게 연계되어 스코프 3 배출량 산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등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점점 고도화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이야기 (I) - GHG 프로토콜과 배출 범위 스코프 1, 2
점점 고도화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이야기 (II) -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 스코프 3
점점 고도화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이야기 (III-마지막) - 결국 어려운 스코프 3으로 통하는 이유
Corporate Value Chain (Scope 3)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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