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도순작은도서관
서로 의좋게 지내는 모습을 뜻하는 단어인 ‘오순도순’.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16단지 아파트 내 작은도서관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이 또 있을까? 어른들이 힘을 모아 꾸려가는 공간에 아이들이 오순도순 모여 돌봄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생긴 돌봄 공백과 커져가는 이웃 간의 틈을 땀으로 메우는 오순도순작은도서관을 찾았다.
미사강변도시 16단지 아파트 주민공동시설에 위치한 오순도순작은도서관은 2017년 10월 28일 개관했다. 정감이 느껴지는 ‘오순도순’이라는 이름은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하지만 이 이름은 도서관에서 그치지 않고 미사강변도시 16단지 아파트를 상징하는 말처럼 쓰이고 있다. 단지 내 행사나 중요한 공지마다 ‘오순도순’이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 것이다.
“도서관 개관을 준비하는 데 10개월 정도 걸렸어요. 처음에는 휑하니 공간만 마련되어 있었거든요. 시멘트 벽에 페인트칠하는 것부터 하나하나 직접 채우느라 개관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지금 쓰는 책상들도 입주민 중 한 분이 만들어준 가구에 자원봉사자들이 유약을 발라 완성했어요.”
그렇게 한 땀 한 땀 주민들의 수고로 완성된 오순도순작은도서관. 이후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놀다가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땀을 식히고, 어른들은 자녀를 위해 책을 빌리거나 퇴근길에 잠시 들러 독서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코로나19 상황이 터진 이후론 ‘아이돌봄 독서문화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고 있어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는데, 작년에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1학년 교과 과정을 과목별로 강사를 섭외해 진행했고, 올해는 보드게임과 체험 활동 위주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경기도와 하남시가 함께 지원하는 ‘아이돌봄 독서문화 프로그램’은 가정과 일의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자 지역 내 작은도서관과 연계해 방과 후 초등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으로, 코로나19로 생긴 돌봄 공백을 메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오순도순작은도서관에선 10명의 아이가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오순도순작은도서관은 올해 작은도서관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D등급을 받다가 한 번에 두 단계나 상승한 것. 등급 상향으로 늘어난 지원금으로 올해는 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종숙 관장은 이러한 등급 상향의 비결로 ‘운영위원진’을 꼽았다.
“저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밖에서 하는 공모 사업 지원 등을 주로 담당하고, 도서관 내부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운영위원들이 맡아서 하고 계세요. 기획부터 아이들 모집, 강사 섭외, 진행까지 전부요. 이분들의 열정이 없다면 도서관 운영이 전혀 안 될 거예요.”
다섯 명의 운영위원들은 모두 초창기부터 꾸준히 자원봉사를 해오던 이들로, 2019년 중반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임관장은 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도서관의 역량을 키워나가려던 때 코로나가 터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생태 수업과 미술 수업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좋은 호응을 얻었는데 중단돼서 많이 아쉬워요. 대신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지 내 서비스뿐만 아니라, 근처 초등학교나 고등학교 등과 연계해 지역사회와도 더 폭넓게 교류하고 싶어요.”
그중 하나가 멘토링 프로그램. 오순도순작은도서관이 멘티를 개발하고, 인근 고등학교에선 멘토를 개발해 서로 매칭시키는 멘토링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좋은 프로그램도 편안한 시설도 이용해 주시는 분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도서관을 찾아 주시는 분들이 있어 저희 도서관이 있는 것 같아요.”
임 관장은 도서관을 이용해주는 주민들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