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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남이 Jul 26. 2021

천주교 순교의 역사가 담긴

향토유적 4호, 구산성지

마을을 둘러싼 뒷산이 거북이 형상을 닮았다는 구산마을은 천주교 순교자들의 숨결이 200여 년이 넘도록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특히 한국 순교자 중 한 분인 김성우 안토니오(金星禹, 1795-1841년)를 비롯해 박해 시대에 많은 순교자가 탄생한 유서 깊은 사적지라는 데 의미가 있다.

로마 교황청 지정 세계 성지 순례지

오랫동안 구산마을 일대는 교회를 지키는 천주교도들이 많이 모여 살던 곳으로 한국전쟁 때는 원로 신부들의 피신처로도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 낮에는 곳곳에 무성하게 자란 사람 키보다 더 큰 갈대숲 사이에서 숨죽이고 엎드려 있다가 저녁에 나와 지친 몸을 쉬었다고 한다.

여느 천주교 성지와 달리 그리 넓지 않은 구산성지는 입구부터 매우 독특하다. 대문은 납작한 기와들이 층층이 쌓여 야트막한 동산이나 무덤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그 위에 알알이 꽃이나 십자가 모양을 한 도자기가 박혀 있다. 이 입구를 지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성모자상과 공 모양의 신기한 도자기들이다. 옆에 놓인 안내석에 따르면 성모자상은 구산성당의 초대 주임을 지냈던 故 길홍균(이냐시오) 신부가 꿈속에서 만난 성모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그 오른쪽으로는 순교자 묘역으로 들어가는 안당문이 있는데 이곳에는 9명의 순교자 무덤과 순교 현양비 등이 있다.

구산성지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인하여 영화, 드라마, CF 등에도 자주 등장하고 하남 시민을 비롯해 많은 순례자, 여행자가 찾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1980년 로마 교황청이 세계 순례 성지로 선포하고, 2001년 하남시 향토유적 4호로 지정되며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구산성당, 국가등록문화재 등록 추진

구산성지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구산성당은 명동성당, 약현성당과 함께 한국 천주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근대 건축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경기도 지역을 순방하던 당시 구산마을과 구산공소를 방문했다는 구전이 내려오기도 한다.

구산성당은 벽돌로 쌓은 131.1㎡(약 39평) 규모의 작은 근대 건축물로, 하남시가 개발되기 전 한강변 작은 시골 마을 공동체의 자발적인 모금과 봉사로 소박하게 지어졌다. 특히 1950년대 당시 천주교 건축의 특징과 함께 종교와 지역민 간의 유대감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보존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2016년 미사신도시 개발에 따라 기존 위치에서 200m 떨어진 현재의 장소로 이전됐는데, 벽돌 조적의 건축물을 해체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옮겨 보존한 국내 최초의 사례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편 경기도문화재위원회 제1차 등록문화재 분과 심의에서 구산성당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위한 사전 심의를 통과했다. 국가등록문화재는 경기도문화재위원회의 국가등록문화재 신청 사전심의를 경유하여 문화재청에 제출되면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 후 등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에 따라 시는 경기도 문화재위원회 심의의견 등을 반영해 제출 자료 정비 후 문화재청에 국가등록문화재 등록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산성당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될 경우, 하남시는 ‘미 해병대원 버스비어 기증 태극기(국가등록문화재 제383호)’에 이어 두 번째 국가등록문화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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