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잘생겼다, 아름답다는 것을 넘어 상대가, 대상이 사랑스러울 때 '귀엽다'는 말을 하곤 했다.
어느 날, 한껏 들떠 새 옷을 자랑하는 친구의 모습에 습관처럼 '귀엽다'고 했다. 온 마음을 담아 할 수 있는 가장 짧고 어여쁜 표현이라 생각했는데 친구는 달랐나 보다. 시무룩해진 그녀는 바닥을 보며 웅얼거렸다. "못생긴 애들한테 할 말 없을 때 귀엽다고 한다던데.." 당황해 친구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 퍽 혼란스러웠다. 누군가에게는 이 사랑스런 말이 그렇게 들릴 수 있단 말인가?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서둘러 사전에 '귀엽다'는 단어를 검색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뜻은 내가 느껴온 바와 같았다.
귀엽다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서 사랑스럽다.
예쁘다, 잘생겼다, 멋있다는 말들은 대개 외양을 나타낸다. 그 순간의 호감, 찰나의 황홀함. 눈이 즐거울 때 나는 종종 그러한 표현들을 입에 담곤 했다.
반면 귀엽다는 말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속까지, 가슴을 울릴 만큼 어여쁘다는 표현이다. 뱃속이 따뜻해지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벅참. 계속해서 대상이 보고 싶다는 열망. 어여쁘고 사랑스러워 더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할 때, 나는 귀엽다고 말하곤 한다.
생각해 보면 그러하다. 새 생명의 탄생, 온 힘을 다해 세상 밖으로 나온 어린아이에게 하는 말. 다른 곳에서 태어나 전혀 다른 생각과 신체를 지닌, 그러나 궁극적으로 내 친구, 내 가족이 된 반려동물에게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