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는 메이저라는 이유만으로 좋아함의 지속력을 늘려줄 뿐 아니라 좋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소설을 읽을 때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 감정이 궁금해 곧잘 여러 포탈과 SNS에 검색을 하곤 한다. 사람 취향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대개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함께 좋아했던 사람들이 새로 보는 이야기들은 딱 내 취향인 경우가 많은데, 덕분에 하나의 소설을 검색하다 입맛에 맞는 새로운 소설들을 획득한 경우도 왕왕 있다.
사실 가장 온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소설들은 대개 그런 식으로 알게 된 이야기이다. 계속해서 연관 검색어로 뜨고 흥미로운 연성을 발견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원작인 소설을 보게 되는 수순.
지속적인 접촉이 호감도를 높인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지만 문득문득 내 서재의 경로를 되짚다 보면 웃음이 날 정도다. 광고가 과하게 잘 먹히는 인간이잖아, 나?
그러나 슬프게도 그렇게 사랑하게 된 이야기들이 막을 내리고,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한 인물들이 나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저편으로 떠나고 나면 장성한 아이를 떠나보낸 후의 그것과 같은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뿌듯하고 벅차며 행복하다가도 섭섭하고 아쉬우며 심하게는 속상한 감정에 허덕이다 차츰 다른 것들에 묻혀 잊어간다.
아이와는 다르게 이야기는 그렇게 마음 한켠에 남으나 머릿속에서는 사라지기 일쑤다.
그런데 메이저는 그게 어렵다. 잊을 법하면 각종 SNS에서 새로운 소식을 알리고, 완결 후에도 여전히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 새롭게 유입된 이들이 피워내는 이야기꽃과 애정 어린 연성들은 어디서든 눈에 띈다. 그들의 열기에 힘입어 사그라들어가던 애정은 다시 피어나고, 그럴 힘마저 없을 때도 하다못해 아련한 애틋함을 품게 되고야 만다.
더군다나 메이저 작품은 생일카페, 온리전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근처에서 열릴 경우에는 가끔 참석하게 되기도 한다. 신기한 점은 그곳에 다녀오면 해당 작품을 더 사랑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마음. 사람이 같은 마음을 품기란 퍽 어려운 것인데 심지어는 그 마음이 '애정'이라는 다정함이며, 그 마음이 다시 한 곳을 향한다는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감동이며 전율이다.
흔히 '덕질'이라고 말하는 그것을 통해, 우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 경우가 아니라면 알 길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뜻밖의 친절을 경험하며, 상상하지 못한 새로움을 접하는 것. 그리하여 이후에는 작품이 인물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것을 사랑한 '우리'의 추억을 담게 되어버리는 것.
그게 메이저의 힘이다.
어릴 적 무더위를 해치고 장장 3시간을 기다려 얻은 보잘것없는 컵홀더를 매만지며 새삼 떠올려본다.
나는 이 작품을 사랑했으나 그보다 더 이것을 사랑한 '그날'을 사랑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