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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아기=협업

아기를 키우면서 역할을 재정비하다

by 라나

아기가 태어나고, 우리 부부의 삶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주말 늦오후 소파에서 취하는 달콤한 휴식도, 집 앞에 잠깐이라도 나가서 즐겼던 잠깐의 데이트도, 최신 영화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는데도 보러 가는 건 남 얘기가 되어버리고 모든 스케줄이 아기에게 맞춰졌다. 아기가 태어나면 어느 정도 짐작했던 생활이지만, 늘 하던 취미생활마저 없어지고 아이에게 집중하려다 보니 에너지가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소진되었다. 집안 청소, 세탁, 식사 준비하기, 설거지 하기, 그리고 쓰레기 버리기... 만해도 바빴던 하루 일과에 아기 씻기기, 아기랑 놀기, 아기 분유 먹이기, 아기 재우기 등이 더해지니 2배가 아닌 4배로 더 부지런해야지만 이 모든 걸 하루에 마칠 수 있었다. 더 많은 '일'들이 생기고 나름 서로를 배려한다고 분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서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감정이 상하는 말들이 오고 갔다.

아기가 없었을 때는 당연하게 서로 각자의 자유시간을 가졌었는데 아기가 생기니 서로 번갈아가면서 아기를 보게 되었다. 신랑이 아기를 봐준다기에 간만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하지만 소파에 누워있는 것도, 잠깐 기분전환으로 바람 쐬러 집 앞에 나가는 것도 눈치를 보며 무거운 마음으로 보내는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쉬고 나면 피로가 100% 풀리지 않았다. 지친 상태로 아기랑 놀다 보니 마치 아기가 '짐'이 되어버린 것처럼. 언제 나는 쉬게 될까.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게 되고.. 육아는 '불편한 쉼'과 '고된 육아'의 연속이었다. 아가는 너무 예쁜데. 괜히 아무 죄도 없는 아기 탓을 하게 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미워졌다.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아기를 볼 수 있을까. 적극적으로 아기에게 온전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더욱더 체계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꼭' 자유시간을 가지는 대신, 그 자유 시간에 운동을 하든, 잠을 자든, 놀러 나갔다오 든 상관없이 자유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아기를 볼 땐 불평 없이 '온전히' 아기와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내주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더 이상 못 쉬어서 피곤해! 라던지 이번 주는 좋아하는 운동을 못했어!라는 불평에 대한 핑계거리를 만들지 않게 된다.

서로 아쉬운 말을 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피곤함'이었다. 아기를 보는 게 피곤해지니 아기에게도 선한 영향이 가지 않고, 우리 부부에게 서로 '내가 더 피곤해'라는 마음속 깊은 앙금이 남아, 나도 모르게 '남 탓'하는 말들이 나가게 되는 것이었다.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면, 상대방이 그 기대에 부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나도 그만큼 배려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는 우리 부부가 결혼하면서 다짐했던 'compromise'의 개념을 잊지 않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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