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의 편지 5화 : 환각

by 호원장

그가 허름한 문을 열고 그의 방에 들어섰을 때였다. 그의 등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렇게까지 나를 기다렸나요?”

델스존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여전히 귓가를 맴돌았다. 부드럽지만 차갑고, 달콤하면서도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

“기다렸다는 것이 정말 사실인가요?”

그는 숨을 헐떡이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거울 속에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스칼렛이 서 있었다. 창백한 얼굴, 알 수 없는 미소.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당신의 음악에는 사랑이 없어요.”

델스존은 절규하며 거울을 내리쳤다. 유리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는 그 조각들 속에서 떨며 주저앉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환청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어린 시절의 자신이 그를 비웃는 듯한 목소리, 스칼렛이 조롱하는 듯한 웃음, 그리고 귀족들의 경멸 어린 속삭임.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는 이제 현실과 환상을 구별할 수 없었다. 그의 정신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는 방 안을 서성였다. 무언가가 벽 너머에서 그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작은 눈들이 깜빡거리는 듯했다. 창문을 열었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다.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점점 더 옥죄어 갔다.

“너는 결국 실패했어.”

낮고 조용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번엔 그의 등 뒤가 아니라, 그의 머릿속에서 직접 들려오는 소리였다. 델스존은 눈을 감았다. 손끝이 떨렸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를 조롱하는 또 다른 존재가 떠올랐다.

“너는 음악가가 될 수 없었어.”

그는 귀를 막았다. 그러나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스칼렛의 목소리였다. 아니, 그것은 그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절망이 만들어낸 환영이었다.

“네가 가진 건 무엇이지?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거울 조각들 사이로, 그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았다. 창백한 얼굴, 공허한 눈빛. 그의 어린 자아는 침대에 웅크린 채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나를 기다렸나요?”

델스존은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벽이 그의 등을 막았다. 어린 델스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걸어왔다. 그의 작은 손이 델스존의 뺨을 어루만졌다.

“넌 결국 혼자야.”

그는 숨이 막혔다. 그의 손끝에서 모든 감각이 사라져 갔다. 자신의 음악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아니, 애초에 그는 음악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는 단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사랑을 구걸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의 곡을 듣고 감동하지 않았다.

그는 무너졌다. 손끝이 떨렸다. 그는 더 이상 음악을 들을 수도, 연주할 수도 없었다. 모든 선율이 그의 머릿속에서 증발해버렸다.

“나는 음악가가 아니야.”

그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방 안은 침묵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조차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벽 너머에서 스칼렛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것은 그의 환각이었다. 그 웃음소리는 곧 사라졌지만, 델스존의 머릿속에서는 영원히 울릴 것이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 그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방 안의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유리 조각 사이로 새어 나오는 달빛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델스존은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끝이 점점 감각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다시금 거울 속에서 스칼렛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녀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따뜻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쾌할 정도로 생기 없이 창백했다.

“델스존, 당신은 나를 사랑했나요? 아니면, 당신 자신을 사랑한 건가요?”

그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질문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나는… 나는 너를…”

그러나 그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사라지고, 거울 속 스칼렛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음악이 공허한 이유를 이제 알겠어요.”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거울 속에서, 그녀는 그의 손을 잡으려 하는 듯했다. 하지만 델스존은 뒤로 물러섰다. 그의 등 뒤에서 무언가가 속삭였다.

“그녀는 오지 않았어. 그리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거야.”

그는 소리치고 싶었지만, 입을 열 수 없었다. 그 순간, 스칼렛의 모습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거울이 흔들리는 것처럼, 그녀의 형체가 부드럽게 왜곡되었다.

“너는 결국 나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네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의 목소리가 희미해지는 순간, 델스존은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의 모든 기억,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증발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끝에서 음악이 사라지고 있었다. 선율도, 감각도, 의미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음악가라는 사실조차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곳에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텅 빈, 차가운 유리만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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