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1
공황장애.
그것은 나에게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다가왔다.
마치 오래된 균열처럼. 겉으로는 멀쩡한데, 안에서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끊임없는 도전과 반복되는 실패.
그 끝에 찾아온 좌절과 상실은 내 안에서 썩고 곪아, 결국 독이 되었다.
어디로도 향할 수 없는 분노는 결국 나를 향했고,
나는 그 독을 조용히 마시며 살아갔다.
스무 살 무렵부터 어딘가 정상이 아니라는 감각이 있었다.
정확히 뭐라 말할 수 없었지만, 분명 무언가 하나쯤은 고장 나 있었다.
그래서 불안했고, 지독하게 외로웠다.
돌이켜보면, 내 청춘은 분명 빛났다.
하지만 그 빛은 별빛이 아니라 촛불이었다.
너무 뜨겁게 타올랐고, 너무 빨리 소모되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빨리 꺼졌다.
그리고 나는 스물아홉에 길바닥에 쓰러졌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저 걷고 있었을 뿐인데.
다리에 힘이 빠졌고, 숨이 막혔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늘만 바라봤다.
15분이면 도착할 거리였지만, 한 시간이 걸렸다.
그날 이후, 나는 인정했다.
내가 먼저 망가진 건, 마음보다 몸이었다는 것을.
가슴을 조이는 감각, 설명할 수 없는 불안,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자기부정.
이 모든 건 오래전부터 나와 함께 있었다.
결국 나는 버티지 못했다.
머리가 무너지기 전에, 몸이 먼저 포기한 것이다.
정신과 진단은 단순했다.
공황장애. 그리고 불안장애.
그 단어들이 너무 손쉽게 내 삶을 정의해버려서 괴로웠다.
동시에, 조금은 안도했다.
적어도 나만 이상한 건 아니라는 생각에.
지금의 나는 매일 약을 먹는다.
비상약도 늘 챙긴다.
예감이 오는 날엔 미리 털어 넣는다.
약이 듣지 않을 땐, 스스로를 조이기도 했다.
목을 감싸쥐며, 그 압박 속에서 살아있음을 잠시나마 느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방이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무너지지 않은 척 살아간다.
사실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지만.
가장 무서운 시간은 잠들기 전이다.
공황은 꼭 그 시간에 온다.
몸을 웅크려도, 이불을 덮어도,
세상의 모든 어둠이 내 숨통을 조이는 것 같다.
그때 깨닫는다.
나는 살고 싶어서 약을 먹는 게 아니다.
죽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공포,
가슴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허무,
손끝까지 퍼지는 자괴와 상실.
그 감정들이 내 안의 벽을 조금씩 허문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나는 결국 죽게 되겠지.
천천히, 조용히, 무너지는 방식으로.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무언가에 도전하려 한다.
그게 본능인지, 미련인지,
아니면 그저 오래된 버릇인지 알 수 없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려 든다.
다시 꺼질 줄 알면서도,
한 번 더 촛불을 붙이려 한다.
지금의 나는 두 가지 삶을 오간다.
하나는 꺼져가는 삶,
하나는 끝까지 버티는 삶.
나는 그 경계 위에서,
고장 난 채로,
가끔은 멀쩡한 얼굴로
오늘도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