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2
오늘 하루도 무사히 견뎌낸 당신에게.
삶이 지칠 때가 있다.
무언가를 원망할 겨를도 없이,
그저 눈 뜨는 일조차 무거운 날이 있다.
나는 그런 날들을 오래 겪었다.
빛나던 날도 분명 있었다.
잠깐, 아주 짧게.
그래서 더 잔인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아버렸기에.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그런 반짝임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하루를 버틴다는 건,
사라지고 싶은 마음과 공존하는 일이다.
나도 그랬다.
매일, 나를 버리고 싶었다.
나를 괴롭히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내 자신이었다.
그게 더 끔찍했다.
현실은 조용히 나를 끝으로 밀어붙였다.
거기엔 아무 드라마도 없었다.
그냥, 어느 날,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심해는 바닥이 없었다.
끝도 없고, 숨조차 들리지 않았다.
나는 가라앉았고, 스스로를 놓아버렸다.
거기서 나는 나를 마주했다.
무표정한 눈동자.
감정이 사라진 얼굴.
그 낯선 내가 싫어, 나는 나를 상처내고 또 상처냈다.
조금씩, 천천히 죽어가듯이.
그 시간 속에서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어차피 죽지도 못할 거라면, 하고 싶은 것이라도 하자.’
그래서 나는 쓰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 그냥 써내려갔다.
말이 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렇게 버려진 단어들이 시가 되었고,
시가 되어선 내 감정을 조금씩 비워냈다.
글은 거울이었다.
숨통이었고, 손잡이였다.
혹시 당신도 지금,
하루가 너무 무거워 숨조차 쉬기 어렵다면,
당신 안에 있는 그 조용한 속삭임을 들어보길 바란다.
대부분의 시간, 그 소리는 너무 작아서
우린 들리지 않는 척하며 지나쳐버린다.
하지만 그게 단 하나의 출구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아주 작게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했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가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졌다.
희망은 큰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나 자신에게 고개를 돌릴 수 있는 힘.
그게 전부였다.
나는 여전히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견디는 법을.
쓰러지는 법을.
그리고 다시, 아주 천천히 살아내는 법을.
당신도 지금, 심해를 만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아주 작고 조용한 속삭임이
당신에게 닿을 것이다.
그때, 놓치지 말고 들어주었으면 한다.
어둠 속에서 시작된 당신의 이야기가
세상 어딘가에 닿을 수 있도록.
그리고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은 하루를 견딘 사람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낸 사람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