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에게

현실 6

by 하나시라

잠들지 못하는 밤, 그런 끔찍한 밤을 지새운 적이 있다.

수면제를 먹어도 잠들지 못하는 밤.

그럴 때는 어김없이 마음속 한켠에 잠재워 두었던 공포가 슬며시 깨어나기 시작한다.

어떻게 해도 뿌리칠 수 없는 그러한 공포.

도망갈 수도, 벗어날 수도 없다.

새벽 햇살이 고개를 내밀 때까지 나는 두려움에 떨곤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직까지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세상을 헤매고 있다.

그저 있는 힘껏 글을 쓰며 공포를 달래곤 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잠시일 것이다.


그대들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지새운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를 조금만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이것은 나의 공포에 대한 이야기이자, 나의 솔직한 밤에 대한 기록이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다.

조그마한 스트레스나 예민함이 나를 자극시킨 것일 수도 있다.

어느 날, 나는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하루에 겨우 한 시간 쪽잠을 자고 출근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2주가 지나자, 나의 정신과 몸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으며

감정은 차곡차곡 곪아가고 있었다.

결국 내과에 가서 ‘졸피뎀’이라는 약을 처방받았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졸피뎀은 시차 적응을 위해 단기간만 복용하는 약이라고 했다.


나는 이 졸피뎀을 반으로 나눠 1년을 복용했다.

처음엔 잠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내성이 생겼는지, 자는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2시간, 3시간으로 점점 늘어났다.

물론 졸피뎀의 부작용을 알고 있었기에, 반 알 이상은 절대 먹지 않았다.

다만 11시에 먹던 약이 10시, 9시, 8시로 조금씩 앞당겨지기 시작했다.

어쨌든 잠을 잘 수 있었기에, 나는 수면제에 더욱 의존했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나는 무너졌다.

정신과를 갈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수면제, 그리고 늘어나는 정신과 약.

수면제는 이미 최대치를 복용 중이고, 정신과 약은 이제 한 움큼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당신의 밤을 존경한다.

그리고 당신의 밤이, 나와 같지 않기를 바란다.

이 고독한 밤은,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하기에.


하루쯤 잠들지 못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며칠, 몇 주가 지나가게 된다면

정신과에 가서 꼭 처방을 받기를 바란다.

이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잠들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고백이다.


모든 약이 잘 듣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때로는 반대로, 각성한 것처럼 잠들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씩 무너져가는 것 같았다.


밤은 길다.

그리고 홀로 싸우는 밤은 그 무엇보다 고독하다.

아직까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밤을 지새울 때 공포를 떨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 외에는

이 밤의 공포를 달랠 수 없기에, 나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무언가를 깨닫는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포는

마치 잠들 수 없는 긴 밤을 홀로 견뎌야 하는 상황과

아주 비슷하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자신만의 탈출구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나는 그것을 존중하겠다.

스스로를 상처 내도, 스스로를 버리려 해도

나는 그저 그러한 당신을 존중하겠다.

이것은 그 누구도 완전히 공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싸움이기에.

그래서, 당신이 공포를 이기기 위해 애쓰는 그 자세를

나는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짧고도 간단하다.


공포에 익숙해지고, 그 공포를 부정하지 말고

안고서 나아가야 한다.


그것 말고는, 드라마에 나올 법한 달콤한 방법은 없다.

이것이 현실이기에.

그렇기에 당신의 공포를 두려워하지 말라.

그대로 받아들이고 밤을 지새우고,

그 긴 밤을 홀로 견뎌내야만 한다.


홀로 잠들지 못하는 그대여,

나와 함께 이 공포 같은 긴 밤을 지새우지 않겠는가?


결국엔, 햇살이 그대를 반겨줄 것이다.

그리고 그 햇살이, 그대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당신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받아들이든, 무시하든,

이 긴 밤은 존재하기에

나는 당신의 어둠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대여. 긴 밤의 별이 되리라.

빛나고 부서져도, 그대는 빛나는 별이다.

그것을 마음속에서 잃지 않는다면

이 긴 밤은 언젠가 그대를 살며시 안아줄지도 모른다.


나의 밤, 그리고 당신의 밤

모든 것을 완전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당신의 고독한 밤을 응원한다.

당신의 공포를, 존중한다.


무너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내일’을 바라보았기에

그대가 다시 빛날 수 있는 법.

그것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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