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 머무는 법

현실 9

by 하나시라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나 나는 그 하루 안에 제대로 머문 적이 드물다.


눈을 뜨면 어느새 해는 저물고,

하루가 스며든 기억은 흐릿하다.

무언가 했던 것 같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내 마음속에는 그림자처럼 어른거린다.


몸은 이 자리에 있지만,

마음은 늘 어디론가 떠나 있다.

과거의 무거운 기억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속에

나는 늘 지금 이 순간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아서,

붙잡으려 애쓸수록 더 쉽게 흘러간다.

시작하려는 의지도, 작은 한 걸음도,

그 무게 앞에 무력해졌다.


나는 살아있었지만,

살아 있다는 감각은 없었다.


머릿속은 항상 소란했고,

후회와 걱정, 무기력함이

계속해서 나를 잠식했다.


그럼에도 겉으로는 괜찮은 척,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살아가야 했다.

그게 내가 ‘지금’을 사는 방식이었다.


‘지금, 여기에 머무는 법.’

그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우리는 늘 ‘다음’을 꿈꾸며

오늘을 미뤘다.

“곧 괜찮아질 거야.”

“이 시기가 지나면 나아질 거야.”

그런 위로를 믿으며

불편한 ‘지금’을 피해왔다.


하지만 그렇게 미뤄둔 오늘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되었다.


나는 이제 더는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불완전하고, 지쳐 있고,

때로는 무너지는 나를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진짜 살아 있다는 증거임을 안다.


그리하여 나는 작은 감각들에 집중한다.


차가운 바닥에 닿는 발끝,

창문 너머 스며드는 오후 햇살,

숨소리와 심장의 고동,

그리고 침묵의 무게를 느낀다.


그 순간순간들이

나를 ‘지금 여기’로 데려다준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법’을 배운다는 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그저

흩어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오늘을 견뎌내기 위한

조용한 저항이자

스스로를 붙드는 작은 힘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머무는 것.


그게 지금 내가 배우는 삶의 방식이다.


하루가 끝날 무렵,

나는 조용히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오늘,

지금 이곳에 머물렀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아주 작은 찰나일 수도 있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던 몇 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아주 작은 흔적들이

내 삶의 자취가 되고

나는 오늘도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지금, 여기에 머무는 법’은

어떤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일,

외로움과 공허와 불안을

그대로 껴안는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는 살아갈 이유를 가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하루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


언젠가 이 고요한 순간들이

내게 다시 빛이 되어 돌아오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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