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속성
[유혹 그리고 침묵 / 한유경]
칠흑 속에 명주천 갉아먹는 사그락 소리.
숱한 이야기, 훔쳐들은 문풍지에 걸리고
한지 깐 낯짝 숨소리만 할딱인다
축축 늘어진 보릿자루는 색깔조차 숨긴 채
빛바랜 사진 한 장으로 내 젊은 청춘을 대신한다
기울어진 달빛 조각 사이로 흘러내린 눈물자국
지구의 한 모퉁이를 돌아
낯선 지붕 아래 흐느끼는 소리로만 남았다
오고 가는 발걸음 훔쳐보는 늙은 고양이
흠칫 놀랜 검은 낯빛에 슬픔을 위장한 비웃음
옆구리 찔러 얻어낸 구찌 스카프의 헛웃음소리
공간과 시간을 통과한다
날이 세고 멀쩡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새벽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