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달을 보며

토성의 띠

by 고매헌 한유경
500년 된 왕바들의 아픔


아포가토 / 한유경

– 한 생을 앞에 두고



하얀 언덕 위에 어둠이 흘렀다
초콜릿 한 줄기
토성의 중앙을 가로질러 빙빙 돌며
차가운 달을 감싼다


그 조용한 회전 속엔
녹지 않는 시간의 무늬
키스로 사랑의 표징이 잉태되고
쓴맛 위로 번지는 아포가토의 달콤함이
서서히, 천천히, 자궁으로 스며든다


창밖 보름달이 나를 포근히 감싸고
열 달을 품은 몸속엔
작은 별 하나가 숨을 고른다


세상에서 가장 둥근 것, 그것은 사랑의 완성


토성은 태동처럼 흔들리고
만월은 산처럼 숨을 고른다


지금,


달과 토성 사이에서
한 생을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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