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띠
아포가토 / 한유경
– 한 생을 앞에 두고
하얀 언덕 위에 어둠이 흘렀다
초콜릿 한 줄기
토성의 중앙을 가로질러 빙빙 돌며
차가운 달을 감싼다
그 조용한 회전 속엔
녹지 않는 시간의 무늬
키스로 사랑의 표징이 잉태되고
쓴맛 위로 번지는 아포가토의 달콤함이
서서히, 천천히, 자궁으로 스며든다
창밖 보름달이 나를 포근히 감싸고
열 달을 품은 몸속엔
작은 별 하나가 숨을 고른다
세상에서 가장 둥근 것, 그것은 사랑의 완성
토성은 태동처럼 흔들리고
만월은 산처럼 숨을 고른다
지금,
달과 토성 사이에서
한 생을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