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산책

by 고매헌 한유경

[산책 /한유경]
햇볕 좋은 날
건물 사이사이를 들여다보면
말 못 할 사연들이 녹아 있다
잘 깎인 잔디밭에 무심히 내려앉은 낙엽들이
긴 겨울의 친구가 되었다
마시지 말라는 커피 향이 코 끝을 간지럽히고
멀리서 날아오는 공기 속에도 락스 냄새가 숨어있다
고개 돌린 아내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머문다
두 눈이 응시한 곳은
날아오르는 새의 깃털
말 대신
숨이 먼저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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