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외모는 거들 뿐, 목소리 하나로 시대를 뚫고 지나간 진짜 록커들
지난주의 주인공이었던 머틀리 크루의 이야기, 다들 기억하시나요? 화려한 글램 메탈의 전성기를 보며 부러워하던 분들도 계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지금처럼 풍요롭지 못했던 20세기의 대한민국에도 그들 못지않게 근사하고 멋진 록커들이 참 많이 등장했었죠.
이분들을 단순히 '얼굴 잘생긴 가수'라고만 부르기엔 참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 수려한 외모 뒤에 감춰져 있던 음악적 고집과 뜨거운 록 스피릿은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너무나 깊고 단단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늘,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던 이 멋진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 보려 합니다.
우리가 그저 '옛날 추억'이라 부르며 박제해 두기엔,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뿜어냈던 그들의 야성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이제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고 다시 봐도 여전히 가슴 뛰는 대한민국 '진짜 록커'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출처:again 가요톱 10)
첫 번째 페이지를 장식할 주인공은 바로 김성면 씨입니다. 사실 그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야성'이라는 단어보다는 맑고 선한 미소년의 이미지가 먼저 다가오죠. 90년대 초반, '사랑과 우정 사이'를 부르던 그 깨끗한 미소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K2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다시 나왔을 때, 우리는 기분 좋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한 그 미성 속에, 어찌 그런 서슬 퍼런 샤우팅과 거친 록의 에너지를 숨겨두고 있었냐는 사실 때문이죠.
특히 1997년에 발표된 <재회>는 그런 그의 매력이 정점에 달한 곡입니다. 도입부에서 조용히 읊조리는 그 깨끗한 목소리에 마음을 놓았다가도, 후반부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고음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가슴이 먹먹해지는데요.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넘어, 자신의 영혼을 깎아 록의 정수를 보여주려 했던 그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출처: again 가요톱 10)
다음으로 만나볼 주인공은 청바지가 유난히 잘 어울렸던 록커, 김정민 씨입니다. 당시 그의 등장은 참 강렬했는데요. 조각 같은 이목구비에 반항기 서린 눈빛을 한 그가 입을 떼는 순간, 예상치 못한 거칠고 묵직한 허스키 보이스가 터져 나왔을 때의 그 전율을 아직 기억합니다.
사실 이 곡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언어의 마술사, 박주연 작사가 님이죠.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에서 보여준 그 가슴 시린 일상의 언어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박주연씨는 이 곡에서도 남다른 센스로 절절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듣는이를 사로잡았죠.
훤칠한 미남 록커가 처절하게 부르짖는 '슬픈 언약식'이라니... 그 시절 우리는 그가 내뱉는 허스키한 절규 속에서,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남자의 순정을 보았습니다. 단순히 멋 부리는 가수가 아니라, 가사 한 줄 한 줄에 생명을 불어넣을 줄 아는 진짜 록커의 탄생이었죠.
(출처: again 가요톱 10)
이제 영원한 테리우스 신성우 씨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사실 그의 외모는 당시 기준으로나 지금 기준으로나 참 비현실적입니다. 빚은듯한 이목구비는 물론이고, 무대를 압도하는 그 시원시원한 기럭지를 보고 있으면 '신은 불공평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곤 했죠.
하지만 그 비현실적인 외모보다 더 가슴을 울렸던 건, 그가 내뱉는 굵직하고 탄탄한 목소리였습니다. 90년대 모든 남학생의 노래방 애창곡이었던 <서시>를 기억하실 텐데요. 그 당시 남학생들의 노래방 선곡 0순위였고, 아마도 그 시절을 기억하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서시>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이 완벽해 보이는 명곡 <서시>에도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못내 아쉬운 뒷이야기가 따라다니곤 합니다. 곡의 전반적인 코드 진행이나 드라마틱한 전개가 당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키드 로우(Skid Row)의 <I Remember You>를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지요. 세바스찬 바흐의 그 서슬 퍼런 감성을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서시>의 익숙한 선율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의아한 지점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신성우라는 아티스트가 그 곡에 불어넣은 '한국적인 정서'와 테리우스 같은 아우라는 부정할 수 없는 그만의 것이었습니다. 지금껏 록이란 장르에서 처음 목격하는 조각미남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던 모습은, 그 시절 우리 청춘들이 기대고 싶었던 가장 근사한 록의 초상이었으니까요.
(출처: k-rock world)
임재범. 그 이름 세 글자면 충분합니다.
그의 음악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온몸으로 체험해야 하는 영역이죠. 수많은 명곡이 있지만, 저는 오늘 <Dancing All Alone>을 꺼내 봅니다.
거칠게 할퀴고 지나가는 허스키한 음색, 그리고 그 이면에 깊게 파인 고독의 골. 그가 뱉어내는 한마디 한마디는 노래를 넘어선 하나의 절규이자, 척박한 시대를 버텨낸 야성의 증명입니다.
그저 눈을 감고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록의 거인이 토해내는 그 압도적인 슬픔의 무게를 말이죠.
(출처: again 가요톱 10)
처음에 저는 최민수 씨의 곡으로 <이제 다시>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곡,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의 멋드러진 꽃미남 외모와 그 이면에 자리한 단단한 음악성이 어떻게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는지, 여러분이 직접 보고 느껴보셔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헤비메탈 밴드 크라티아 출신으로 록커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생긴 보컬리스트가 무대를 휘어잡았고, 남자들의 세계인줄만 알았던 헤비메탈 장르에 소녀팬들이 유입되는 흔치 않은 사례가 되었죠. 그렇다고 음악성이 빠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듣는것과 달리 그의 노래는 굉장히 음역대가 넓어서, 쉽게 따라하기 힘든 영역이었거든요.
거친 헤비메탈을 부르짖던 보컬리스트가 이토록 곱고 맑은 얼굴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넬 때, 그 이질적인 아름다움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이런 수준 높은 비주얼과 음악적 야성이 공존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20세기 대한민국 록커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와 함께 돌아본 1부의 주인공들, 어떠셨나요? 좁은 세상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야성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던 그들의 모습에 저 역시 다시금 가슴이 뜨거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음 주에는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려 하는데요. 거친 야성 뒤에 숨겨진 차갑고도 예리한 지성, 그리고 절제된 카리스마로 우리를 흠뻑 빠지게 했던 또 다른 다섯 명의 록커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성을 넘어 '지적인 카리스마'로 우리를 전율케 했던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20세기 대한민국 록의 또 다른 정점을 보여줄 2부의 라인업도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 저녁 일곱 시에 더 깊고 진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