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퇴사하고 여행 갑니다
by 김대근 김태현 Jan 05. 2018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꼭 가봐야 할 영화 촬영지

피렌체에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피렌체에서는 ‘김준세이’가 되어 영화 속 잊지 못할 장면들을 재연해보는 여행을 계획했다. 아니나 다를까 피렌체의 한인 민박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민박집 사장님은 〈냉정과 열정 사이〉촬영지를 중심으로 여행 코스를 소개해주셨다. 아마도 나 같은 여행자가 꽤 많았나 보다.


“혹시 영화 보셨어요?”

“(자신감 넘치게) 네! 오늘 제가 그 남자 주인공이 될 겁니다!”

“네에… 잘 알겠습니다…….”

사장님은 나의 뜨거운 열정을 매우 냉정하게 받아주셨다.

“피렌체는 안전한 도시지만, 너무 밤늦게까지 돌아다니시면 안 돼요.”

“네! 영화는 거의 낮 배경이어서 괜찮아요!”

“네에… 다녀오세요…….”

illust by 최진영

스무 살이었던 준세이와 아오이가 10년 후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에 만나기로 한 장소가 바로 두오모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피렌체에서 두오모의 둥근 지붕인 큐폴라(Cupola)에 오르는 이유였다.




사실 두오모(Duomo)는 건축 양식인 돔(Dome)을 가리키는 이탈리아어이다. 피렌체 대성당으로도 불리는 이 성당의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로 ‘꽃의 성모 마리아’란 뜻이다.


피렌체를 ‘꽃(Fiore)의 도시’라고도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이름처럼 성당을 장식한 문양들이 쏟아지는 햇살에 꽃처럼 피어나는 듯했다. 비록 돔까지 무려 463개의 계단을 오를 때는 ‘악’ 소리가 절로 났지만. 정상에 오르자 ‘악’ 소리는 금세 탄성으로 바뀌었다. 두오모 성당 전망대는 피렌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장소였다. 또한 커플의 성지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서로 마주하고 소원을 빌면 영원히 함께한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주변은 쉬지 않고 하트를 쏘는 연인들로 북적였다. ‘나만 혼자네. 아니야, 이제 나는 여주인공을 기다리는 신을 연출할 거라고! 나는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시간 많은 백수이니까…….’


사실 기다림은 내게 매우 익숙한 것이었다. 직장인일 때 역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퇴근 시간을 기다리고, 주말을 기다리고, 월급날을 기다리고, 다음 여행을 위해 휴가를 기다리고,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잠시 한국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다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하루 종일 누군가 나타날 때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준비를 하자 도시에는 하나둘씩 불이 들어왔다. 붉은 벽돌로 된 건물들 덕분에 중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피렌체는 과거도, 현재도 아닌 그 어느 사이쯤 존재하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여기 서 있는 지금으로 충분하니,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에에, 궁상맞은 기다림은 이제 그만!’ 돔 전망대에서 내려오니 낮에는 신나는 팝 음악으로 성당 주변을 들썩이게 했던 버스킹 공연이 로맨틱한 재즈 선율로 바뀌어 있었다. 밤공기에 기분이 좋아져 미켈란젤로 광장까지 걸었다. 준세이와 아오이가 스무 살 시절 함께 들었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던 곳. 그곳에서 수많은 인파에 섞여 반짝거리는 피렌체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이곳에도 역시나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다국적 커플들이 보였다. 무슨 이유인지 이 멋진 곳까지 와서 고함을 지르며 싸우고 있는 냉정 커플, 숨은 쉬는지 계속 키스 중인 열정 커플, 굳이 남자 친구 무릎 위에 앉아 대화하는 연인, 세레나데를 함께 부르는 음치 커플까지. ‘하, 부럽다. 이것들…….’


사람들은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열정보다 냉정으로 돌아서기 마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날, 좋아하는 영화의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피렌체를 찾았던 나의 열정만큼은 가슴속에 고스란히 자리할 것이다. 언젠가 내게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찾아오기를!


<냉정과 열정 사이>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방문해야 할 영화 촬영지 3


01 |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Santa Maria del Fiore

스무 살이던 준세이와 아오이가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에 만나기로 한 곳. 두오모라고도 불린다. 지어질 당시에는 경제난과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돔은 미완성 상태였다. 그로부터 100년 후 브루넬레스키가 내부 버팀벽이 없는 파격적인 설계로 완공했다.

주소 | Piazza del Duomo, Firenze, Italia
운영 시간 | 큐폴라 전망대 08:30~19:00
비용 | 15유로
﹂홈페이지 www.ilgrandemuseodelduomo.it

02 | “이곳 사람들은 과거를 살고 있는 거야.” 니콜로 다리 Ponte San Niccol

한적한 아르노강변을 산책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보자. 준세이의 스승인 조반나는 준세이와 함께 다리를 건너며 피렌체 사람들은 관광업에 종사할 뿐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지만, 다리 주위 풍경은 일상적이고 평화롭기만 하다.

주소 | Ponte San Niccol, Firenze, Italia

03 |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직업이거든요.” 팔라티나 미술관 Galleria Palatina

피렌체에서 유화 복원사 과정을 수료 중이던 준세이에게 복원사는 ‘죽어가는 것을 되살리는 직업’이다. 그러나 그가 복원하던 그림이 훼손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준세이는 일본으로 돌아온다. 바로 그 그림이 르네상스 시대 화가 치골리의 〈막달라 마리아〉다. 피렌체에서 치골리의 그림을 보고 싶다면 팔라티나 미술관으로 가자. 이곳에서는 라파엘로, 루벤스, 티치아노 같은 대가의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 Piazza de' Pitt 1, Firenze, Italia
운영 시간 | 08:15~18:50(월요일 휴무)
비용 | 12유로

by 김  군


▶<퇴사하고 여행갑니다> 도서 자세히 보기 : http://bit.ly/2j29aML

★ 퇴사 운 카드 시연 영상 ★


keyword
magazine 퇴사하고 여행 갑니다
퇴사를 하고 각자 유럽​여행을 다녀온 낭만주의자 김 군과 계획주의자 김 양.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짹짹이 같은 모습으로, 직장인의 현실적인 입장에서 퇴사여행을 소개한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