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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Apr 24. 2018

추석달 바라보기

언제나 준비된 꿈꾸기

추석명절이 없는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한국의 고유 명절을 설명하기란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차례상 차릴일도 없으니 어떤 음식을 먹는지, 친척들도 없어 어떻게 절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냥, 한국에 있는 내 형제들에게 안부전화를 할 때 전화를 바꿔주면서 고모나 삼촌들에게 국제전화로 인사를 나누는 정도다.

하여, 지난번 추석날에는 저녁을 먹고 나서 애들을 데리고 집 뒤뜰을 돌아 풀벌레 소리를 가르며 호숫가에 있는 나루터까지 산책을 나가 밤하늘에 둥그러니 떠오른 보름달을 서로 쳐다보면서 옛날 조상들의 구전(口傳)인 토끼 이야기를 해 주거나 보름달을 보면서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말해 주었다.

마침 중국 윈난성에서 추석날 저녁에 거대한 별통별(流星) 떨어졌다는 뉴스를 접한지라 내친김에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유성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건 더 잘 이뤄진다고 나름 재미나게 만들어 이야기를 해주면 만화영화를 보면서 상상해온 그런 장면을 떠올리며 이제는 머리가 커서 황당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애들이 꽤 재미있게 반응했다.

하늘의 유성이 떨어져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시간으로 따지면 몇 초에 지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 간발의 몇 초동안에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빌려면 마음속에는 언제나 그 꿈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런 꿈을 품지 않고서는 시속 몇만 km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그냥 멍하니 쳐다만 봐야 한다. 

아마도 추석을 명절로 하는 한국이나 중화권에서의 많은 사람들이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머리 속에서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꿈은 욕심에 불과하겠지만, 늘 가슴속에 그것도 간절히 품고 있던 소원은 진정한 꿈이 될 수 있다.

일 년에 한 번 뜨는 저 추석달을 보고만 소원을 빌지 말고, 초승달, 반달, 심지어 달이 떠지 않는 그믐달에도 끊임없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그 꿈을 좇으며 애절하게 빌어야 그 바램이 일상에서 습관으로 나타나고, 그 습관의 결과물로 자신의 꿈에 다다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항 문학가로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기억하고 있는 같은 고향 하동 출신인 소설가 고 이병주 씨가 있는데, 그가 남긴 말 중에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름 뜻을 되새겨 보자면, 밤에 꿈을 마음속 깊이 묻어만 두면 그냥 신화로만 존재하지만,  밤에 품어 둔 그 마음을 낮에 열심히 땀 흘려 다듬으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리니 나룻가 난간에 걸쳐 앉아 호수에 어른거리는 달빛에 돌로 던지며 장난치는 아들과 딸에게 너희들도 소원 한 가지쯤은 늘 가슴에 품어보렴...이라고  물어보려다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말았다.

"나는 삶의 예상치 못한 별똥을 보면서 언제라도 불쑥 꺼내 빌 수 있는 그런 간절한 꿈을 과연 끊임없이 가지고 살아왔으며, 내가 품어 온 수많은 신화 중에 과연  몇 개가 나만의 역사로 남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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