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달 바라보기

언제나 준비된 꿈꾸기

by Eric

추석명절이 없는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한국의 고유 명절을 설명하기란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차례상 차릴일도 없으니 어떤 음식을 먹는지, 친척들도 없어 어떻게 절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냥, 한국에 있는 내 형제들에게 안부전화를 할 때 전화를 바꿔주면서 고모나 삼촌들에게 국제전화로 인사를 나누는 정도다.

하여, 지난번 추석날에는 저녁을 먹고 나서 애들을 데리고 집 뒤뜰을 돌아 풀벌레 소리를 가르며 호숫가에 있는 나루터까지 산책을 나가 밤하늘에 둥그러니 떠오른 보름달을 서로 쳐다보면서 옛날 조상들의 구전(口傳)인 토끼 이야기를 해 주거나 보름달을 보면서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말해 주었다.

마침 중국 윈난성에서 추석날 저녁에 거대한 별통별(流星) 떨어졌다는 뉴스를 접한지라 내친김에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유성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건 더 잘 이뤄진다고 나름 재미나게 만들어 이야기를 해주면 만화영화를 보면서 상상해온 그런 장면을 떠올리며 이제는 머리가 커서 황당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애들이 꽤 재미있게 반응했다.

하늘의 유성이 떨어져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시간으로 따지면 몇 초에 지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 간발의 몇 초동안에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빌려면 마음속에는 언제나 그 꿈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런 꿈을 품지 않고서는 시속 몇만 km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그냥 멍하니 쳐다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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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추석을 명절로 하는 한국이나 중화권에서의 많은 사람들이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머리 속에서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꿈은 욕심에 불과하겠지만, 늘 가슴속에 그것도 간절히 품고 있던 소원은 진정한 꿈이 될 수 있다.

일 년에 한 번 뜨는 저 추석달을 보고만 소원을 빌지 말고, 초승달, 반달, 심지어 달이 떠지 않는 그믐달에도 끊임없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그 꿈을 좇으며 애절하게 빌어야 그 바램이 일상에서 습관으로 나타나고, 그 습관의 결과물로 자신의 꿈에 다다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항 문학가로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기억하고 있는 같은 고향 하동 출신인 소설가 고 이병주 씨가 있는데, 그가 남긴 말 중에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름 뜻을 되새겨 보자면, 밤에 꿈을 마음속 깊이 묻어만 두면 그냥 신화로만 존재하지만, 밤에 품어 둔 그 마음을 낮에 열심히 땀 흘려 다듬으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리니 나룻가 난간에 걸쳐 앉아 호수에 어른거리는 달빛에 돌로 던지며 장난치는 아들과 딸에게 너희들도 소원 한 가지쯤은 늘 가슴에 품어보렴...이라고 물어보려다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말았다.

"나는 삶의 예상치 못한 별똥을 보면서 언제라도 불쑥 꺼내 빌 수 있는 그런 간절한 꿈을 과연 끊임없이 가지고 살아왔으며, 내가 품어 온 수많은 신화 중에 과연 몇 개가 나만의 역사로 남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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