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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Apr 24. 2018

부자(父子)의 가을 나들이

아들과 함께하는 가을 풍경

지난주 아들과 가을 나들이로 허드슨강에 다녀왔다. 차로 1시간 간 후에 차를 공원 내 주차하고 걸어서 강변과 절벽을 순환하는데 3시간 반... 오래간만에 산행이라 녹초가 됐지만 그래도 저물어 가는 가을을 만끽하기에 너무나도 평온한 날이었다.

등산로 초입

정해진 정확한 시간은 없으나 어둠이 지면 입구를 폐쇄하고 새벽에 다시 오픈하는 파크랜져. 공원 내에서는 경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허드슨 강

Hudson River는 그 길이가 507km 정도로 캐나다 국경 쪽 인 뉴욕주 상류에서 하구인 맨해튼까지 연결된 강. 그 옛날 1880년대까지 상류에 운하를 파서 허드슨강과 연결되어 만들어 벌목한 목재를 운반했다고 한다.

꽃산딸나무

여름내 무성한 잎이 떨어지고 육각형 다이아몬드 모양의 6개의 붉은 열매가 주차장 입구에서 우리를 부끄러운 듯 반긴다.

허드슨강 절벽

높이 70미터 정도의 이 절벽의 위와 아래로 산행로가 있는데 아래쪽 산행로를 완주하려면 5시간 정도 소요. 절벽 중턱에 독수리 집이 있다고 하는데 본 적은 없음. 
강 건너편이 뉴욕주 업스테이트인데  힐러리 대선 후보의 집이 있는 곳.

Tappan Zee Bridge

뉴저지와 뉴욕의 경계인데 멀리 보이는 다리가 삼성중공업이 건설에 참여했던 다리이고 절벽 위 산책로는 난간이 없는 데가 있어 자칫 위험할 수도 있어, 눈 오는 겨울에는 입산금지

자작나무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는 게 자작나무의 특징인데 이 흰색의 자작나무 한그루가 외로이 강변의 맑은 가을 햇살에 유달리 눈부신 백색 넉넉한 가지를 뽐낸다.

다람쥐의 겨울나기

설치동물과의 이 다람쥐도 다가올 추운 겨울채비에 여념이 없네. 이 녀석 찍느라 강물에 빠질 뻔...

천연색

파란 강물 색과 늘 푸른 청솔과 노란 노박덩굴과 흰꽃 떨어지고 붉은 열매 맺은 찔래가 한 곳에 다 모여 자기 색으로 자웅을 겨루 듯 가을의 뒷자리를 옹기종기 차지하고 있다.

낙상홍

구슬같이 딱딱한 붉은 열매로 가을 열매 중 가장 오래까지 열매가 시들지 않아 꽃꽂이 재료로 서리 내리는 12월 초입쯤 좋은 열매와 형태를 유지한 것을 사용하는데 요즘은 노란색과 보라색 열매도 가끔씩 보임.

가을 은물결

건너편 뉴욕의 도심과 뉴저지의 자연 사이에서 강물결이 유유히 흐름에 은빛으로 여울을 이루고 있다.  허드슨 강줄기를 내다보며 문득 생각난 게  그 엄청난 양의 물이 바다로 흘러감에도 시끄러운 물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잘대는 속 좁은 시냇물과는 달리 갖은 고통과 번뇌를 스스로 감내하며 묵직이 참아가며  바라도 말없이 흘려가는 저 강을 보면서 우리의 번뇌에 찬 삶도 이런 건가 하는 생각에 잠시 은물결이 머리를 흔들어 놓았다.

오동 열매

절벽에 붙어사는 이 나무가 오동나무고 가지에 오동 열매가 노란 껍질에 싸여 매달려 있다. 우리의 옛 선인들은 깊어가는 가을을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에 많이 비유했는데, 이는 그 잎이 다른 나무들에 비해 훨씬 넓어 잎이 떨어질 때 그 잎만큼 무거워 소리가 난다 하여 그렇게 가을밤의 깊이를 표현하지만 사실은 가을밤 바람이 불면 열매끼리 부딯치는 소리가 정겨워서 생긴 것 같다.

낙수량이 적은 폭포

폭포라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낙수량이지만 그래도 지난여름에는 산행하는 이의 목을 넉넉히 적셔줄 정도로 청량음료에 익숙한 산악인들을 놀라게 했다는.... 

강가의 갈대

물가에 사는 것은 갈대, 산에 사는 것은 억새라 하는데 갈대는 군락을 이루고 사는데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에서는 서식하지 않는다. 갈대밭은 청둥오리들의 서식처로 안성맞춤. 그러고 보니 낙동강 하구의 을미도에 있는 갈대 생각이..

바람에 떨어진 도토리

상수리나무라고도 부르지만, 산행에서 발자국 소리에 맞춰 나는 소리가 이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로 간혹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이 나무에서 나는 수액(樹液)을 먹기 위해 장수하늘소나 나비 같은 곤충들이 모여들고  도토리는 산짐승의 곡간을 채울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뱃속도 도토리묵으로 채울 음식이니 이 도토리나무는 인간으로 치자면 효자 나무인 셈이다. 

노박덩굴

초록색 잎이 노랗게 물들고, 그 잎마저 지면 가을 햇살에 속살 드려내듯 붉은 열매가 터져 나오는데 한 1-2 뒤에는 붉은 열매가 톡톡 튀어나올 듯... 가지에 무성히 푸르게 잎이 달라붙을 때는 눈에 잘 띄지 않다가 앙상히 남은 가지에 선 붉은 열매가 자잘히 그 앙징맞은 자태를 보이면 가을 열매 중의 여왕이 바로 이 노박덩굴.. 

류목(流木)

500킬로가 넘는 강의 길이라 온갖 부유물들이 태풍 등으로 떠내려 오는데 가끔 짠 바닷물이 밀려오면 썩지 않는 나무가 돼 강변에 쓸려오면 큰 뗏목은 바위 위에 놓여 산행을 보채는 이들의 즐거운 통나무 타기를 제공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는 바로 썩게 마련이지만, 이렇게 이리저리 치이고 소금물에 적시는 산전수전을 겪으면 이내 이 값없어 보이는 목재도 산행을 재촉하는 나그내의 귀한 길잡이이자 밭 침목이 된다.

강가 부들

딱딱한 대에 의지해 밤색 모양의 봉오리가 가지 끝에 맺혀 있어 마치 소시지 같다는 느낌인데 늦가을이라 부들의 열매가 다 씨를 터트리고 거의 흔적이 없다. 더운 여름 내내 폭염을 인내하면서 키워온 부들의 열매가 어느덧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여 그 소기의 목적을 다한 뒤끝이라 한층 가느다란 줄기지만 종족번식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산행의 달인
강물따라 세월을 보내는 아들 예준

아들이 어렸을 때는 혼자 걷다 지쳐 퍼져 앉기 십상이었는데 이제는 지팡이로 균형을 맞춰가며 험한 바윗길을 잘 탄다. 세월이 흘러 언젠가는 혼자 인생길을 헤쳐 나가야 할 아들이기에 미리 예행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고 녀석이 대단해 보인다.

질긴 생명력

시멘트로 차량 보호벽을 만들어 놓은 절벽 난간에 생긴 틈새로 뿌리를 내리고 가을을 맞이하는 이 잡풀. 이 잡초(雑草)의 이름은 모르나 필시 난초(蘭草)보다는 그 생명력이 질기리라. 고고한 난초냐 질긴 잡초냐를 두고 설왕설래하겠지만, 난초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잡초가 있고, 잡초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난초가 있어서는 안 되며 각자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것 그것이 자연의 법칙...

고사리

엄밀히 말하면 고사리과.  양지의 고서리는 벌써 한 해의 임무를 다 마치고 누렇게 잎이 변해갔는데도 산비탈의 응달에서 늦게 자란 이 고사리들은 아직도 잎이 파릇파릇하여 두고 떠난 여름을 아쉬워하는 듯하다. 

자작 나무에 기생하는 버섯

이 버섯은 종류를 모르지만 죽은 자작나무에 포자를 퍼트려 서식하는데 어떻게 땅이 아닌 나뭇가지를 선호하는지는 연구대상...

사목(死木)

절벽 바위틈에서 자라다 보면 흙이 부족하고 물을 잘 흡수 못해 결국 어느 정도 자라다 말라버리는데 잘 모르는 사람은 낙엽만 떨어진 줄 안다. 얼마나 한이 많으면 살아 있었을 때 모양 그대로 있는 게 신기할 뿐인데, 땅이 얼고 흙이 귀한 히말라야 기슭의 티베트 산간지방에서 장사를 지내는 천장(天葬)이 불현듯 생각난다.

청둥오리

강변의 밀려오는 강물을 시소 삼아 낮잠을 청하는 이 청둥오리들. 머리가 반짝이는 초록색이 수컷이고 황갈색이 암컷. 조류과는 대부분 수컷이 미관상도 화려한 게 특징.

유람선의 출항

뉴욕항을 출발하는 족히 15층은 넘어 보이는 관광 유람선. 대부분 플로리다항을 기항하기 위해 아침에 출발하는데 이 배는 아마도 타이타닉이 침몰된 캐나다 북동부 연안 도시를 도는 유람선일 듯...

갈매기

도시의 홈리스 마냥 혼자 요트 버팀목 위에서 사색에 잠긴 이 흰색 갈매기가 빵부스러기를 함껏 던져 주는 마음 착한 도시민을 기다리고 있다.

도시의 석양

석양을 마주하고 있는 맨해튼의 빌딩들.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려오자 불빛을 하나 둘 밝히고 있다. 강물 위에 검은 것은 무슨 용도인지 모르나 나무를 박아 놓은 것을 봐서 강바닥 유실을 막기 위함인 듯.. 

그 가을을 고스란히 담아 오고파

오늘 만난 이 가을을 고스란히 집에 담아 오고 싶어 가지고 온 덩굴과 과수 열매.... 그래도 인위적인 이런 조합보다 자연 그대로가 역시 마음이 가는 게 인지상정인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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