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자연의 미덕
늦가을이고 초겨울에 한 것들인데도 들로 산으로 다니며 가을에 미리 준비한 마른 화재(花材)나 생각해 둔 덕분에 그럭저럭 버텨나갔는데 앞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이 보릿고개를 맞이하듯 꽃집에서 꽃을 구입하지 않고 직접 밖에서 소재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씩 걱정아닌 걱정을 한다. 취미로 하는 것이니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고, 정 안되면 꽃가게를 기웃거리며 흔한 꽃들을 사야 되겠지만 말이다.
사치스러운 걱정일 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에게 필요치도 개의치도 않고 살면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것들이지만, 어느 특정 취미나 직업을 가진 사람, 혹은 그것을 삶의 목표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것의 부재나 부족이 더없이 절박할 수 있다고 본다.
마침 재료로 쓰다 남은 이 몬스테라(monstela)를 보니 문득 생각나는 식물이 있는데 바로 구멍 뚫린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자라는 "Swiss cheese plant"과의 덩굴이다.
이 덩굴은 큰 고목에 의지해 어두운 밀림의 바닥을 벗어나 햇볕을 받기 위해 위로 위로 거목을 타고 가지만 , 그래도 나무 아래쪽 그늘에 가려져 제대로 성장을 못하고 있는 "동료" 덩굴 잎과 햇볕을 서로 나누기 위해 자신의 잎에 구멍을 내어 햇볕이 아래로 내려가게 하여 광합성을 공유하는 공존(共存)의 법칙을 알고 있다고 한다.
새해에는 동기 친구들이나 나도 물론, 삶의 어떤 여정을 걷고 있든 각자의 여건에 구애치 않고 서로가 상생(相生)의 대상으로 존경하고 귀히 여기는 서로가 되었으면 하는 단상(短想)을 해 본다.
특히, 오늘 여기는 Martin Luther Kind Day라 쉬는 연휴인데 흑백이 서로 공존하는 사회를 반세기도 전에 쩌렁쩌렁 울리며 외치던 "I have a dream"이란 메아리가 희미해져 가는 세태이지만 그래도 아직도 "공존의 유효함"에 감사한다.
그때의 절규 덕분에 흑인 대통령도 중임으로 이 나라 대통령사에 한 획을 긋고 며칠 후면 퇴임하는 요즘에 더더욱 한국에서 울려 퍼지는 작지만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이념들의 "울림"이, 먼 훗날 한국의 장래를 바로 설정하는 힘찬 "외침"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