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ric Apr 25. 2018

호두나무의 근본

실한 호두 열매

오늘 이른 아침에는 뒤뜰 호숫가에 넉넉히 떨어진 호두를 주워와 억새 잎과 함께 옮겨봤다. 우리가 호두 하면 한국의 경부선이 천안을 지날 때를 맞춰 열차 내에서 팔던 "호두과자"가 연상되지만 유럽에서는 뭐니 해도 "호두까기 인형"이 아닐까 싶다.

원래 독일의 동부지방인 작센과 튀링엔은 가내 수공업으로 목재로 주로 만든 수공예품이 유명한데 금속을 넣는 독일군이나 러시아군의 군복 입은 정병의 모습을 한 이 인형을 크리스마스 때는 저렴한 선물로 널리 팔렸다고 하는데 독일이  후 동서독으로 갈라졌을 때 동독의 외화벌이로 귀중한 산업으로 여겼을 정도라 한다.

지금은 호두까기 인형에 호두를 까는 기능은 거의 없고 성탄절을 심볼릭한 키 큰 병정의 장식물로 호텔이나 백화점에 주로 사용되는데,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의 여러 곡은 발레곡으로 뉴욕 시립 발레단은 50여 년 가까이 크리스마스 때만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한다고 한다.

자연의 과실중에 하나인 이 호두가 자신의 열매를 인간에게 그 과실로 선물하고, 인간은 그 호두 열매와 관련된 수공품과 음악, 발레, 그리고 그 영화까지 만들어내니 호두가 그냥 열매로 남지 아니하고, 창의성을 가진 사람의 손과 발과 머리를 통해 재창조되니 가히 자연은 우리 삶의 근본인 셈이다.

문득, 지난봄 지인이 작은 집으로 옮겨 집들이로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는데, 미국인 노부부가 살았다던 그 집의 거실 중앙에 중국풍의 큰 수묵화가 벽지로 사용된 것을 봤다. 우리의 사군자(四君子)를 담은 수묵 병풍이나, 조폐공사 5만 원권의 사임당의 초충도(草蟲圖)도 한국이나 동양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인의 삶에 찌든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문화 콘텐츠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미물에 대한 경이로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