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ric Apr 25. 2018

작은 미물에 대한 경이로움

그 작은 몸을 태우는 반딧불

어젯밤 모처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발견했다. 퇴근 후 초저녁 잠을 청한 뒤 물건 살게 있어 차를 몰고 밖에 나가는데, 신호 대기 중 숲 속 초목 속에서 반딧불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반딧불의 발광체는 암수다 가지고 있지만 수컷의 형광물질이 암컷보다 두 배 정도로 밝으며, 흥미로운 것은 유충으로 2년 가까이 알속에 있다가, 실제로 성충으로 활동하는 것은 여름 짧은 한철뿐이라 한다.  

또 재미난 사실은 같은 밝기의 촛불과 비교할 경우, 그 열이 무려 몇 만 분의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열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전혀 없이 그야말로 거의 100% 완벽에 가까운 효율성으로 빛을 만든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곤충이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우리를 놀랍게 하는 것은 지구 상에서 존재하는 2천 여종의 반딧불 중에서 지금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아마존에 서식하는 반딧불.

짝지을 때가 되면, 땅거미가 질 무렵 밀림 속 우뚝 솟은 큰 고목에 멀리서 수컷 반딧불들이 꼬리에 불을 밝히며 한 마리 두 마리, 삼삼오오 몰려와 거목 가지에 촘촘히 달라붙어 순식간에 수십만 마리가 몰려와선 일제히 그리고 정확히 점멸을 똑같이 반복하며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일제히 반짝거린다.

이렇게 수컷 무리들이 힘 합쳐 만들어 내는 어두운 밤에 우뚝 선 아름답고 신비한 불빛으로 인해 멀리 수십 마일 떨어져 있는 암컷들 조차 한눈에 쉽게 볼 수 있게 하여 자신들의 위치를 알림으로써 암컷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유혹한다고 한다.

날아다니던 반딧불이 운전 중 차 앞유리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내 운전을 방해하고 고약한 냄새만 풍기는 귀찮고 하잘것없는 벌레로만 여겼던 반딧불.

홀몸으론 아무런 존재의 의미가 없어 보이는 좁쌀만 한 미물이지만 각자의 작은 몸짓을 모아 만들어 내는 이들의 종족 보존을 위한 경이로운 협동의 지혜에서,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도 서로가 반목하고 경쟁만을 강요하기 쉬운 사회에서 서로의 가진 재능을 나눠가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삶의 귀한 지혜를 배워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록 미물이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