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원 May 10. 2023

작가의 말

정착지

  언제나 잠시 머무르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연은 잠시 스치는 실처럼 꼬였다가 지나가고, 다시 구불구불 휘다가 한 번 더 꼬입니다. 우리는 꼬이는 순간에 인연을 만나고 그 인연에 도움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그 인연은 기차의 정착지일 수도 있겠지요. 이 글을 쓰는 내내 저는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원했습니다.

  처음 주제를 구상했을 때도 예민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양측이 이분화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나 제가 바란 것은 흑백 논리도 아니었고 특정 종교와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이념이나 종교로 인해 고통받는 자들, 그리고 태곳적부터 옳다고 믿던 믿음이 사라진 뒤, 그들이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 나아가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나아가는 부분의 분량이 적어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예상하다시피 이들의 주요 키워드는 종교로부터의 탈피와 그들이 종교에서 벗어난 뒤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물론 세상에 독립된 자아는 없겠죠. 그러나 그들이 주체적으로 자아를 정립한다면 어떤 시련이 와도 버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힘으로요. 물론 우연이와 혜정이처럼 서로가 서로의 낙원이 되어 시련을 헤쳐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결국 이런 주체적 자아들이 함께 힘을 합칠 때 저는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우연이와 혜정이는 서로를 낙원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열등의 대상으로 삼기도 합니다. 한 사람에게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는 거죠. 제 전작과 같이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알고 있고, 그 상처에 접근하여 서로를 구원합니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결론을 말하자면 저는 신에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주체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신뿐만 아니라 무언가에 속박되지 않는 자들까지도요. 의지와 속박은 다릅니다. 그러나 해석은 독자분들의 몫이기에 이 책이 세상에 나간다면 수많은 해석과 각주를 달고 분량이 더 길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태어난 곳으로>를 쓰는 동안에 제 기준에서 참 다양한 책들을 읽었습니다. 언제나 제게 영감을 주는 책과 그 세계에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언제나 제 첫 번째 독자가 되어주는 중학교 친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보탭니다.

이전 10화 우리가 태어난 곳으로(10)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