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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민 May 02. 2024

벌써 5월이라고요?

2024년 새해가 엊그제 밝았는데 어느새 4월이 끝나고 5월이 찾아왔다. 시간이 이렇게나 빠르다니... 그래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 세월이긴 하다. 만개하던 벚꽃도 어느새 지고, 뜨끈한 열기가 조금씩 올라오고, 자연스레 계절을 지나면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니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러서 다시금 차가운 겨울을 맞이하면 모두 얼어붙겠지.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반복되어 왔던 것들이 있고, 나의 죽음 이후에도 반복될 것들이 있다. 새롭지 않은 사실들이다. 그런데 이 리플레이가 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 다시 봄이 찾아왔는데 왜 지난봄과는 너무도 다르게 느끼는 걸까.


자연의 순환이 조금도 같지 않은 변화의 축적이라고 이해하면 어떨까. 모든 것은 사실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것을 끊임없이 마주하기가 두려워서 반복이라는 개념으로 마음을 달래 왔던 것 아닐까. 그렇게 규칙의 발견과 미지(未知)를 버리려는 시도로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선물 받게 된 인간은 반복으로서 반갑고, 변화로써 두렵다. 반복으로서 안심이고, 변화로써 설렌다. 반복으로서 권태롭고, 변화로써 아쉽다.


나는 2024년 2월 중순, 경상남도 남해에서 서울로 이촌(村)했다. 생활권이 변했고, 다시금 서울로 돌아와서 도시 생활을 반복한다. 2018년 2월에 서울에서 남해로 귀촌(歸)했었으니, 약 6년이 흐르고 나서 다시 서울로 온 것이다. 반복과 변화가 충돌한다. 새로운 생활 속 알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을 마주하면서 그래도 인생이란 것 안에서 알만한 것들을 가늠해 본다.


서울로 오기 전, 지난 6년간은 어땠나. 2년은 어촌 마을에 낡은 촌집에서 귀촌의 낭만을 즐기고, 2년은 산촌마을의 양옥집에서 안정적인 시골생활을, 이후 나머지 2년은 읍내 아파트와 상가주택에서 머물며 지방의 도심 생활을 했다. 각 공간을 배경으로 동료들과 지역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꾸준하게 진행했고, 로컬 커뮤니티를 쌓아 가면서 사람들과 교류했다.(남해까지 방문해 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한편으로 남해 생활은 귀촌과 이촌의 프로토타입이었다. 시골에서 살면서도 제법 자주 서울에 방문해서 지내기도 했고, (선뜻 방을 내어준 친구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그러다가 도시 삶에 답답하고 진저리가 날 때 즈음(보통 일주일이면 남해로 가고 싶어 졌다) 다시 남해로 돌아갔다. 계속해서 이동하는 삶이었다.


그렇게 지난 6년의 삶은 말 그대로 움직임 그 자체였다. 조용하고 편안한 시골, 편리하고 역동적인 도시, 각 장소무게로 오르내리는 저울질이 계속되다가 현재는 서울의 무게에 몸을 실었다. 서울에 자리를 잡은 지 2개월이 지났다. 사람의 적응력이란, 새로운 장소라도 생각보다 금세 적응을 하게 된다. 요즘은 집 근처 요가원을 다니고, 매일 아침 글 쓰는 시간을 가지고, 동네 로스팅 카페에서 원두를 사 오면 아침마다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려마시고, 가급적이면 식사는 집에서 챙겨 먹는다. 그러기 위한 식재료는 근처 저렴한 마트를 돌면서 장을 본다. 요즘 물가가 이렇게 높아졌구나 실감도 한다. 대도시는 당근으로 상징되는 중고거래가 일상에 참 용이하다. 사용감이 조금 있더라도 좋은 상태의 물건을 저렴하게 구한다이렇게 서서히 도시, 서울이라는 장소에 적응하는 시간이 쌓여간다.


정기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기획자로서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했다면, 서울에서는 작가로서 일하고 사람들과 만나려는 시도를 상상한다. 소설 쓰기를 시작하면서 주변 동료들과 독립 출판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5월을 기준으로 프로젝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정말 벌써 5월이 되었다. 준비하는 것은 인간이 하고, 시간은 그저 찾아오기만 한다. 계속 찾아오는 시간에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태도를 갖출까. 이 공간에 쓰는 행위를 통해서 나의 생활을 반추하는 시간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한 자 한 자 적는 행위는 마치 일상 속 변화와 반복을 가로지르는 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균형을 잡는 시간이 계속되다 보면 지나가는 봄날도 이후 찾아오는 계절들도 더 또렷하고 진실되게 느끼지 않을까. 


시간은 언제나 지나고서야 알게 되는 게 있다고 알려준다. 장소도 마찬가지, 내가 머물던 곳을 지나쳐 봐야 알게 되는 게 있다. 나의 서울 생활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 이 글은 독립 출판사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thewaywesomyeol)의 프로젝트 <하작가의 서류뭉치>와 연계하여 연재하는 에세이입니다. 

※ <하작가의 서류뭉치>는 매월 단편소설을 발표하고 주문한 독자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는 단편소설 직거래 프로젝트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서류뭉치' 주문 및 작품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하작가의 서류뭉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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