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작
제목
떡갈나무
장소
지방 도시 노인복지관 그리고 독거노인들의 집
배경
12월 중순. 추운 날씨다. 관내 노인복지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직원 민영과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조사원 준성. 도시에서 귀촌한 준성은 복지 대상자인 노인들을 한 명씩 만난다.
인물
박수환, 남자, 80대, 독거노인.
최장수, 남자, 70대, 독거노인.
김양희, 여자, 70대, 독거노인.
김준성, 남자, 32세, 독거노인 현황 조사원.
전민영, 여자, 52세, 노인복지관 직원.
무대
무대는 삼분할된다. 왼편은 민영의 사무실, 중앙은 준성이 다니는 길, 오른편은 노인들의 집 마당이다.
하수(무대 왼쪽), 사무실 출입구
상수(무대 오른쪽), 노인들의 집
[전막]
자연은 과연 아름다운가. 말없이 무심함을 내뿜는 자연을 우리는 과연 아름답다고 할 수 있나. 시골은 사람 없는 자연이다. 지금 여기 겨울을 지나는 시골은 그 어느 때보다 깊게 고요하고 서늘하다. 가랑잎나무가 조용히 흔들린다. 지난 시절 푸릇하던 잎 하나가 어느새 기력을 다하고 지면으로 툭 내려앉는다. 추위에 내려앉은 잎의 맥처럼 마을에 듬성듬성 자리를 지키는 노인들의 주름살도 그 결이 또렷하다. 마을을 지나는 구불한 길은 적막을 걸치고서 노인들을 생의 끝자락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곳은 그렇게 기운을 잃었다. 무겁게 발을 내디디며 쉭쉭 빠지는 노인들의 날숨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 짙어질 뿐이다.
준성, 무대 중앙에 있다. 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빼고를 반복한다. 다른 손에는 서류뭉치가 들려 있다. 천천히 무대 좌우로 왔다 갔다 걷는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무대 중앙에 멈춰 선다.
3초 후
민영, 하수에서 등장. 손에는 종이컵이 들려 있다. 자리에 앉고 차를 마시며 모니터를 바라본다. 종이컵을 내려놓고 키보드를 두들긴다. 기지개를 켰다가 다시 차를 마시며 모니터를 바라본다.
준성, 민영 쪽으로 느리고 천천히 다가간다. 중간중간 숨을 고르기도 한다. 옷매무새를 다듬고서 민영 앞에 멈춘다.
준성 (서류 뭉치를 건네며) 여기요.
민영 (슬쩍 준성을 보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며) 네, 고생하셨어요. 거 두고 가시면 됩니다.
준성 ···뭐 다른 건 없나요?
민영 (모니터만 바라보며) 다음 주에 조사원들 다 같이 모이는 거 아시죠? 시간 정해서 연락드릴게요.
준성 네. (돌아가려 몸을 돌린다)
민영 몇 분 정도 남았죠?
준성 (다시 몸을 돌린다) 아, 다섯 명 정도?
민영 다섯 명, 그거 마치면 저번에 얘기 드린 기초조사에서 사백 명 분량이 필요하니까 부지런히 다니셔야겠어요.
준성 몇 명이요?
민영 사백 명
준성 사백 명이요?
민영 예예. 저번에 얘기 드렸잖아요. 추가 명단 있다고.
준성 아.
민영 어쨌거나 시간 없으니 얼른 돌아다니셔야겠어요. 언제 다 할라고.
준성 ···네.
수환, 민영과 준성이 이야기하는 중에 상수에서 등장한다. 지팡이를 짚고 있지만 크게 이용하지는 않는다. 허리를 두들기며 평상으로 걷는다. 천천히 앉으려고 할 때 평상 앞쪽 텃밭에 앉은 고양이를 발견한다. 움직임을 멈추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바라보다가 다시 천천히 평상에 앉는다.
준성, 민영과 대화를 마치고서 인사하고 상수로 걷는다.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수환이 앉아 있는 평상 쪽으로 걷는다. 중간중간 숨을 고른다. 옷매무새를 다듬고서 수환 앞에 멈춘다.
준성 (숨 고르며) 실례합니다. (서류를 들춰 본다) 박수환 어르신 맞으세요?
수환, 가만히 앞만 보고 있다.
준성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