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1월25일
오늘 좀 외롭지 않았다. 혼자가 아니라서 매우 감사한 하루였다.
1121공사장비가 들어간 후로 많은 이들이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하고 슬프했다. 나도 슬펐다. 너무 많이 울어서 몇날 며칠동안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손발도 부어서.
한달전부터 약속된 <소성리 민들레합창단> 노래공연은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일수록 전열을 가다듬고 싸울 태세를 잃어선 안된다며, 예정된 일정은 모두 강행하자고 했다. 노래연습을 하는 날인 지난 수요일에 소성리엄니들의 몸도 마음도 모두 너덜너덜해져서 만신창이었다. 노래선생님은 잠시 나가계시게 하고, 엄니들끼리 다시 의논을 해서 마음을 다잡았다. 공연 때문에 김장을 미룬 사람도 있었지만, 갑자기 공연은 안가겠다고 하는 사람도 나섰다. 이래저래 사람들의 마음을 다잡는 데 임회장님은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했다.
오늘 차안에서 그간의 사정들을 미주알고주알 듣고 있자니 울다웃다 신파극이다.
말 한마디에 삐지고, 오해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그렇게 엄니 여덞명을 맞춰서 노래공연을 나가는 길에 음악감독 평교주, 기타연주 정가수와 건반연주 나미언니, 그리고 차량운전과 찍사 또 민들레합창단에 보조출연자들까지 스무명의 대이동이 진행되었다.
대구 팔공산에 위치한 대구은행연수원까지 소성리엄니들을 모시고 다닐 차량도 준비하고, 노래연습도 해야 하고, 공연한번 나가는데 여러 가지로 일거리가 많았다.
대경작가회의 30주년 행사를 한다. ‘문학, 항쟁과 평화를 노래하다’ 의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릴 소성리 사드철회 싸움을 하고 있는 소성리 주민들을 초대해주셨다. 민들레합창단의 두 번째 대외무대가 되었다.
노래를 잘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다. 소성리의 사드철회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노래 공연을 하기로 했다. 모두가 우리에게 연대해주시지 않는다고 해도, 진심으로 소성리의 사드철회를 위해 연대해주시겠다는 분을 만나기 위해서다. 전국에서 오신 작가분들게 소성리의 투쟁에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소성리에는 오키나와의 주민들이 오셨다. 수십년동안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투쟁하고 있는 오키나와. 헤노코에서 해군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싸우는 영상이다. 일본의 사정을 속시원히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있긴 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에도 그들의 저항이 주는 강렬한 인상이 뇌리에 박힌다. 가슴에 찌릿한 동요가 일어난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가 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거같다. 내가 가고 싶은 곳, 오키나와를 보여준 영상을 보고는 오키나와에 가고싶다는 내 소망은 얼마나 철부지 환상이었나. 근거없는 낭만이었다. 오키나와의 해상시위는 아찔했고 위험하다. 그들은 매일같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오키나와에서 어떤 낭만을 꿈꾼 것인가?
갑자기 오키나와에 가고싶다는 열망이 확 꺽이는 느낌이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노래에 우리 민들레합창단이 답가를 불렀을 때, 우리가 한번도 같이 싸운적은 없지만, 오키나와에서 그리고 소성리에서 제국주의 전쟁에 맞서 저항하는 우리가 왠지 하나된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함께 해온 사람인 듯 푸근한 애정이 느껴지는 소성리토요촛불문화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