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2월6일
멍때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듯, 몸이 으실으실 추운건 감기몸살 기운이 아니라 예전과 다르게 내 몸의 체온이 조금씩 떨어진 거 같다. 마음이 추운걸까? 아님 지방이 좀 빠졌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우울하고 슬퍼진다. 꼭 그런 영향이 아닐지라도 내 몸은 예전보다 추위를 더 많이 타고 있다. 따뜻한 국물이 그립다.
소성리엄니들은 김장으로 바빴다. 나도 어떨결에 김장김치 담는다고 하루는 얼치기로 살았고, 다음날은 죙일 멍때렸다.
왼팔에 힘을 쓰지 못하고, 저리고 아파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소연했던 임순분부녀회장님과 몇몇 엄니들을 모시고 12월에는 악착같이 한의원을 다니겠다고 작심했었다. 작심 3회만에 무너졌다. 김장준비로 배추에 간(소금)치는 일이 너무 바빠서이기도 하고, 남은 농사일 때문이기도 하고,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바쁘다는 이유였다. 꼭 가자고 약속해놓고도 미루고 또 미루기를 반복하다 내일은 꼭 한의원을 가기로 철썩같이 약속을 했다. 음.. 나도 12월 한달 봉사키로 맘먹은지라 마냥 기다려드릴 수는 없으니,, 올해 말까지 완치목표 보다 10회 한방치료를 받는다는 것을 목표로라도 다녀야겠다.
다행히 임회장님은 어제 김장을 끝냈고, 다른 엄니들도 대충 김장을 마쳤다. 김장을 마치고나니 조금은 홀가분해지셨는지 오늘 노래연습하는 수요일이라 조금 일찍 오시라고 나발을 불고 다녔더니 엄니들이 꽤나 많이 오셨다. 천주교상황실 컨테이너에 전기판넬 뜨끈하게 데워놓고는 노래를 연습했다. 음악감독 평교주가 지휘를 하고, 정가수가 기타 반주를 해가면서 그동안 엄니들이 불렀던 노래들을 하나하나 연습했다.
오늘은 “바위처럼”도 부르고, “동지가”도 불렀는데, 보컬대표선수인 태환언니가 노래 안 부르면 가사 잊어버린다고 한 번씩은 다 부르자고 보채는 적극성을 보였다. 엄니들은 훨씬 자신감있는 목소리였다. 커다란 전지에 큼직한 글씨로 적힌 가사를 보고 부르기도 했지만, 워낙 여러번 반복해서 불렀던 노래들이다 보니 이제 얼충 가사를 외우는 듯 보였다. 그리고 노래 부를 때 빼거나 주춤거리지 않고 입을 크게 벌리고 목소리를 목청껏 내는 모습이었다. 잘하던 못하던 구애받지 않고 속시원하게 부르다보니 자신감이 충만하게 전달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드뎌 오늘부터 젊은 우리들의 노래연습이 시작되었다. 젊다고 표현하는 것도 조금 민망스러울 정도로 연배는 사십대에서 오십대 사이인데,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에, 머리숱도 얼마 없어서 숭숭 빈구석이 많아질 나이다. 그래도 소성리엄니들보단 젊은사람들이다. 아직 노래패이름을 짓지 않아서 ‘소성리 평민들의 노래모임’으로 이름을 대신하겠다.
일명 ‘평노래’의 첫 곡으로는 ‘평양에서 서울까지’ 택시요금이 삼십년 전에는 2만 원이었나 보다. 우리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서 오 만원으로 개사했다. 참 오랜만에 불러보는 노래다. 오늘 예전에 불렀던 기억을 더듬어 다함께 불러보았는데, 내 목소리가 꽤나 괜찮은 느낌이었다. 합창이라기 보단 중창 수준으로 할 계획이라는데, 나는 소프라노 정도는 되는 듯 하다. 음악감독 평교주는 불안전한 소프라노라고 걱정하지만, 앞으로 발성연습하면서 고쳐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기본 내가 음치이긴 하나, 소리통은 꽤나 큼직하니 쓸만하지 않은가?
정가수가 한 구절 한 구절 짚어주면서 갈쳐주니 따라할 만 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서서히 하나하나 차근차근 온갖 미사여구를 다 써서 노래패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래도 목표가 있으면 좋을거 같아서 올 연말 마지막 촛불문화제에서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물론 민들레합창단과 연계할 수도 있지만, 일단 ‘평노래’는 자기실력을 갖추는 것이 순서인지라, 매주 수요일마다 노래연습을 가지기로 했다.
음.. 드뎌,, 내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솔로까지는 안 바라지만, 무대 위에서 노래부르는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상상이야 하면 되는거구, 나는 노래로 연대할 수 있을까?
기대가 잔뜩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데, 즐기자. 즐기면서 가자.
소성리 민들레합창단과 평민들의 노래모임으로 사드뽑고 평화심는 길에 노래하며 춤추면서 가보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