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2월3일
엄니들이 내 곁에 계셔주셔서 나는 든든하다. 엄니들 덕분에 내가 지금의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는거다.
오늘은 엄니들과 맛나는 저녁밥을 먹기로 했다. 지난번 김천법원 갔던 날, 연화지 근방의 칼국수집이 마음에 든다는 부녀회장님의 말씀에, 돈도 생겼겠다 기분을 내기로 했다.
소성리 민들레합창단을 초대해주신 작가회의에서 공연비를 보내주셨다. 소성리 투쟁에 쓰라는 연대비이겠지만, 우리는 이 돈을 민들레합창단을 운영하고, 소성리엄니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비용으로 쓰자고 의논했다. 조금씩 마련된 푼돈을 모아서 보태기로 했다. 엄니들 중에 총무도 뽑아서 경비를 관리하게 하고, 계추모임처럼 편안하게 모이자고 의논했다. 모일 때마다 노래연습을 하기로 했다. 어디선가 노래공연을 해달라고 하면 나들이 가듯이 공연도 해보자고 했다. 오늘은 일단 먹고보자.
김천목사님이 차량을 지원해주셔서 먼거리 김천까지 달려갔다. 음악감독 평교주와 노가바 가수 김경철님과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했다. 나미언니네 부부까지 열여덞명이 식당 한켠을 다 차지하고 앉았다. 칼국수 열여덞그릇에, 만두 여덞 접시를 시켰다.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굴과 홍합이 들어간 시원한 국물이 매우 만족스런 칼국수였다. 맛집이라 무진장 복잡했지만, 우리는 꿋꿋하게 먹었다.
배가 부르니 김천촛불가는 길은 가벼웠다. 김천의 날씨는 포근했다. 무대 앞자리에 소성리엄니들이 한줄 가득 메워 주셨고, 소성리평화지킴이들을 만났다.
오늘은 470일째 사드배치철회 김천촛불을 밝히는 날이다.
엄니들은 김장하느라 바쁜 와중에 평화행동까지 치러내느라 눈코뜰새없었다. 김장이 끝난 엄니들은 이제 또다시 밤마다 소성리 난로가로 모일거다. 매주 수요일은 노래연습을 할거다. 소성리평민들의 노래모임도 수요일 모일거다. 엄니들이 노래연습할 때 박수와 장단을 맞춰주고, 엄니들 노래연습이 끝나면 우리도 노래를 부를거다.
때로는 함께, 때로는 따로, 우리는 그렇게 사드철회와 평화를 향한 작은 발걸음을 앞으로 한발 한발 내딛어갈거다.
민들레 합창단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비자금도 조성해야겠다.
470일째 사드배치철회를 위한 김천촛불에 참석했다가 소성리에 도착한 상돌엄니와 경임엄니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신다. 내일 새벽부터 사드가 배치된 달마산 부지에 미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공사인부들이 들어온다고 한다. 엄니들도 내일 새벽 일찍 진밭으로 올라가시겠다고. 공사인부들을 막으러 나오려면 일찍 들어가 준비를 하시겠다고 말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경임엄니와 상돌엄니를 댁으로 모셔다 드렸는데.
상돌엄니가 내게 김장은 언제하냐고 묻는다. 나는 12월 중순께 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상돌엄니는 배추농사는 지었냐? 배추를 어떻게 할건지 궁금해 하신다. 솔직히 말씀드려 농사는 안 짓고, 지인이 농사지은 절임배추를 사서 쓸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자 경임엄니와 상돌엄니는 임자를 만난 듯이 내게 김장하고 남은 절임배추가 많다며 가져다 쓰라고 하신다. 아마도 절임배추는 백김치도 담고,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지만, 내게 주고 싶은 모양이다.
처음엔 흔쾌히 그러노라했다가, 금새 마음의 변죽이 울려서, 자신없어 사양했다. 고춧가루도 닷되 사놓고, 마늘도 한접 사놓았다. 새우젓이며, 액젓도 준비해두었다. 문제는 사놓기만 했지 마늘을 깔 생각을 하니 앞이 까마득하다. 마늘 고민을 늘어놓으면서 “엄니 제가 알아서 12월중순께 김장할께예. 절임배추는 놔두이소.. 엄니 필요한데 쓰이소” 했더니 상돌엄니가 당신을 따라오라고 하신다. 나를 집으로 데리고 가신다. 엄니가 부드럽게 빻은 마늘 한 대접을 비닐봉다리에 담아주시면서 “이정도면 열 포기는 담는다”
오늘 그렇게 절임배추를 열 포기 얻어왔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김장을 내일 해야 할 판이다. 새벽에는 공사인부를 막으러 진밭에 올라야 한다. 오후에 김장을 해야겠지.
경임엄니는 김장을 하셨다면서 김치한포기 담아주신다더니, 무말랭이와 깻잎김치에 떡국떡도 한봉지를 담아주신다. 거기다 잘 익어가는 홍시까지 한보따리 챙겨주신다. 친정집이 하나 더 생긴 듯 했다. 엄니들이 챙겨주신 반찬거리들로 한 달 생활비를 벌었다.
경임엄니는 김장을 앞두고 잠이 안 온다고 할 정도였는데. 고춧를 서른닷근을 빻았다. 마늘은 도대체 몇접이나 깠을까? 며칠동안 마늘을 깐다고 했다. 집안행사로는 명절다음으로 대단히 큰 일을 치루는 것이니 엄청난 양의 배추를 절여 김장을 준비하는 경임엄니가 잠이 안 올 정도의 푸념은 진심으로 이해가 되었다. 힘들게 절인 배추며, 마늘을 보잘 것 없는 내게 아낌없이 내어주신 엄니들의 마음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 고맙습니다란 말로는 부족하다.
내일부터 공사인부들이 진밭으로 올라온다. 내일 하루로 끝날까? 아마도 매일 전쟁같은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공사는 하루만에 끝나지 않을테니까.
별수가 없다. 막아야지. 공사인부도, 공사장비도, 무엇도 쉽게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할테니까. 우리가 사드를 반대한다는 것은 말이 아닌 몸으로 저항해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니까. 미군기지 건설은 더 이상 필요없으니까. 공사는 막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