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 한 이야기(10)

by 시야

SO-SO 한 이야기(10)

김천역 광장에 매일밤 7시30분에 ‘사드철회 촛불문화제’ 가 열린다. 어제가 561일차였고 오늘은 562일차 촛불을 들었을거다. 사드는 배치완료되었고, 미군기지가 성주 소성리 달마산에 자리를 잡았다. 사드로 인해 가장 피해를 받을 지역인 김천시민들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일 매일 일상이 되어버린 사드철회 촛불. 쉬운 일은 아닐거다.

소성리는 매주 토요일 촛불문화제를 하고, 수요일은 낮집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소성리의 야간시위는 멈춘 적이 한번도 없었다. 혹독한 겨울추위에도 아랫마을 사는 엄니들은 저녁식사를 하고서는 걸어올라왔고, 마을에 엄니들은 텔레비전을 보고 눕지 않고 마을회관 난로가를 찾아오셨다. 밤에 누가 몰래 들어올까봐 마을을 지키는걸까? 마을을 지키러 나와야한다고. 집에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서 나오신다. 안 나오면 궁금하고, 나오면 피곤하고, 그래도 나와서 사람들과 오늘 하루 일들을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누면서 마을을 지켜야겠다는 소성리엄니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야간시위를 해오고 있다. 변한 건 사드를 철회하라고 매일같이 촛불을 밝혔던 사람들, 이제 매일 들지 않는 촛불에도, 토요일 한번 밝히는 촛불도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 소성리로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 매일 같이 나왔던 날들을 잊어버렸나보다.

소성리엄니들은 오늘도 난로가에 불을 떼고, 한의사가 보내주신 쌍화탕을 주전자 끓는 물에 데워서 나눠 마시고 야간시위를 이어간다. 늘 자리를 지켜주시는 성주주민대책위 임원들이 계신다. 야간시위가 중단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여전히 촛불을 들러 소성리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에서야 교육청에서 있었던 일들을 엄니들한테 들었다. 우리가 교육장면담을 하러 들어간 사이 사람들의 눈과 귀는 교육장실 문앞에 초집중되어있었다고 한다. 엄니들은 비서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앉았는데 갑자기 안에서 울부짖는 내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아이쿠 큰일났다. 크게 싸우는가보다”고 생각했단다. 밖에 있던 교육청직원들이 뛰어들어가고,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문에 귀를 대고 섰었다고 한다. 복도에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벽에 귀를 대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 엿듣는다고.

여현진아저씨가 와서는 문앞에서 귀를 바짝대고는 듣고 있는 모습이 우습다고 한참 말씀하신다. 내 우는 소리에 울기만 하는게 아니라 목소리가 벼락같이 크게 들려서 밖에서는 매우 긴장했었나보다.

부녀회장님도 안에 있다가 연로하신 엄니들이 걱정되서 어떻게 할건지 여쭸더니, 마침 그 앞에 정보과 형사들이 서있는 데, 춘자엄니가 너무나 큰 목소리로 “안갈거에요. 끝나야지 가죠. 다같이 가야죠”하며 소리를 버럭 지르더란다. 부녀회장님 속으로 잘되었다 싶었다고 한다.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할매들을 우리가 델꼬 와서 볼모로 앞에 내세웠다고 하겠지만, 춘자엄니의 또렷한 목소리가 증명해준거다.

‘할매들은 누가 델꼬온다고 따라오고, 델꼬 간다고 따라가는 뒷방늙은이들이 아니다. 이 사태의 심각성을 분명히 알고 있고, 우리 이웃인 새댁이의 부당한 해고에 맞서 같이 싸우러왔으니, 이겨서 돌아가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형사들 앞에서 내보였으니, 저들도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여전히 저들은 할매들을 앞장세워 우리가 마치 시위하는 양 떠벌이고 다니겠지.

정보과형사들은 퇴근해서 집으로 가던 길에 호출당했거나, 술자리에 앉았다가 쫓아왔는지 술냄새를 풍기는 이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인정많은 금연엄니는 이짝 저짝 다 인기가 많다. 형사 한명이 금연엄니 뒤에서 어깨를 감싸며 인사를 할 때 우리엄니들은 김밥으로 저녁을 드시던 중이었다고 한다. 엄니는 인사하는 형사에게 김밥을 권했더니 이 사람이 거절도 하지 않고 넓적넙쩍 받아먹더란다. 퇴근하고 저녁도 못먹고 쫓아온 모양인가보다 싶어서 금연엄니가 계속 김밥을 권하니까 목이 메이는지 물을 마셔가며 받아먹더라고 한다. 금연엄니가 “배짼다”면서 웃음보가 터졌다.

약아빠진 경찰들이 교육청으로 들어서면서 불법농성하면 연행할 거 같은 분위기를 만들면 우리가 지레 겁먹고 다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나본데,. 우리는 그런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난파도처럼 형사들을 보고 질책을 하고 문제해결되기 전까지는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더니 형사들도 난감스러웠을거다.

정보과형사는 소성리종합상황실의 실장에게 연락을 해, SNS에 점거농성으로 올리면 경북도경에서 체크하다가 정말 도경이 움직일 수도 있다고 했나보다. 상황실장은 걱정이 되어 내게 연락을 했고, 사람들에게 SNS에 불필요한 내용은 올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보과형사들은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자, 멀리 출장나가있는 상황실장에게 은근히 압력을 행사한 듯 해, 나는 몹시 불쾌했다. 한명을 붙잡고 따져물으니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손사레를 친다. 나쁜놈들, 비겁한 놈들, 똥파리같은 놈들, 저 놈들의 어쭙잖은 짓거리가 더 거슬린다.

알고보면 뒷이야기가 얼마나 많을지, 상돌엄니는

“ 이놈의 사드 때문에 살다가 교육청이라는 곳에도 다 가보고, 안 가보는 곳 없이 다 가보네” 하면서 색다른 경험은 오랜세월의 경륜에 더해져 엄니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이번주 토요일은 서울로 향한다. 후쿠시마 7주기를 맞아서 나비퍼레이드를 펼치러 우리가 손수만든 핵폐기물통을 이고지고 서울로 향한다. 엄니들은 서울을 올라가기 위해 인원을 확인하고, 3월24일도 서울집회가 있어 나눠 가자고 의견을 모은다.

사드 때문에 세상천지 다 돌아다녀본다는 소성리엄니들, 이 때 아니면 또 언제 돌아다녀볼까요? 다리에 힘있고 걸어다닐 수 있을 때 세상천지 다 돌아다녀보면 좋겠다.

가장 꽃같은 시절을 살았노라고 먼 훗날 엄니들이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말이다.

2018년3월6일 새벽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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