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손잡고 평화의 길을 걷다.

by 시야

15개의 별고을 촛불이야기

이글은 성주의 글쓰기 모임인 ‘다정(多情)’ 회원들이 성주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을 직접 체험하며 느낀 소감을 쓴 것입니다. 11월 21일 현재 성주의 촛불은 132일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시작된 촛불의 광장에는 이제 난로가 등장했습니다. 난로 주위에는 할매들의 삼삼오오 모여, 시린 발들을 녹이며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부족하지만 마음을 담았습니다.


함께 손잡고 평화의 길 걷다


여정희 (2016. 8. 27.)


웃고 있다. 사람들이 웃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웃고 있다.

일하다 말고 얼굴만 들어도 보이는 성산에

무서운 쇠붙이 사드가 들어온다는데,

분기탱천한 사람들이 울부짖고 목놓아 울어도 모자랄 판에,

사람들이 웃고 있다.

8월 27일 성산 입구에서 성주군청까지

4,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2.6km의 인간띠를 만들었다.

사드는 결코 성주 땅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결의였고

저항의 표현이었지만,

이것은 시위도 집회도 아닌 영락없는 축제였다.

우리의 마음은 이미 이겼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축제의 장이 되어버렸다.

8월15일 2차 총궐기대회와 908명의 삭발식을 치른 뒤

인간띠 잇기 행사를 하는 날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목소리로 ‘사드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 몇몇은 돌아서기 시작했고,

나라에서 녹을 먹는 몇몇 사람들은

본격적인 우리의 대오를 흩트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치러야 했던 ‘인간띠잇기’ 행사,

오로지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만

2,600명 이상이 모여야 했다.

행사 당일 오전까지 신청한 참가 인원은 겨우 1,600여명,

조바심이 났다.

사드 반대를 외치는 성주군민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절실하고 진실한 것인지 보여주려면

이 행사를 꼭 성공시켜야 했다.

이 땅 어디에도 사드가 올 곳은 없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 믿기로 했다.

우리 가족의 집결지는 성산 입구였다.

군청을 지나 성산으로 가는 길,

집결 시간 10여 분을 앞두고 가는 길이었지만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

인간띠로 이어지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다시 조바심이 일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우리의 자리를 지키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행사는 시작되었다.

선언문이 낭독되고 북소리가 나더니

태극기와 평화의 펼침막을 든 행렬이 내려왔다.

그 뒤를 이어 “사드가고 평화오라 여럿이 함께 손잡고”라고 쓴

붓글씨 현수막이 내려오고,

인간띠였던 사람들이 행렬이 되어 그 뒤를 이어갔다.

먼저 행렬이 된 사람들,

인간띠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 환한 웃음을 주고받으며

“사드가고 평화오라!” “사드배치 절대 안 돼!”를 외쳤다.

그 소리는 파도가 되어 일렁이고

감동의 물결은 우리의 마음속으로

끝도 없이 흘러들었다.

어느 한 곳도 끊어지지 않은 2.6km의 인간띠.

그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모여들었을까.

어린 아이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한 시간도 넘게 평화 오라고 외치고 또 외쳤지만

지치기는커녕 맞잡은 손은 더 힘찼고

얼굴은 더 밝게 빛이 났다.

나의 조바심이 부끄러웠고 성주군민들이 자랑스러웠다.

어느새 도착한 군청 앞마당에는

풍악이 울리고 평화의 행렬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인간띠잇기를 기획한 이수인 팀장은

“붉게 물든 하늘을 뒤로하고 태극기가 군청 마당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이 너무도 벅찼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상상한다.

우리가 걸었던 이 길은 ‘평화의 거리’가 되어

평화의 깃발이 가로수마다 걸리고

전 세계 시민들이 자동차 없는 이 거리를 걸으며

우리의 함성이 울렸던 이 날을 기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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