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의 별고을 촛불이야기
이글은 성주의 글쓰기 모임인 ‘다정(多情)’ 회원들이 성주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을 직접 체험하며 느낀 소감을 쓴 것입니다. 11월 21일 현재 성주의 촛불은 132일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시작된 촛불의 광장에는 이제 난로가 등장했습니다. 난로 주위에는 할매들의 삼삼오오 모여, 시린 발들을 녹이며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부족하지만 마음을 담았습니다.
성주의 어린나비들
김성경
비가 쏟아지는 성주군청 앞마당에 하얀 비닐로 된 어린 나비들이 펄럭펄럭 춤을 춥니다. 이곳을 ‘평화나비광장’이라고 부른 후, 해가 지면 나비들은 이곳에서 날개를 모으고 촛불을 듭니다. 사드 반대 60일째, <촛불 노래자랑>은 남녀노소 모두의 축제였습니다. 비옷을 여미며 떡을 나누고 촛불을 폭죽처럼 올렸습니다. “투쟁은 즐겁게!”를 외치던 우리는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소양강 처녀를 개사해 ‘성밖숲 처녀’로 부른 김수상 시인의 노랫말처럼 사드를 반대하는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순정들’이 한여름 더위에 촛농 같은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어린 시절, 성밖숲에서 놀다 집으로 돌아갈 때면 우거진 고목 사이로 해는 긴 다리를 뻗으며 비스듬히 길을 비춰 주었지요. 오빠는 왕버들나무 위를 기어올라 새알을 꺼내고 나는 새알을 두 손으로 고이 받아 숲을 비행했습니다. 누구는 성산포대에 소풍을 갔다고도 했지만, 그곳에서 한번씩 쾅쾅 울려대는 무서운 소리에 섣불리 가까이 가보지 못했습니다. 성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는 성밖숲을 휘감고 유유하게 흘렀는데, 아이들은 ‘큰냇강’이라 부르고 어른들은 ‘이천’이라 했습니다. 소나기가 내린 뒤 쨍한 여름날이면 얕고 맑은 ‘큰냇강’에는 피라미 떼의 단체 스케이트 경기가 펼쳐집니다. 코너를 돌때면 잘 갈아놓은 스케이트 날처럼 피라미의 몸뚱이는 반짝반짝 눈이 부셨습니다. 실지렁이 같은 비를 맞으며 물고기 떼를 쫓아다니던 그때를 생각하면, 맘속에 에너지가 차오릅니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니 어둠속에서 숨어 있던 아이들이 피라미 떼처럼 우르르 몰려 나와 팔딱팔딱 군청 앞마당을 뛰어 다닙니다. 비에 젖어도 마구 첨벙입니다. 밤을 더해갈수록 신발 속은 출렁거립니다. 온몸은 젖었지만 구부정한 할머니 나비들은 꼼짝 하지 않습니다. 어린 나비들은 지칠 줄을 모르기에 내일도 그 다음 날도 우리의 날갯짓은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