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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를 썼다. 절반의 성공이다.

by 시야

하루종일 노트북앞에 앉아서 한줄 제목 써놓고는 한자도 못 쓰고 하루를 낭비했다.

시간이 너무 아까운데 돌이킬 수가 없었다. 마감은 점점 다가오는데 한 자도 못쓰다니 시름시름 앓을 지경이었다. 월요일부터는 딸기 알바를 시작했다. 일하고나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더 줄어들텐데, 머릿속을 아무리 굴려봐도 뾰족한 수 없이 녹음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인터뷰내용을 듣고 또 듣고 들었다. 그리고 지난 자료를 찾아보고 했다.

딸기 따고 돌아와서 샤워해야지 했다가 갑자기 떠오른 단어가 있어서 그 단어를 써놓고 샤워를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노트북을 켜고 한 단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그간에 생각하지 않았지만 쓸내용을 줄줄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다섯장을 넘게 쓰고, 여섯장까지 주우욱 써내려갔다. 나도 모르게 신기하게 그렇게 써댔다. 문맥이 맞고 안 맞고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다가 궁금하면 물어보기도 하고 확인도 해가면서, 초고를 썼다. 그다음부터 내가 쓴 글을 읽고 또 읽어내려가면서 문장을 고치고 문맥을 손질하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 의미를 다시 상기하면서 다시 썼다. 그리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써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밖은 깜깜해졌고 촛불이 시작할 시간이다. 차헌호동지에게 초고를 보내놓고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다. 너무나 어수선한 문장들이 부끄럽지만 딱히 부탁할 사람도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별별책의 목차3장에 투쟁의 사회적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는 글 한꼭지를 담당해서 3월10일까지 써내야 한다.

차헌호동지가 검토하고, 다시 수정작업을 수차례 했다.

아침 일찍 딸기 밭에서 일하면서 오직 글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어떻게 전망을 내면서 정리할까를 고민했다. 부족한 것도 알지만 내가 채워낼 실력도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최선을 다해서 써야겠다는 생각과 얼릉 끝내고 싶다는 욕망이 동시에 나를 압박한다.

그래도 일단 초고는 완성했으니 반은 성공이다.

내일까지 퇴고작업을 한다. 꼭꼭 씹어서 그 깊은 맛이 우려나도록 씹어 먹어보려한다. 글도 꼭꼭 씹어먹다보면 그 맛이 우러나서 깊이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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