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야간시위>
9월19일(화) 춤추며 야간시위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싫으면 싫다고 단박에 이야기할거니까”
“여기 할마이들이 제대로 못 따라하니까 그렇제, 갈쳐줄 때 잘 따라해야지” 경임엄니가 다른 할매들을 꾸중하듯이 목소리를 올리자 금연할매는 맞받아친다. “꼭 따라해야 맛이가? 젊은 사람들이랑 같이 노는게 좋은거지, 잘 따라하는 사람은 따라하고 못하는 사람은 구경이나 하고 박수나 쳐주고 카면 되제” 그 와중에도 내 옆자리의 태환언니는 “소희씨 바위처럼 요거 어떻게 해? 자꾸 헷갈린다” 면서 동작을 갈쳐달라고 조른다.
상순언니는 “나는 발이 아파서 서서 하는 건 힘들어서 글치,, 앉아서하면 할 수 있어” 한다. 여상돌할매는 율동할 때면 그냥 손뼉만 치신다. 아직은 노래나 몸짓을 할 만큼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아닌지 걱정이 살짝 되었지만, 구호를 외칠 때면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인다. “노래고 춤이고 시작할 때는 구호하나 외치고 해...야지” 하신다.
“사드가고 평화오라” “사드가야 평화온다”를 외치자 왼팔을 들고 제일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여상돌엄니께 구호선창 한번 하이소 했더니 “박힌 사드 뽑아내자. 사드뽑고 평화오라”를 외친다. 엄니가 이렇게 구호를 우렁차게 외치는 걸 처음 본 듯 입을 쩍 벌리고 쳐다봤다.
“내는 팔다리, 허리가 안 좋아서 춤은 못 춰, 그라니까 팔 한짝 흔들면서 구호는 신나게 할거야. 나는 앉아서 춤추는 거 구경할거니까 신경쓰지마” 하신다.
오늘은 화요일이다. 소성리할매들과 춤추면서 야간시위를 하는 날이다. 엄니들 춤 선생이 되어준 평여인들이 엄니들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럽다고 한다. 가르쳐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엄니들 앞에서 동작 가르칠 때마다 부끄럽다고 얼굴을 붉힌다. 엄니들께 괜히 귀찮은 일을 하는 게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했다.
엄니들은 전혀 귀찮아 하지 않는다. 엄니들은 욕심이 대단하시다. 칠- 팔순의 나이에도 한곡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하신다.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 데 사족이 긴 것은 못마땅 해 하신다. “선생님들 바빠서 못 오면 소희씨하고 우리끼리 연습해도 된다.”고 하신다. “그래도 바위처럼은 똑바로 하겠금은 갈쳐주고 볼일 보러 가야지, 잘 갈쳐주지도 않고 못 오면 안되지”하며 일침을 쏘아주신다. 평여인 발목은 확실히 잡힌 듯 하다.
그래도 소성리엄니들이 한 가지는 자신있게 하실 수 있다. 바로 “내 나이가 어때서”(개사곡). 노래에 맞춘 율동도 이제 스스로 다 하실 수 있다. 이제 ‘바위처럼’ 하나 더 배우면 어느 무대에 올라도 한 곡하고, 앵콜 나오면 ‘바위처럼’을 할 수 있다.
엄니들은 언제 어느 때 공연섭외가 들어올지 몰라, 그것도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니 “잔소리말고 좀 잘 갈쳐도” 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