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야간시위> 김천촛불 414일째 되는 날

by 시야

<소성리 야간시위> 김천촛불 414일째 되는 날

2017년 10월8일(일)

“아이고,, 쪽팔려,, 부끄러워서 우찌 얼굴을 들고 다닙니까? 이럴때는 긴말 필요없고, 엄니들 노래한 곡 부르면 만사 오케이인데.. 내같이 말도 버벅거리는 사람이 앞에서 나가서 마이크를 잡았으니,, 참나” 하면서 푸념을 늘어놓으니, 옥술엄니, 경임엄니, 상돌엄니, 상순언니 내차에 탄 4명의 여인들은 내게 괜찮다. 말 잘하더라. 며 격려해줄라고 할 때를 놓칠세라 “엄니 다음에 한번 엄니들 노래자랑에서 불렀던 백마강 노래공연한번 하입시더.. 여기 보니까 노곡리나 김천 시골할매들이 많이 오셨던데.. 엄니들 부르던 백마강 같은 노래 부르면 할매- 할배들 엄청 좋아라 하시겠던데요?” 하니 엄니들이 영 거절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 젊은 새댁이 노래 잘 하대, 우리 할마이들이 노래를 잘 하나? ” 하며 살짝 빼는 듯한 늬앙스가 있긴 했으나 적극적이지 않으셨다. 한번 더 도전해서 “ 젊은새댁은 노래 엄청 잘하대요.. 그런데 여기 김천 촛불은 주로 할매할배들이 많은데, 젊은이들 노래보단 세대에 맞게 노래를 불러드리면 좋겠더만요.. 근데 젊은 사람들이 그런 노래를 잘 모르자나여.. 엄니들이 불러주면,, 아마도 할매들 용기내서 노래연습해서 안 나오겠습니까?”

김천촛불에서 소성리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내 차안에 앉은 엄니들은 ‘백마강’ 노래를 불러주신다. “엄니 한곡만 하면 앵콜 나올건데 하나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엄니들이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가락이 익숙한 노래를 한소절 부르더니 어느새 차안의 여인들이 다 따라 부른다. ‘유정천리’란 노래도 불러주신다. ‘가난해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 하는 소절이 가슴에 꼭 와닿아서 나는 그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오늘은 김천촛불 414일 되는 날, 지난번 400일 되는 날에 소성리엄니들이 연대방문을 하러 가셨다. 연대자들과 함께 가는 길에 짜장면도 사먹고 재미나게 참석하셨다 오셨나보다. 성주촛불이 시작할 때부터 촛불에 빠짐없이 다니다가, 사드가 소성리로 확정된 이후로, 소성리의 아랫마을 용봉리에 사는 세분의 엄니(옥술, 경임, 상돌)와 상순언니는 매일 밤 소성리로 올라오셨다. 일만 생기면 소성리로 빠짐없이 오셨다. 그런데 그 날 김천가는 날 소식을 일찍 듣지 못해서 김천을 따라가지 못하셨나보다. 소성리로 올라와보니 사람들이 김천촛불 갔다는 소식이 내심 섭섭하기도 하셨나보다. 아니 김천촛불이 궁금하셨나보다. 상순언니가 “우리도 김천촛불 한번 구경가보자”고 내게 말을 건넨다. 나는 당연히 흔쾌하게 “그랍시다. 가는 길에 짜장면도 먹고, 김천촛불 나들이 가보입시다” 하며 오늘 약속을 잡았다.

금연엄니와 편의점엄니는 소야훈님의 차를 타고, 용봉리 엄니들은 내차를 타고 김천촛불을 향했다. 가는 길에 그 유명한 짜장면 집에서 탕수육에 짜장면 시켜서 맛난 저녁도 먹었다. 엄니들은 음식이 남기지 않으려고 목구멍까지 차올라오는데도 마지막 한 개를 먹일려고 애를 쓰신다. “배 터질 일은 없당. 음식남기면 안되제,, 하나 남은거 뱃속에 쑤시넣어”

김천촛불이 열리는 김천역.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마당이 썰렁하다. 율동맘 젊은 새댁들이 키작은 아이들과 함께 바글바글 요란스럽다. 아이들은 세 살부터 열댓살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어울려 뛰논다. 아이들의 재롱에 웃음을 아끼지 않는 나이많은 할매할배들이 대부분인 김천촛불도 어느새 일년을 훌쩍 넘겼다. 사드배치가 완료되었으니, 전자파를 비롯한 온갖 안 좋은 영향권안에 고스란히 노출된 김천은 불안과 불만이 클 수 밖에 없을거 같다. 성주도 김천도 매일 촛불을 밝혀 사드를 반대하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마당을 지키느라 잦은 교류로 돈독해질 여유가 없었나보다. 지금은 소성리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또 소홀한 곳이었다. 오늘 김천촛불을 보니 소성리와 별반 다를 거 없이 김천시내에서 사드철회 촛불을 들뿐이지, 참여자들 거의 대부분은 소성리의 인근 마을의 어른들이었을거 같았다. 어찌보면 행정구역으로 김천과 성주가 나뉘어져있을 뿐, 가장 가까운 거리의 마을분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엄니들간에 잦은 교류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

소성리의 엄니들과 함께 가니 김천촛불님들이 살갑게 대해주신다. 그리고 발언을 요청하신다. 엄니들은 아무 준비가 안 된 채 오셨으니 당연히 손사레를 치시고, 결국 내가 마이크를 잡게 되었다. 실컷 이야기 하고 자리로 돌아오니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김천촛불 마치고 소성리로 돌아가는 길에 엄니들에게 푸념을 늘어놓다가 엄니들이 다음 주에 김천촛불에서 노래 몇 곡 부르는 걸로 의논이 자연스럽게 되어버린다.

깜짝 놀랄 일이다. 엄니들이 사양하지 않으신거다. 별 저항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된 거다. 엄니들은 백마강 한곡에 앵콜까지 계산된 노래연습을 시작하신거다. 엄니들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을까?

아마도 어제 치러졌던 소성리노래자랑에 “용봉리 은방울자매”로 옥술엄니와 경임엄니가 출전하셔서 ‘백마강’을 부르셨던거다. 거기다. 일등상까지 타셨으니, 오늘 엄니들이 분기탱천해있을것이 뻔했다. 그런데 엄니들이 어찌 무대에 올라갈 결심까지 하셨을까? 지난 일년을 겪어본 이 분들의 몸에 흥이 넘친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마다 소성리할매들과 노래를 부르는 자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셨던 분들이다. 물론 백마강을 연습한 적은 없지만, 지난 몇 주동안 꾸준하게 노래연습하면서 끼를 발산시켰던 것이 엄니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자리였을거 같다. 뭔가 대단한 발견을 한 기분이다. 엄니들이 김천촛불 무대에 올라가시겠다고 맘을 먹고 노래 연습하는 내 차안의 풍경.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내일은 용봉리 은방울자매의 무대공연을 위해서 백마강과 유정천리를 열심히 연습할 거다. 토요일 소성리촛불집회에서 노래자랑 1등상 받은 “용봉리 은방울 자매” 공연으로 실전훈련을 시킨 후에 일요일 김천촛불 본무대로 오를 만반의 준비를 하는거다.

반주기에 못 맞추면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면 된다.

역쉬 일등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보다. 엄니들이 무대에서 자신있게 노래공연하는 모습 기대 만땅이다. 아마도 소성리 뿐 아니라 김천의 할매할배들께도 신선한 충격이 되지 않을까 소심한 기대를 해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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