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명상, 무술에서 해탈까지

by 한병철 Mikhail 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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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걷는다.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걷는다는 것은 지극한 부러움의 대상이리라.

출근길, 산책, 혹은 단순히 방에서 방으로 이동할 때도 우리의 발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주 '걷는 행위' 자체를 온전히 경험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걷기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지극히 평범하고 자동화된 움직임 속에 우리 몸과 마음, 나아가 삶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잠재력이 숨겨져 있다.

이 글은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서의 걷기를 넘어, 걷기가 어떻게 깊은 명상적 실천이 될 수 있는지, 우리 몸의 경이로운 역학이 그 안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고대 중국 무술인 팔괘장(八卦掌)이 걷기를 통해 어떻게 신체와 정신의 궁극적인 조화를 추구했는지를 탐구한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의식을 불어넣는 순간, 걷기는 일상 속 숨겨진 명상이 되어 우리를 현재의 순간으로 이끌고, 내면의 평화를 선사하며, 삶의 모든 순간을 깨어있는 경험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1. 걷기와 명상: 발걸음마다 피어나는 내면의 평화


걷기가 왜 명상과 연관되는가?


걷기는 단순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행위를 넘어, 마음챙김을 수련하는 강력한 명상 도구가 될 수 있다. 마음챙김 걷기는 우리의 주의를 외부의 산만함이나 내면의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현재의 순간으로 집중시키는 실천이다. 이는 발이 땅에 닿는 감각, 발걸음의 리듬, 그리고 몸의 움직임과 같은 신체적 감각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포함한다. 동시에, 주변 환경을 판단 없이 열린 마음으로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의식적인 걷기는 심리적, 정서적으로 광범위한 이점을 제공한다. 마음챙김 걷기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고, 전반적인 기분을 개선하며, 정서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집중력과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우울증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짧은 시간의 실천만으로도 상당한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걷기 명상은 자신을 다시 중심에 세우고, 자연과 연결되며,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고, 자신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이점들은 단 5~10분 정도의 짧은 일상적인 실천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으며 , 일상 활동에 통합되어 마음챙김을 삶의 지속적인 부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신체적 움직임과 정신 상태 사이에는 깊은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마음챙김 걷기라는 신체적 행위는 단순히 명상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웰빙을 위한 능동적인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의도적인 신체 활동이 정신적 명료함, 집중력, 정서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고, 이는 다시 걷기 경험을 더욱 심화시키는 역동적인 피드백 고리를 형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 건강을 형성하는 데 적극적인 파트너가 되어간다. 이는 걷기 명상이 신체 활동의 필요성과 정신적/정서적 건강을 동시에 다루는 진정으로 통합적인 실천임을 보여주며, 일상생활에서 몸과 마음의 연결을 구현하는 실용적이고 접근 가능한 방법을 제공하여 웰빙을 분리된 추구가 아닌 통합된 경험으로 만들어 준다.


걷기는 수많은 명상 중에서 어디에 속하는가?


걷기 명상은 "움직이는 명상(Moving Meditation)"의 주요 형태 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는 전통적인 앉아서 하는 정적인 명상과는 달리, 몸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도 마음은 고요하고 집중된 상태를 유지하는 특징을 가진다. 요가나 태극권 또한 움직이는 명상의 대표적인 범주에 속한다.


걷기 명상은 앉아서 하는 명상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장점들을 제공한다. 앉아서 하는 명상이 주로 고요함과 내면으로의 집중을 강조하는 반면, 걷기 명상은 마음챙김을 통한 움직임과 외부 환경에 대한 인식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걷기 명상은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여, 앉아서 하는 명상의 차분하고 이완적인 효과와는 다른 생리적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몸을 움직여야 집중이 잘 되는 '운동감각 학습자(kinesthetic learners)'나,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명상은 단일하고 획일적인 실천이 아니며, 오히려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마음챙김과 정신적 명료함을 얻을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 위에 존재한다. 걷기 명상은 이러한 스펙트럼에서 독특하고 보완적인 경로를 제공하며, 특히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둔할' 때 유익할 수 있다. 이는 명상의 정의를 확장하여, 개인의 필요와 선호도에 더욱 포괄적이고 적응적인 실천임을 시사한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명상을 결합하는 것이 (예: 앉아서 하는 명상 전에 걷기 명상 ) 더욱 균형 잡히고 효과적인 전체적인 수행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문화와 전통 속에서 걷기 명상은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발전해 왔다.


테라바다 불교 (Theravāda Buddhism) : 이 전통에서는 수행자들이 보통 10~15걸음(약 6~12미터) 길이의 직선 경로를 앞뒤로 걸으며, 발의 감각에 강렬하게 집중한다. 이 실천은 깊은 마음챙김과 집중력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종종 앉아서 하는 명상과 통합되어 수행된다. 발바닥의 감각에 모든 주의를 기울이고,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발생하는 새로운 느낌에 집중한다. "들고, 움직이고, 내려놓고, 닿고, 누르는" 여섯 가지 구성 요소를 알아차리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다. 명상적 걷기를 남방불교에서는 ‘경행’이라고 부르며, 명상의 중요한 방법중의 하나이다.


선(禪) 걷기 명상 (Zen Walking Meditation – Kinhin) : 일본 선(禪)에서 '킨힌(Kinhin)'이라 불리는 걷기 명상은 주로 좌선(zazen) 세션 사이에 수행된다. 수행자들은 특정 자세와 손 위치(샤슈 무드라, Shashu Mudra)를 유지하며 방 안을 시계 방향으로 걷는다. 시선은 부드럽게 아래를 향하며, 발뒤꿈치-발바닥-발가락 순으로 땅에 닿는 감각과 호흡의 동기화에 초점을 맞춘다.


틱낫한 걷기 명상 (Thich Nhat Hanh Walking Meditation) : 베트남의 승려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은 고요함과 편안함을 가지고 천천히 걷는 것을 강조한다. 각 발걸음에 의식을 두고, "나는 도착했다; 나는 집에 있다"와 같은 구절을 마음속으로 반복하며 호흡과 동기화합니다. 이 실천은 지구와 깊이 연결되고 자유로움과 감사함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각 발걸음이 땅에 감사나 의도를 새기는 것처럼 상상하며 걷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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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낙한 스님



2. 걷는 행위에 대한 구조적 고찰: 경이로운 인체 역학


인간이 이족보행으로 걷는 것의 구조적 분석


인간의 걷기는 단순한 움직임을 넘어선 경이로운 생체 역학적 과정이다. 우리는 '이족 보행(bipedalism)'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동하며, 이는 두 다리를 번갈아 사용하여 몸을 지지하고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이러한 이동 방식은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우리 몸의 골격 구조에 특유의 적응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엄지발가락이 더 크고 튼튼해졌으며, 발은 아치형으로 더욱 견고해졌다. 또한 튼튼하고 긴 허벅지뼈(대퇴골)는 무릎에서 적절히 각을 이루고, 종아리뼈(경골)는 더욱 강해졌다. 골반은 그릇 모양으로 변형되어 내장 기관을 지지하고, 척추와 두개골을 연결하는 구멍인 대후두공(foramen magnum)은 두개골의 더 앞쪽에 위치하여 직립 자세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게 진화했다.


인간이 인간으로써의 아이덴티티가 생겨난 것은, 이족보행의 완성으로부터 이다.


걷기 과정은 '보행 주기(gait cycle)'라고 불리는 복잡한 연속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보행 주기는 발이 지면에 닿아 있는 '입각기(stance phase)'와 발이 앞으로 나아가는 '유각기(swing phase)'로 나뉜다. 각 보행 주기 동안 우리는 한쪽 다리로만 지지하는 두 번의 '단일 지지기'와 양쪽 다리가 동시에 지면에 닿는 짧은 두 번의 '양측 지지기'를 경험한다. 앞으로 걷는 것은 지지하고 있는 다리를 밀어내면서 다른 다리를 앞으로 휘두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발뒤꿈치가 땅에 닿는 순간, 발의 감속은 엉덩이의 가속으로 전환되며, 이때 엉덩이와 무릎이 펴진다. 유각기 말에는 근육이 활성화되어 휘두르는 다리의 속도를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또한 걷는 동안 팔의 흔들림은 다리 움직임으로 인한 몸통의 주기적인 가속과 감속을 상쇄하고, 몸통에 가해지는 회전력을 완화하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복잡한 메커니즘은 인간의 걷기가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도로 최적화된 자연 공학의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걷기가 생겨난 이유는, 사족보행에서 이족보행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네발짐승이 걷거나 달리는 것을 보면, 아래 사진의 반복운동 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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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간은 두발로 서게 되면서, 사족보행의 전진 방식과 매우 다른 방식의 걷기를 해야만 하게 진화하였다.

인간은 두 발로 걷는 직립보행을 하며, 이는 다른 네 발 동물과 확연히 다른 신체적 특징과 운동 방식을 가진다. 네 발 동물이 두 발을 모아 뛰는 것과 달리, 인간은 좌우 발을 교차하며 전진한다. 이로 인해 척추의 회전력을 사용하게 되었고, 둔근의 추진력을 척추가 직접 받을 수 없게 되면서 골반이 그 추진력을 받아 흔들림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 추진력은 척추를 나선형으로 통과하여 어깨로 전달된다.

인간은 직립보행으로 인해 골반강 내 복잡성이 증가했으며, 이동 운동의 복잡성 역시 매우 증가했다. 그래서 직립보행하는 인간에게는 다리와 둔근이 가장 중요해졌다.

네 발 포유류의 중력 중심은 척추를 중심으로 앞뒤에 존재하지만, 직립보행하는 인간의 중력 중심선은 척추를 중심으로 수직으로 존재한다. 인체 중심선과 중력작용방향이 4족보행 동물과 달라졌으므로, 인간에게는 '중심선' 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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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선은 인간은 앞뒤로 팔과 다리를 흔들며 전진하기 때문에 인체 중심과 중력 중심선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이 수직의 중력 중심선은 인간의 직립과 운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유한 특성으로, 사족 보행 동물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심선이 확립되면 생기는 기능적인 힘을 중심력이라고 한다.

중심력이란 마치 '돌고 있는 팽이'처럼 모든 것을 튕겨낼 수 있는 힘 이다. 중국 무술에서 상대를 타격하고 밀어내는 '발경'이 바로 이 중심력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예 이다.



중력장 안에서 걷는 것은 어떤 메커니즘인가?


중력장 안에서 걷는 것은 단순한 직선 운동이 아니라, 동적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전신 각운동량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하는 복합적인 작업이다. 걷기 메커니즘은 종종 두 개의 연결된 진자(pendula)의 움직임에 비유되고 있다. 지지하는 다리는 발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역진자(inverted pendulum)'처럼 행동하며, 휘두르는 다리는 엉덩이를 중심으로 흔들리는 일반적인 진자처럼 움직인다. 이 비유는 걷기 중 에너지 보존 원리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걷기는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넘어지고 다시 균형을 잡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역진자 모델은 중력이 에너지 효율성을 위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근육이 '발걸음 간 전환(step-to-step transition)' 동안 몸의 무게 중심(COM)의 속도를 아래에서 위로 재조정하기 위해 기계적 일을 수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걷기가 중력이라는 수동적인 힘(진자 운동)과 능동적인 근육 조절 사이의 끊임없는 미묘한 상호작용을 통해 동적인 균형과 전진 운동을 유지하는 춤과 같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각운동량 조절의 주된 메커니즘은 근육의 힘 생성에 있다. 근육은 신체 분절을 가속화하고 지면 반발력(ground reaction forces)을 생성하여 몸의 각운동량을 변화시켜 동적 안정성을 회복하고 유지한다. 중력 또한 지면 반발력에 기여함으로써 몸의 각운동량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역학적 이해는 걷기의 복잡성과 중력에 대처하는 우리 몸의 타고난 지능을 강조하며, 명상에서 '접지(grounding)'라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걷는 행위를 통해 인체 코어가 왜 강화되는가?


걷기는 단순히 다리 운동이 아니라, 전신을 활용하는 역동적인 활동이며, 특히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코어는 종종 우리 몸의 '파워하우스' 또는 '모든 사지 움직임의 엔진'으로 불리며 , 복근, 둔근, 허리 근육, 엉덩이 근육 등 복잡한 근육 네트워크를 포함하고 있다.


걷는 동안 코어 근육은 몸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균형을 잡으며, 몸통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배꼽을 척추 쪽으로 당기는 것처럼 코어 근육을 활성화하면 자세가 개선되고 걷기 효율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걷기가 코어 근육에 끊임없이 미세 조정을 요구하여 안정성을 유지하고 직립 자세를 지탱하게 함으로써,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을 통합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바른 자세로 걷는 것은 뼈와 관절을 적절히 정렬하고, 관절, 근육, 인대의 마모를 줄이며, 허리, 엉덩이, 목, 다리 통증을 예방하고, 피로를 줄이며, 균형과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코어 근육이 강화되면 다음과 같은 전반적인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


통증 없는 근육과 관절 : 몸 전체의 근육과 관절에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부담을 줄여준다.

에너지 증가 : 비효율적인 자세로 걷는 것은 에너지를 빠르게 소모하지만, 올바른 자세는 에너지를 보존한다.

폐 건강 개선 : 어깨를 뒤로 젖히고 똑바로 걸으면 폐가 완전히 확장되어 호흡이 더 쉽고 효율적이게 된다.

혈액 순환 개선 : 몸이 제대로 정렬되고 올바르게 움직이면 혈액이 신체 모든 부위로 더 쉽게 순환된다.

소화 개선 : 내장 기관이 압박되지 않고 소화관으로 건강한 혈류가 흐르면 음식 소화가 더 잘 이루어진다.

강화된 코어 근력 : 복근은 똑바로 걷고 적절히 활성화될 때 강화된다.

두통 감소 : 머리를 숙이지 않고 똑바로 들고 걸으면 목의 긴장을 줄여 긴장성 두통을 줄일 수 있다.

균형감 향상 : 올바른 자세로 걸으면 균형감이 향상되고 넘어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걷는 동안 팔을 흔들거나, 파워 워킹, 언덕 오르기, 옆으로 걷기(side steps), 워킹 런지 등의 변형된 움직임을 통합하면 코어 근육을 더욱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심지어 무거운 물건을 들고 걷는 것은 코어가 끊임없이 미세 조정을 하고 균형을 다시 잡도록 강제하여, 허리 근력을 강화하고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는 걷기가 단순한 다리 운동을 넘어, 전반적인 기능적 안정성을 위한 포괄적인 전신 운동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3. 걷기 명상 : 발걸음마다 깨어나는 의식


걷기 명상은 일상적인 걷기를 의식적인 수행으로 전환하여,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연결하고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내면의 평화를 찾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걷기 명상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


걷기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간단한 준비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장소 선택 : 걷기 명상은 실내든 실외든 어디서든 가능하지만, 방해받지 않고 평화로운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10~15걸음(약 6~12미터) 길이의 직선 경로를 앞뒤로 걷거나 , 원형으로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연 속에서 걷는 것은 비타민 D를 흡수하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며, 전반적인 웰빙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편안한 신발 또는 맨발 : 편안한 신발을 신거나, 가능하다면 맨발로 걷는 것을 고려해 보라. 맨발 걷기(Earthing)는 지구 표면과 직접적인 물리적 접촉을 통해 수면의 질 개선, 통증 관리, 스트레스 감소 등 추가적인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전자 기기 멀리하기 : 휴대폰이나 음악 재생기와 같은 전자 기기는 명상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잠시 내려놓고 걷기 자체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 좋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걸으면서 명상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몸과 호흡에 집중하기 위한 준비 : 걷기 명상을 시작하기 전 1~2분 정도 서서 깊게 숨을 쉬며 몸에 주의를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발이 땅에 닿는 안정감을 느끼고, 어깨를 이완하며, 목에 힘을 빼고 머리를 똑바로 세운다.

자세 점검 : 걷는 동안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턱을 지면과 평행하게 유지하고, 귀가 어깨 위에 오도록 머리를 똑바로 세운다. 어깨는 편안하게 뒤로 젖히고, 등은 곧게 펴며, 코어 근육을 살짝 조여 복부를 척추 쪽으로 당기는 느낌을 유지한다. 이는 균형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 명상을 잘 하기 위한 방법들


걷기 명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몇 가지 핵심적인 방법들이 있다.

느린 속도 유지 : 평소보다 약간 느린 속도로 걷는 것이 좋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산만하거나 집중하기 어렵다면 매우 천천히 걷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발의 감각에 집중 : 발이 땅에 닿는 감각에 모든 주의를 기울인다. 발뒤꿈치가 먼저 닿고,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으며, 마지막으로 발가락으로 밀어내는 과정을 세심하게 알아차린다. 발을 들어 올리고, 앞으로 움직이고, 내려놓는 각 구성 요소를 의식적으로 인지한다.


호흡과 발걸음 동기화 : 호흡과 발걸음을 조화시키는 것은 마음을 현재에 머무르게 하는 강력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세 걸음 동안 숨을 들이쉬고, 세 걸음 동안 숨을 내쉬는 식으로 자신에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리듬을 찾는다. 틱낫한 스님은 "나는 도착했다; 나는 집에 있다"와 같은 구절을 호흡과 발걸음에 맞춰 마음속으로 반복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 : 오감을 활용하여 주변 환경을 판단 없이 관찰한다. 바람이 피부에 닿는 느낌, 나뭇잎 소리, 풀 냄새, 햇빛의 따뜻함 등 미묘한 감각들을 알아차린다. 이는 외부 세계와 깊이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마음이 방황할 때 부드럽게 되돌리기 : 걷기 명상 중 마음이 과거의 생각이나 미래의 계획으로 방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이다. 마음이 방황하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부드럽게 발의 감각이나 호흡으로 주의를 다시 가져온다. 생각을 '생각', '계획', '기억' 등으로 가볍게 라벨링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연습을 한다.


만트라 또는 라벨링 사용 : 집중이 어렵거나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만트라를 사용하거나 발걸음에 라벨을 붙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을 들 때 "들고", 발을 놓을 때 "놓고"와 같이 마음속으로 반복하거나 , "왼쪽, 오른쪽"과 같이 발걸음을 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연과의 연결 : 자연 속에서 걷는 것은 영적인 각성 과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맨발로 흙을 밟거나, 나무를 안거나,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지구와 깊이 연결되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데 기여한다.


규칙적인 실천 : 걷기 명상은 단 5~10분 정도의 짧은 시간만으로도 스트레스 감소, 기분 개선, 집중력 향상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매일 꾸준히 실천하여 마음챙김을 일상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4. 중국무술 팔괘장 - 움직임 속의 깨달음


걷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고대 중국 무술인 팔괘장(八卦掌)에서 심오한 철학과 실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팔괘장은 걷기를 통해 신체적 기량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 성장을 추구하는 독특한 무술이자 명상 체계이다.



걷기에 대해 가장 깊은 연구를 했던 팔괘장


팔괘장(八卦掌)은 태극권(太極拳), 형의권(形意拳)과 함께 중국의 3대 내가권 무술(Internal Martial Arts) 중 하나로, 그 이름은 주역(易經, I Ching)의 팔괘(八卦)에서 유래했다. 팔괘장의 핵심 훈련은 바로 원형으로 걷는 ‘주권(走圏)'이다. 창시자인 동해천(董海川)은 '팔괘장에서 ‘주권(走圏)’은 모든 훈련의 근원이다‘ 라고 말할 정도로 주권(走圏)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팔괘장의 주권(走圏)은 단순히 걷는 것을 넘어, 몸의 360개 관절과 650개 근육을 모두 활용하여 몸 전체를 완벽하게 단련하는 방법이다. 이는 다양한 원형 경로와 각도 변화를 통해 이루어지며, 수련자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균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개발한다. 이러한 훈련은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을 회피하고, 기동하며, 혼란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을 연마하는 데 필수적이다. 자연에서 여우가 먹이를 덮치기 전에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것처럼, 팔괘장 수련자는 끊임없는 움직임과 방향 전환을 통해 상대방의 예측을 벗어나 우위를 점한다.


팔괘장의 주권(走圏)은 또한 '기(氣)'의 순환을 촉진한다. 올바른 주권(走圏)수련을 통해 생성되는 지속적인 '힘의 순환(Power Circulation)'은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건강을 증진시키고, 필요할 때 파괴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내공(內功,Internal Power)'을 발현할 몸을 갖추게 한다. 그래서 팔괘장은 다른 어떤 무술 보다도 매우 독특하다.


PICB911.png 팔괘장 창시자 동해천 선사



팔괘장의 주권은 왜 움직이는 명상인가?


팔괘장의 원형 걷기는 단순한 신체 훈련을 넘어선 '움직이는 명상(Moving Meditation)'의 정수이다. 이는 몸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지만, 마음과 정신은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정중동(靜中動)'의 원리는 팔괘장의 핵심 철학 중 하나이다.


팔괘장 수련은 중국 고대 도교 수행에 기반을 두어 몸의 에너지 통로를 열고 우주적 힘과 직접 연결되도록 한다. 특정 자세를 유지하며 원형으로 걷는 것은 강력한 내부 기(氣)의 흐름을 생성하고, 몸의 에너지를 우주의 순환적 움직임과 조화시켜 자연의 힘과 연결되도록 한다. 이는 몸의 소우주적 및 대우주적 에너지 순환을 활성화하여 활력을 재충전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며, 조화와 통일감을 회복시킨다.


팔괘장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몸과 마음, 정신을 통합하는 틀을 제공한다. 수련을 통해 내면의 조화와 균형, 그리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기를 수 있으며, 이는 삶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더욱 쉽게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팔괘장은 또한 수련을 통해 얻어지는 진아(眞我)에 대한 인식이 내면의 지혜와 다시 연결되도록 돕는다고 여긴다.


팔괘장의 이러한 주권(走圏) 훈련들은 의도와 행동 사이에 간극이 없도록 기(氣)를 활성화하고, 몸의 에너지 통로를 막힘없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한다. 이는 변화에 대한 민감한 인식을 개발하고 즉각적이고 적절한 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또한 팔괘장 수련은 무술가들이 '삼매(三昧)'에 진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팔괘장의 끊임없는 움직임과 변화 속에서 내면의 고요함을 유지하는 훈련은 '삼매(三昧)'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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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통해 해탈하는 법


팔괘장은 도교사원에서 수도승들이 수행했던 도교적 수행이었다. 도교 도사들은 원형으로 걷는 주권과 장법의 변화를 통해 영적 깨달음(spiritual enlightenment)에 도달했으며, 팔괘장을 움직이는 명상으로 발전시켰다.

팔괘장의 주권은 중국 남방도교의 전천존 수행에서 왔다고 전한다. 팔괘장의 창시자 동해천은 구화산의 도관에서 탑돌이와 경행을 수행하다가 주권을 창시했다는 것이다.

불교의 탑돌이와 경행이 매우 중요한 수행의 한 방편이듯이, 불교의 수행 방편을 무술 수행의 기본으로 채택한 팔괘장은 영적 깨달음으로 도달하기에 효과적은 수단이다.


걷기는 영적 각성 과정에서 자신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특히 자연 속에서 긴 산책을 하는 것은 내면의 어둠,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자 친구로서, 마음과 영혼의 짐을 치유하고 회복시켜 주기 때문이다.


걷기 명상은 몸과 마음을 통합하고, 지구와 깊이 연결되는 '접지(grounding)' 경험을 제공한다. 발이 땅에 닿는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게 되고, 이는 마음이 과거나 미래로 방황하는 것을 막아준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가 지구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지구 안에 존재하며 지구 자체가 우리 안에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발걸음마다 지구에 감사와 의도를 새기는 것처럼 걷는 것은 지구와의 깊은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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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명상을 통해 우리는 내면의 평화와 고요함을 찾을 수 있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걷기 명상은 앉아서 하는 명상보다 더 이완적일 수 있으며, 마음이 둔하거나 무기력할 때는 경각심과 에너지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걷기가 우리를 '원초적 마음' 또는 내면의 지혜와 다시 연결시켜 분석적 사고 메커니즘을 넘어선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도교적 관점과도 일치한다.


물론, 이러한 깊은 수준의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간, 헌신, 진지한 노력, 규율,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 또한 제대로 훈련되고 경험이 풍부한 스승의 지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걷기를 의식적인 명상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고, 내면의 평화를 찾으며, 삶의 모든 순간을 깨어있는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곧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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