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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Aug 10. 2018

the stars are ours

별이 사랑의 매개가 된 까닭은

https://youtu.be/BPqPXhL4NCg

며칠 전 친구가 같이 몽골여행을 가자며 졸라댔다.
현실적 이유로 거절해야 했지만 마음은 이미 비행기에서 땅콩을 까고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까만 하늘을 수놓은 별을 떠올렸으니 말이다. 게르 옆에 설치한 간이침대에 누운 듯 앉아서 별을 안주삼아 맥주를 들이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 순간엔 칭기즈 칸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지구에서 보이는 별은 우주 공간 속 별이라는 실체의 잔상에 가깝다. 절대 밝기와 무관하게 지구와의 거리에 따라 별의 크기도, 밝기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이 땅은 별의 절대성이 통하는 곳이다. 많은 이들이 별자리 운세로 매 주, 매 월을 맞이하고 별에 대고 소원을 빈다. 대답하기 싫은 질문엔 ‘별들에게 물어보라’고 돌려 말할 수도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뛰어들 용기를 주고 곤란한 질문에 존재로써 대신 답하니 별이란 놈들 실질적으로 하는 일에 비해 아웃풋이 좋다.

그 무엇보다 별의 존재가 돋보이는 영역은 단연 사랑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수많은 문학, 영화에서 로맨스의 배경이나 매개물로 별을 접해왔다. 장르도 안 가린다. 어느 양치기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알퐁스 도데의 별은 아마 프로방스 지역 관광 활성화에 한 몫 했을 거다. “내가 니 별이다”란 명대사로 2000년대 초반 중고딩들 오십견 앓게 만든 귀여니의 내 남자 친구에게는 늑대의 유혹에 이어 웹소설의 신기원을 열지 않았던가. 심지어 ‘저 별에 대고 맹세해’, ‘네가 원한다면 밤하늘의 별도 따다줄게’ 따위의 오글 일색 대사에도 별이 있다. 대체 별이 뭘 해줬다고 사랑의(때때로는 특정 시장의) 지지자로 추대 받는 거지.

개똥철학이지만 우주의 무한함이 별의 사유화에 한 몫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연필 한 자루부터 손바닥만한 땅덩어리까지 소유가 확정된 세상에 살고 있다. 소유가 확실하고 물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이 땅의 것’으로 꿈의 크기나 사랑의 깊이를 증명해 보이는 건 비루하다. 예컨대 미래의 연인에게 ‘저 벤츠를 걸고 사랑을 맹세해’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중고로 팔아버리면 자동 이별인건가. 차라리 니 것도, 내 것도 될 수 없는 별에 대고 맹세하는 게 안전한 길 아닌가.

일련의 미신들을 관조하며 이성적인 척 해봤다만 사실 나도 별보는 거 좋아한다. 처음 별똥별을 봤던 남해의 어느 바닷가, 손에 잡힐 듯 별이 촘촘히 박혀있던 로투루아의 하늘, 드브로브니크와 모스타르의 밤하늘 모두 잊지 못할 추억들이다. 아 회상하니 별 땡긴다. 더위 먹은 거 좀 나아지면 루프탑에서 맥주 마셔야겠다. 당장 몽골 못가는 것도 서러운데. 맥주 니가 내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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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한 곡은 메이어 호손이 불렀다. 호손은 흑인의 전매특허인 소울을 노래하는 백인 가수다.그룹 턱시도의 보컬로도 알려졌다. 나는 그의 레트로풍의 음악과 도회적인 목소리를 정말 좋아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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