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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Aug 12. 2018

만약에 우리

사랑의 불완전함


드라마 연애시대는 사랑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깬 일등 공신이다. 이혼한 남녀가 각자 다른 사랑을 하다 재결합하는 내용인데 그 서사가 굉장히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나는 완전무결한 연애보단 인간의 불완전함을 믿는 쪽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시행착오 끝에 다시 만날 수 있었던 배경엔 불완전함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드라마가(원작 소설도) 티끝 하나 없는 순결한 사랑을 전제했더라면 이런 결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해바라기가 태양 아닌 달을 바라봤으니 얼마나 불순한가. 주인공 두 사람이 다시 합칠 수 있었던 건 서로의 결핍과 모순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사람과 연애했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람의 부족함을 나는 감싸줄 수 있다는 인식이 재결합에 한 몫 했을거다. 견고한 연애 중인 (혹은 결혼생활 중인) 사람들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나는 관계의 무결점보단 상대의 결점을 포용하는 마음이 사랑의 충추라고 여긴다.

지난 연애사를 친구들에게 밝혔다가 ‘너 그런 것 까지 참았어?’라는 말을 적잖게 들었다. 그래 그들 입장에선 내가 호구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내가 지난 관계에 최선을 다했던 이유는 나 역시 결핍 덩어리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를 인내했던 만큼 그들도 나를 인내했다. 그래서 이별도 홀가분했다. ‘우리 사이 아무 문제 없었는데 왜 헤어졌지?’라는 명제가 내게 없었던 덕이다. 그보다는 아 결국 여기까지구나, 우리는 이 장벽을 넘어서지 못했구나 식의 현실인식이 앞섰다. 많은 이들이 나를 문학소녀, 이상주의자라 말하지만 난 관계에 있어선 철저히 현실주의자다.

영화 노트북 식의 지고지순한 사랑 서사 나도 좋아한다. 눈물 글썽거리며 본다. 하지만 관계 결벽증을 보란듯 비웃는 드라마나 영화의 여운이 더 짙었다. 관계의 예측가능성보단 불확실성이 더 큰 기대와 재미를 불러일으키니까. 오랜만에 연애시대류의 드라마가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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