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와 의미가 함께한 사찰의 지붕에 대해 배워보자
지난번 속리산 법주사에 갔을 때, 팔상전의 지붕 모양이 좀 낯설었다. 그동안 사찰을 다니면서 봐왔던 지붕과는 조금 달라 보이고 어딘가 중국의 옛 건축물 같은 느낌도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Trip 5. 속리산 법주사편 참조 https://brunch.co.kr/@handsup/11).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보니 같은 사찰 안에 있어도 전각의 지붕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이제 지붕공부를 시작해 보자!
전각의 지붕 모양은 크게 맞배지붕과 팔작지붕으로 나뉜다(이는 결국 한옥의 양식과 같은 것이라 한옥의 지붕 모양도 같은 기준에서 볼 수 있다).
○맞배지붕
맞배지붕은 옆에서 보면 두 사람이 배를 맞댄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옆에서 보면 지붕이 사람인(人) 자나 삼각형으로 보이게 되고 앞에서 보면 직사각형, 보통은 아래에서 보게 되니까 사다리꼴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이다.
정말이다. 앞에서 보면 사다리꼴, 옆에서 보면 사람인(人) 자다.
○팔작지붕
맞배지붕이 발전된 형태가 팔작지붕이다. 파에서 보면 여덟 팔(八) 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 것 같다(아마 맞을 듯). 맞배지붕의 양옆으로 처마를 길게 낸 형태인데 확실히 맞배지붕보다는 복잡해 보이고 그래서인지 더 아름답다.
팔작지붕이 처음부터 더 아름다운 건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보다. 자현스님의 『사찰의 비밀』에 따르면, 맞배지붕의 측면이 빗물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측면에 처마를 한 번 더 뽑아낸 형태가 바로 팔작지붕이라고 한다. 빗물 문제와 미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는 것. 건축에서도 훨씬 복잡하고 미적으로도 더 우수해서 주로 고급 건물에 활용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시대가 지날수록 더 아름답고 정교한 팔작지붕만을 선호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역시 자현스님에 따르면 맞배지붕은 건물에 권위와 위엄을 부여해서 조선시대 유교의 향교나 서원은 맞배지붕으로 많이 지어졌다고 한다.
팔작지붕의 대표적인 사례는 여수 흥국사 대웅전이다.
이번에도 역시 앞에서 봤을 때의 정확한 여덟 팔(八) 자에 놀랄 수밖에 없다. 측면에서 봤을 때도 빗물이 어디로 흐를지가 보여 또 한 번 깜짝 놀라고 말았다.
○ 우진각지붕
우진각은 네 모퉁이가 모두 각이 졌다는 뜻이라고 한다. 건물 네 귀퉁이에서 지붕이 대각선으로 내려오고, 그 네 면이 위에서 한 꼭짓점(동마루)에 모여 붙는 형태를 말한다. 언뜻 보면 팔작지붕과 비슷해 보이는데 팔작지붕이 전후를 중심으로 좌우를 한 번 더 벌린 것이라면 우진각지붕은 전후좌우가 모두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인다. 그래서 우진각지붕은 숭례문처럼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시설물에 쓰였고 사찰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사찰에서는 해인사 장경판전과 같은 특수한 전각에서 쓰였다고 한다. 장경판전은 그 유명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말하자면 창고 건물이다. 정면 15칸, 측면 2칸의 우진각지붕 건물이다. 같은 양식과 규모의 두 건물이 남북으로 나란히 있다. 해인사 경내에는 많은 법당이 있으나 대부분 근세에 건립된 것이고 이 장경판고만이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확실히 각이 딱 떨어지는 해인사 장경판전 지붕 모습이다. 우측 작은 전각의 팔작지붕과 대비된다.
○사모지붕
마지막으로 사모지붕이다. 전후좌우가 같은 정방형의 사각형으로 네 모퉁이가 꼭대기에서 하나로 만난다. 그래서 정상에는 장식이 올라가게 되고 그런 특성상 목탑에서 많이 쓰이게 된다고 한다. 법주사 팔상전의 사모지붕에서부터 궁금증이 시작되어 사찰의 지붕들을 살펴본 것인데 바로 그 목탑의 지붕이 이 설명과 딱 맞아떨어진다. 동네 공원이나 약수터에 많은 정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정자에서는 팔각지붕을 많이 쓰기도 하는데 구조는 결국 같은 것.
팔상전 우측의 종각은 팔작지붕, 앞쪽의 천왕문은 맞배지붕이어서 그 차이가 한 번에 보여서 좋다.
사찰의 지붕에 대해 알고 나니 지나다니면서 지붕만 보인다. 요즘에는 한옥의 양식을 차용한 현대식 건물들이 종종 눈에 띄어서, “어? 저 고깃집은 팔각지붕 양식으로 지붕을 표현해서 고기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맛을 표현했군!” “저 건물은 옥상만 맞배지붕으로 만들어서 올곧고 강직한 건물주의 성품을 표현한 것 같아.” 하며 알은 체를 하고 다닌다.
불교에서는 내가 과거에 쌓은 경험과 관심, 즉 업(業)이 깊은 무의식의 창고(아뢰야식)에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의 마음작용(식識)은 그 저장된 업의 영향으로 세상을 선택적으로 본다는데, 요즘 김벼룩은 지붕으로 업을 쌓는 중이다.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