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사찰의 문(門)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세 개의 문(門)에 대해 알아보자

by 김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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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찾아가 보면 보통 3개의 문을 만난다. 일주문, 천왕문, 그리고 해탈문.

어떤 해설자들은 일주문→천왕문→해탈문 순으로 세운다고 설명하고, 또 다른 이는 일주문→금강문→천왕문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책에서는 일주문→천왕문→불이문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불이(不二)는 곧 해탈을 의미해서 첫 번째 해석과 다르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 금강문이 해탈문을 대체하여 이번 글에서는 일주문, 천왕문, 해탈문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일주문.

사찰의 경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문이 일주문인 것은 웬만한 절 방문객들은 아는 듯하다. 주차장에 내려서 걸어가다 보면 좌우 담장 없이 문 하나만 우뚝 솟아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일주문이다. 일주문(一株門)은 한 줄의 기둥이란 뜻이다(기둥 하나로 해석하면 일주문을 그려보는데 상당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 기둥 2개를 일렬로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올려 일주문을 만든다.

보통 일주문에는 이곳이 어느 산 어느 절인지 말해 주는 현판이 걸려 있다. 템플 트립에서 다녀온 부석사는 ‘태백산부석사’, 선암사는 ‘조계산선암사’라는 현판을 걸었다. 특이하게 법주사는 ‘호서제일가람(戶西第一伽藍)’이라는 자부심 넘치는 현판으로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또 조계산 선암사는 담장 없이 문만 있는 보통의 일주문과는 달리 문 양옆으로 담이 이어져 있기도 했다. 보통 기본적인 양식을 따르지만 조금씩 사찰의 특색이나 건축 당시의 상황을 반영한 특별한 일주문들도 있는 것 같다.

태백산부석사 일주문은 전형적이다
부석사 일주문에는 '호서제일가람'이라고 쓰여 있다. 자신감 뿜뿜!
조계산선암사가 세로 세줄로 쓰여 있고 문 옆으로 담장이 둘러져 있다.

자료를 찾다 보니 부산 금정산 범어사의 일주문은 3칸짜리여서 현판도 세 개가 달려있다고 하고, 구례 지리산 화엄사의 일주문은 화려한 팔작지붕에 문짝까지 달려있다고 하니 다음번 트립에서 빼놓지 않고 찾아봐야겠다.


두 번째로 만날 문은 천왕문이다. 천왕문은 그림 또는 조각으로 조성한 사천왕을 봉안한 문이다. 사천왕은 천상계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는 사천왕천의 동서남북 네 지역을 관장하는 신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천왕의 역할을 한다. 사찰로 들어서는 3문 중 일주문 다음에 위치하여 절을 외호하는 동시에 출입하는 이로 하여금 절이 청정 도량임을 인식하게 한다.

불거져 나온 부릅뜬 눈, 잔뜩 추켜올린 검은 눈썹, 크게 벌어진 빨간 입 등 두려움을 주는 얼굴에 손에는 큼직한 칼 등을 들고, 발로는 마귀를 밟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때 발 밑에 깔린 마귀들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신음하는 상을 하고 있다. 3~4미터의 큰 체구에 이 같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순례객들을 압도한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해진다. 사천왕을 보면 정말 겁이 나는가. 수많은 사천왕을 직관한 김벼룩은 사실 별로 무섭지가 않았다. 자세히 보면 장난으로 어린아이를 겁주려 눈을 부라리는 따뜻한 어른 같다. 과장된 표정을 지어서 오히려 익살스럽게 보인다. 사실 이것이 사천왕의 매력이다. 험상궂음 속에 자비로움마저 느껴진다. 절 입구에서 부처님의 세계를 지키는 호탕한 기운을 내뿜는 것이 사천왕의 진짜 임무이지 않을까 싶다.


양산통도사의 사천왕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동방지국천왕, 서방광목천왕, 남방증장천왕, 북방다문천왕)ⓒ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마지막은 해탈문이다. 절을 오래 다닌 불자가 아닌 일반 참배객들은 그동안 절에 다니며 일주문이나 금강문 또는 천왕문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해탈문은 봤나 못 봤나 헷갈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탈문은 대웅전 등 주요한 전각으로 바로 진입하는 길이기 때문에 비밀의 문처럼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대표적인 것이 여수의 향일암이었다. 문은커녕 지나갈 수도 없겠다 싶은 비좁은 바위틈이 해탈문이었다.


영주 부석사는 또 어땠는가? 부석사의 주불전(主佛殿)인 무량수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누각 건물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 아래서는 안양문(安養門), 위에서는 안양루(安養樓)라고 적혀 있는데 이 안양문이 바로 부석사의 해탈문이다. 건물 아래의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오르면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조금 위축된다. 이는 곧 만나게 될 부처님 앞에서는 까불지 말고 차분해지라는 뜻인 것 같다. 자현 스님의 책『사찰의 비밀』에 따르면 이렇게 누각 아래로 진입하는 방식을 누하진입(樓下進入)이라고 하는데, 어두운 누각 아래에서 보면 대웅전의 밝은 영역이 광명의 신성함으로 다가와 어둠 속의 밝은 빛, 어둠을 떨쳐내는 부처님의 미소를 의미한다고 한다. 옛 스님과 불자들도 꽤나 극적인 연출을 즐기셨던 모양이다.

부석사 안양문. 뒤로 보이는 것이 무량수전이다. 올라오면 압도적 풍광의 안양루가 있다.


또 다른 해탈문의 방식은 누각의 옆으로 들어가게 하는 방식으로 우각진입(隅角進入)이라고 하는데 이때의 우각은 모퉁이나 구석을 말한다. 즉 누각 옆으로 돌아들어간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우각진입 방식의 해탈문이 구례 화엄사의 보제루인데, 누각 아래쪽이 막혀있어 옆으로 돌아가야 한다.

ⓒ 국가유산청

왜 굳이 이렇게 대웅전의 정면을 막아서면서 돌아들어가게 만들었냐고 불만을 품는다면 자현 스님의 『사찰의 비밀』의 한 구절을 보자.

"대문을 열어 놓았는데 집안이 훤히 보인다면, 이건 좀 가벼워 보이며 운치가 없다. (중략) 이는 어른의 중앙 전면을 피하는 동아시아 문화와도 연관되는데, 측면으로 접근하면 대웅전의 날렵한 처마 곡선을 볼 수 있어 참배객은 자신도 모르게 한국적인 선의 미학에 흠뻑 취하게 된다."

대웅전의 날렵한 처마까지 캐치해 낼 눈썰미가 있는지는 논외로 해도(김벼룩은 없는 것 같습니다요......) 너무 대놓고 보는 것보다는 조금 숨겨진 듯 보는 게 신비감을 더하기는 하는 것 같다. 다음에 돌아들어갈 때는 불평대신 불심을 가져보기로 한다.


이번 번외 편에서 사찰에 진입할 때 만나는 세 가지 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아보았다. 다음 템플 트립 때는 세 개의 문이 다 있는지, 중간에 금강문이 끼어 있는지, 해탈문은 어떤 모양인지도 좀 살피며 다녀야겠다.


★★번외 편의 번외 편: 불교의 세계관★★

케데헌은 혼문의 세계관을 갖고 어벤저스도 마블 세계관을 갖는데 부처님의 깊은 뜻을 담은 세계관이 없을 리 없다. 세계관 가운데 우주의 탄생과 그 이유, 어떻게 생겨났으며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생각을 우주론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의 우주론은 수미산(須彌山)이라는 상상의 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올림포스산 같은 개념이다.

사찰은 전체적으로 수미산 구조로 지어진다고 한다. 이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일주문, 천왕문, 해탈문의 삼문(三門) 구조인 것이다. 일주문이라는 수미산 영역부터 성역의 상징성이 부여되고 더 높이 올라갈수록 신성함이 강해진다. 수미산 중턱의 사왕천을 상징하는 천왕문, 그리고 수미산 정상의 입구를 나타내는 것이 해탈문이다. 불교의 수미산은 부처님들이 거처하는 성스러운 영역이므로 상서롭지 못한 것들이 바로 들어오지 못하게 세 번의 관문을 통과하게 하는 것이다. 이왕 여기까지 본 김에 수미산 우주론 전체를 살펴보면 좋겠으나 그 방대한 작업은 다음 기회로~

세계 유일의 불교계 세계지도 남섬부주만국장과지도(출처 미의회도서관) 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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