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푹 잠든 날

by 글씨 이야기

안녕하세요, 하루 잘 보내셨나요? 네 번째 글씨입니다.


오늘은 아침에 어머니와 함께 작은 배추 세 포기로 김치를 담갔습니다. 배추를 절이고 버무렸던 큰 대야를 씻고 주변 정리까지 마치니 어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손에 묻은 고춧가루만 겨우 떼어내고 허둥지둥 집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걸음은 느릿느릿 어슬렁 어슬렁 동네 카페에 갔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늘은 콜드브루, 특별히 기운 없는 날이니까요.


맞은편 한 분이 동그란 작은 테이블에 푹 숙이고 있습니다. 자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 아니네요. 뒤척이지도 않고 일어나는 것을 보니 잠든 것은 아닌 것 같고, 무척 피곤한데 잠은 못 자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저도 회사 다닐 때는 카페서 자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런 자세로, 카페에서, 잘 자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딱 한 번, 딱 한 번 제대로 푹 잔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그러고 보니 이맘때네요.


회사 다닐 때였습니다. 토요일, 부서별 행사였어요. 간단한 산보를 마치고 고깃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저는 술을 정말 못 마십니다. 알레르기 수준이에요. 그래도 이런 날은 안 마실 수 없으니 고기 먹으며 조금씩 마십니다. 그러다 여느 날처럼 취해버렸죠. 그럼 저는 자야 합니다. 저녁에 회식할 때는 일찌감치 먹고 구석에 누워 자고 있으면 툭툭, 이제 집에 가자며 깨웁니다.


그런데 그날은 그러지 못했어요. 오후 3시 정도에 행사는 끝났습니다. 술자리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모여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슬슬 사라집니다. 토라도 하면 좀 나아지려나. 정말 속 불편하고, 머리는 어지럽고 무겁고 아프고, 으악. 휘청까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분명 사람들은 저를 휘청거리는 취객으로 봤을 겁니다.


괜찮은 척 인사를 하고, 그곳을 벗어납니다. 그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만큼 떨어진 후, 편의점에 들어가 기억도 안 나는 음료수를 하나 계산하고 나와 연석에 앉았습니다. 담배를 하나 물고 음료수로 겨우 가글만 했습니다. 안 넘어가더라고요. 아, 오늘은 정말 제대로 취했구나. 어쩌면 체했구나.


동그란 쇠망치가 된 듯한 발로 무겁게 뒤뚱거리다 큰 카페가 보였습니다. 고민 없이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습니다. 음료를 받아 작고 동그란 테이블 위에 손을 올리고 머리를 파묻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퍼뜩 놀라듯 움찔했습니다. 고개를 들자, 들어올 때의 풍경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뭔가 무척 달랐습니다. 해가 꽤 기울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대충 두 시간 정도 지난 것 같더라고요.


정말 잘 잤습니다. 두통의 흔적은 차분하게, 연하게 남아있고, 입 안에선 술냄새가 진하게 나더라고요. 술 마신 사람들에게서 나는 다음날 아침의 그 냄새. 아, 진짜 싫어. 식은 아메리카노가 있었습니다. 아이스를 시킬 정신도 없었나 봅니다. 그리고 갈증. 잘 식은 커피를 한 모금에 다 마셨습니다. 이야… 정말 마시는 순간순간 갈증만 더 나는…


얼른 과일 주스 하나를 주문하고 나의 잠자리였던 작고 동그란 테이블로 돌아와 크게 한 모금 마셨습니다. 시원하고 달콤했어요. 조금 살아납니다. 꿀꺽꿀꺽이 아니라 주욱주욱 들어가듯 마셨습니다. 캬, 극적으로 살아납니다. 밖으로 잠시 나가 담배를 피우는데 확실히 이제는 덜 휘청거리는 듯 합니다.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어푸어푸, 두툼한 종이 핸드 타월을 구비해둔 그곳, 지금도 가끔 갑니다. 상당히 고마웠어요, 그날. 얼굴을 닦고, 한숨 한 번 쉬고, 남은 음료를 다 마시고, 지갑과 핸드폰과 안경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고, 담배를 피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짧았던 숙취가 내 마음 같아 충분히 되뇌며 느릿느릿 어슬렁 어슬렁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잠, 잘 주무시나요?

오늘은 특별히 푹 주무시기 바랍니다. 일어나면 상쾌하시길.

진심입니다.



제 글을 필사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6duKvTDT7iw


작가의 이전글003. 글씨 쓰며 사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