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없는 작은 끄적임
나만의 색을 찾으려고
이 색 저 색 밟아보았지만,
너무 어두워보이면
인상이 안 좋아 보일까 봐
걱정이었고
너무 밝아 보이면
바보 같아 보일까 봐
걱정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그냥 제자리에 우뚝 서있던 나를,
발견한 그날.
나는 우울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아도
아무리 가슴 터질 듯이 운동을 해보아도
아무리 하고픈 것을 해보아도
나는 우울했다.
즐거운 모임에 참여했지만,
나는 우울했다.
분위기 망치는 사람이라고
말 많아질까 봐,
내가 말을 더 많이 하니
인상이 참 좋다,
인상이 참 밝다,
그저 즐겁고 행복한 사람처럼
보이는 수밖에.
네 인생 네 마음대로 살아라!
표어로 달고 싶지만,
세상이 너무나도 무섭고 두려운 나머지,
네 인생 최대한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라.
나는 휴식이 필요할 뿐이었는데,
우울도 같이 휴식을 취하자고 찾아왔다.
그렇게 나의 작은 우울은
하나의 휴식이 되어버렸다.
나는 나만의 휴식을 위해,
사람들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아졌다.
나의 우울을 위해
사람들을 지나쳐 가듯이,
사람들도 자신만의 우울을 위해
나를 지나쳐 갔다.
사람들은 나의 우울을 지나쳐 갔고,
나도 사람들의 우울을 지나쳐 갔다.
2018.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