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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 Seoy Oct 23. 2021

[ 8-3 ] 그리고 다시 걷다

재활병동에서의 생활-설연휴

-두번째 노트기록-


설연휴도 병원에서.



2/11목요일

새로 들어온 재활병원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3일간의 설연휴를 맞게 되었다. 재활병원에 들어온지 2주만이었다. 3일씩이나 운동을 쉬게 되니 불안했다. 오늘은 설연휴 첫날 목요일이다.


어떤날은 오전운동만으로도 마치 하루일과를 다 끝낸 것처럼 지친 기분이 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세끼밥 잘 먹고 또 잠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쁘게 시간을 보낸 덕분인지, 혼자 휠체어를 타고 병실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칫솔질도 하고 볼 일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몇달간이나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나로서는 대단한 발전이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썰렁한 병원본관 3층 식당가. 설 연휴임을 느끼게 하는 썰렁함이다. 낮에는 친구와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했다. 친구는 많이 놀랐고 그동안 왜 연락이 없었는지 궁금했었다고 했다.


어제 오늘 오른 발목이 시큰한 듯 욱씬거리는 듯 애매한 통증이 있어서 준중환자실에서 자주 했던 것처럼 압박붕대로 감았다. 하필이면 최근의 활발했던 운동 때문인지  긍정적인 신호 같긴 한데 두발과 두 다리의 근육들이 운동 자극을 기다리는 느낌으로 욱신거림 + 군데군데 찌릿찌릿 + 파직파직하고 사라지는 통증들이 일어났다.


겉보기에 멀쩡한 다리였지만 근육 속에서 천둥이 우르릉 치고 번개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설연휴 둘째날



재활치료가 끝나고 담당치료사들과 설 인사를 제대로 주고 받을 여유는 없었다. 치료실은 평소와 다르게 운영되어서 모두가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이것저것 여러 치료들을 했는데 오늘은 학원 보충수업처럼 가장 기본적인 운동치료 하나만 받게 하고 곧바로 퇴장시켰다. 치료실은 오전시간만 열기로 되어서 한꺼번에 몰린 환자들로 붐볐다. 밖으로 나와보니 치료실 입구에는 환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2/13토요일






A병원소식-코로나 확진자 발생



A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들이 37명이나 나왔다. 그곳에서 알고 지냈던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그곳 n층의 같은 방을 쓰던 사람들도 걱정됐다. 혹시 몰라서 여사님한테도 안부문자를 했는데 돌아온 답에 오타가 너무 많았다.


마비가 한꺼번에 풀리려는지 요동치는 양 발, 특히 오른발은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가 사라지더니 다시 나타났다. 엄지 발가락, 나머지 네 발가락의 등, 뒷꿈치 안쪽…근육이 강제로 잠들었다가 점점 깨어나는 느낌이 이렇구나 하고 아픔을 견디는 중이다. 중추신경계 약 Lyrica를 안 먹었음 더 아팠겠다….식사시간 중간중간에 본관으로 나와서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한 걸음당 3-5cm씩 발의 보폭을 옮겨봤다. 20m정도의 거리를 왕복하고 나니 두 발이 얼얼하다. 오른 발목은 시큰하고 강한 찌릿함이 안쪽에 있다. 두 손으로 감싸고 문지르며 당장 거슬리는 통증을 매만졌다. 그러면 손바닥의 부드러움 때문에 미약하지만 통증이 완화됐다.




연휴라서 구내식당이 한산한 틈을 이용해서 식당에서 밥먹기에 도전. ---환자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우선 환자복을 벗고 일반옷으로 갈아입고 환자가 아닌척 식당에 들어간다. 그리고 식당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휠체어를 얌전히 치운다.

떡볶이, 순대, 식혜를 주문. 무사히 식사를 마치고 유유히 식당을 빠져나올 때의 성취감이란!

이게 도대체 몇달만인가.

그뿐인가. 화장실도 혼자 간다.

휠체어에서 변기로 옮겨 앉을 수 있어서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해결. 한 술 더 떠서 두 발로 몸무게를 지탱해 서서 손을 여유롭게 씻었다.


설 연휴동안 운동을 쉬다보니 괜히 더 아프고 피곤한 기분이 든다. 몸이 많이 무거웠고 마비 풀림 속도가 갑자기 빨라져서 군데군데 통증이 왔다. 발 통증, 배 운동 후 쑤시는 듯 한 통증. 컨디션은 대체로 무기력, 찌뿌둥 하다.


얼굴 마비는 10%정도 아직 남았다. 입을 꼭 다물었을 때 입모양이 비대칭이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했다. 무엇보다 양치질을 할 때 물이 많이 뿜어나오기도 했다. 허벅지 감각은 여전히 둔한 느낌이 남아있다.





 



2/14일요일



내 몸의 오른쪽이 전체적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중이다. 걷기를 조금만 길게 해도 금새 졸음이 쏟아진다. 그리고 두 손은 휠체어 손잡이를 얼마나 꽉 잡았는지 벌겋게 됐다. 오른 다리는 약간 둔하고 무거운 느낌, 발목은 (다리에서 가장 마비가 풀리지 않았다.) 아직 얼마나 힘을 써야 할지 어떤 구체적인 감각 같은 반응이 없다. (신호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냥 어딘가에 부딪히면 둔탁한 진동만 알아차리는 정도다. 마비가 다 풀릴 때까지 계속 그럴 것 같다.



(다음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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