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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 Seoy Oct 23. 2021

[ 8-2 ] 그리고 다시 걷다

재활병동에서의 생활-발목이 걱정이다

2/6토요일

**내가 준중환자실에 있었을때 담당의한테 질문을 하나 했다. 그런데 내 질문은 기억이 잘 안나고 답변만 선명하다. 아무튼 내 병에 대해서 들은 말인데 그 당시 내 상태는 3가지가 근육으로부터 손실되었다고 한다. 자율신경, 힘 그리고 감각. 제일 먼저 회복이 된 건 자율신경이다. 이건 신기하게도 근육에 힘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다. 말하자면 우주 공간을 떠도는 우주선 속 우주인이 떠다니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어깨의 자율신경이 돌아올 땐 힘이 생긴 줄로만 알았는데,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힘까지 생긴 건 아니었다. 팔과 손을 천천히 높게 들어올렸을때 둥둥 뜨는 느낌으로 움직여지는 것이 정말 이상했다. 



1.엄마가 내 발목 모양만 보면 심란하다고. 발목이 (위로) 꺾어지지도 못하고 앞으로 쭉 늘어져 있는게 그대로 굳어버릴 까봐 걱정했다. 재활시간에 배운 그대로 엄지부터 새끼 발가락 각각에 힘을 넣고 위로 치켜 세우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답답하면 직접 손으로 세우기도 한다. 발가락은 힘 없이 펴진다. 스스로 발가락을 쥐었다 펴도 겉보기에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8월요일

오늘부터 평소에 먹던 약을 다른 약으로 바꿨다. 간호사에게 대변을 너무 자주 보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해서 이루어진 조치였다. 그래서 마그네슘(유나이티드)을 비오플이라는 가루 유산균으로 교체해줬다. 

병원 가까이에 평소 좋아하던 빵집이 있다는 걸 알고 찾아가 봤더니 안타깝게도 휠체어로는 입장할 수 없었다. 실망한 뒤에는 더 힘든 길이 엄마랑 내 앞으로 이어졌다. 암 병원에서 어린이 병원을 향해 오르막 길을 지나야 재활병원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데… 그 가파른 길을 엄마 혼자서 나랑 휠체어 무게를 전부 감당하면서 밀어 올렸다. 마음같아서는 내가 벌떡 일어나고 싶었다. 병원에서 탔을 때만해도 휠체어가 튼튼한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병원바닥이 평평하고 매끄러워서 그런 것이었다. 아스팔트 길 위에서는 가냘프고 빈약해서 당장 부서질 것같이 삐걱거렸다. 어찌나 불안하던지. 나는 엄마가 다칠까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휠체어 대여한건데 큰일이다!) 어렵게 재활병원으로 도착하자마자 다음 수치료를 받으러 갈 준비를 했다. 침대난간에 널어놓은 내 수영복, 타월 등 준비물들을 가방에 챙겨넣기 시작했다.





아래 그림은 담당의도 반한 무드등. 새로 구매했다. 눈이 부신 병원조명보다 부드럽고 은은하다. 잠들기 전에는 간접조명으로 사용하기 딱 좋다. 내 자리에는 병원조명이 3가지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다 눈이 부시고 손에 스위치가 잘 닿지 않아 사용하기가 불편했다. 무엇보다 양 옆자리의 사람들이 잠들었을때도 마음놓고 무드등을 켜둘 수 있었다.




***지금은 벌써 저녁시간이 지난 밤. 수치료 뒤에 이은 모든 운동들을 임무완수했다.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낙상, 컨디션 난조 등의 위험을 피했다.)

물리치료에서 종아리 근육이 짧아지고 굳은 것 때문에 다시 숙제 강조함. (많이 서있기와 같은 것들이 숙제였다.)

치료 중간에는 회진 있었음. 어깨 넓이로 두 발 벌려 서서 20초 이상 기립.


****통증치료 점심 후 전기치료 - 지난주보다 치료실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치료사들이 숨막히게 바빠보여서 전기치료 장치를 뗄 때 내가 셀프로 떼었다. 치료사가 고맙고 미안해 하길래 괜찮다고 했다. 평소에도 친절했기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작업치료 중 수다떨기

물리치료사에게 이번 설에는 뭐하냐고 물었더니 울산 본가로 가서 강아지를 만난다고. 그래서 나한테는 목요일 하루만 다른 치료사를 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아지 얘기가 끝나니 익선동 맛집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또 치료사는 넷플릭스에서 영화 승리호를 봤는데 스토리는 뻔했는데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로봇치료


*******갈릴레오

담당 치료사를 똘똘이 스머프라고 불러왔는데 오늘은 촐랑이 스머프라고 불러야겠다. 갈리레오 구조상 발이 꽉 낀 상태에서 기계 바깥으로 두 발을 붙이고 부드럽게 빼야 하는데 이 환자 저 환자들을 관여하느라 다른데 에 정신이 팔렸는지 내 열 발가락들이 땀띠 때문에 기계판 바닥에 들러붙은 걸 모르고 그대로 확 기계 밖으로 내 두 다리를 세게 꺼내는 것이 아닌가? 당장 아픈 것 보다 그 동안 좋은 인상을 주던 이가 급작스러운 돌변(?), 돌발행동을 보이고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아서 문제였다. 순간 어이가 없어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너무 아파서 아야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의연하게 “아니 왜 이렇게 성급하게 구세요. 서두르지 마세요! 하하하!!” 라고 웃었지만 속에서는 불이 났다.



1.하루치 약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점심약은 아예 없고 저녁약은 하나가 빠져서 약 1정, 유산균 가루 1포만 먹는다. 

2.오른발목이 또 말썽이다. 지금 곧 잠잘 준비를 하려는데 욱신거려서 압박붕대를 받아서 셀프로 3~4바퀴 정도 돌려 감았다. 밤새 발가락이 부어 오를 까봐 약간 걱정이 되긴 했다. (때마침 간호사들의 인수인계 시간이었나보다. 붕대만 건네주고 서둘러 가버렸다.)

3.아빠가 우리에게 한과배달(?)을 하고 집에서 TV 저녁 뉴스를 보기 전 짬을 내서 나한테 전화했다. 나는 복잡한 일과를 간단히 요약해서 알렸다. 그렇게해도 아빠는 내가 조금이라도 뜸들이거나 더듬으면 다른 생각을 하니까 준비해서 말해야했다. 그냥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운동 열심히 잘하고 식욕도 좋다고 말했다. 



2/9화요일

오늘은 대변을 아침식사 전에 봤다. 대변을 예전보다 자주 누는 것 같다. 식사 후에도 또 봤다. 한번만 또 보면 며칠 전처럼 1일 3변이다. 아침메뉴는 엄마가 사온 크라상, 계란, 감, 사과였다. 병원A에서 새로운 결벽증이 생긴 같았다. 침대 위에 떨어진 내 머리카락이 눈에 너무 보인다.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치료도 있었다. 이름 하여 라파엘 치료. 손가락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치료다. 게임 종류는 다양하다. 날다람쥐가 하늘을 날으면서 도토리를 하나씩 먹는 게임도 있고 블록쌓기나 다트판 게임도 있다. 나는 열심히 점수를 쌓으려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데 중간에 담당의가 회진을 와서 씩 웃으며 "잘 좀 해!" 한 마디 던지고 갔다.


물리 치료 시간에 골반근육과 어깨를 치료받은 후 워커에 의지해서 걷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걸었던 거리 중 가장 길게 걸었다. 끝나자마자 바로 옆방에서 통증치료, ETS(?)를 받았다. 점심 후에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전기치료는 건너뛰고 n층 작업치료실로 갔다. 하루에 7-8가지의 운동을 매일 하다보니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났다. 



(다음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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