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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 Seoy Oct 22. 2021

[ 7-4 ] 다시 일어서다

신경과 일반병실에서 나갈 준비

1/21목요일



**드디어 전신 샤워를 했다. 휠체어에 앉아서 가운데로 모은 내 두 허벅지는 힘 없이 퍼져 있고 내 두 발은 발걸이에 걸쳐 있지만 감각이 없으니까 불안해서 거듭 내 눈으로 두 발의 위치를 확인해야 안심된다. (도움을 받더라도 안되는 부분이 결국은 생기기 때문이다.) 


***물 온도 조절한 후에 - 몸을 다 적시고 - (이빨 먼저 닦음) 머리 샴푸칠 - 전신 구석구석 비누칠 - 머리에 한 번 더 샴푸 – 이런 순서로 조심스럽게 목욕했다. 

(그리고 좀 많이 싸웠다.) (본인도 편마비가 있으면서 전신마비인 내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투정부릴 상황인데 오히려 간병인이 환자에게 투정 부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간병인에게 의지해야 하는 몸이라서 그냥 같이 투정 부리고 같이 짜증도 내면서 싸웠다. 다른 좋은 방법은 없었다. 


****여사님은 내 엉댕이도 깨끗하게 해주고 싶어서 좀만 들고 있으면 비누칠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팔 힘이 없고 하반신은 여전히 마비상태라 전혀 들 수 없었다. 그래서 여사님이 자꾸 짜증을 냈다.

"왜 이렇게 겁이 많아~ 다리 한 쪽만 들어보라니깐!"





1/22금요일



**내가 겪은 병은 너무 크게 나를 압도해버려서 나도 모르게 나만의 경험으로 끌어안게 되었다. 몸이 회복되어가면서 통증도 따라왔다. 가끔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들이었기 때문에 신기했다.


1.근육 빠진 다리가 너무 헬쓱해져서 놀랐다. 입원 두 달 간 다리에 털이 많이 자랐다. 

2.발이 힘없이 휘어 있으면 공중에 떠있는 닭발처럼 보였다. (걸을 때) 땅을 내딛는 발 모양과 너무 다르다. 

3.손에는 각질이 켜켜이 쌓인 것 같이 얼룩이 눈에 띄었다. 일반병동에 와서야 따뜻한 물에 불려서 때를 빼고 얼룩을 지웠다. 

4.중환자실에서 너무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있어서 눈썹이 이렇게 휘어버린걸까?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썹들이 변이 된 것처럼 직모, 곱슬 눈썹이 뒤섞였다. (내 눈썹은 전부 직모였다.)



호흡기 치료 (네블라이저 치료)

1.턱과 인중에 여드름이 나고 말았다. 

2.입안에 짭짤한 약 맛이 있었고 손이 능숙하지 않아서 떨어뜨림

3.상체 기울기에 따라 약물이 많이 들어가기도 그렇지 않기도. 나 같은 경우 그 당시 똑바로 앉아있기 어려웠다. 


채혈

4.동맥, 정맥 둘 중에 무엇인지 헷갈리는 주사를 맞았었다.


혈당 체크

”따끔~!”

번개 같은 속도로

1.기타 등등의 피 검사를 한다며 피를 자주 뽑아갔다. 

2.가래 묽게 해주는 약 (대략 2가지) 그리고 필요할 때 요청하면 진통제 등을 놓았다. 



1/24일요일


1.입으로 산소를 공급받고 밥과 물을 콧줄을 통해 먹었다. 호흡 중단 때 간호사들이 내 입에 풍선 같은 걸 꽂고 주무르던 장면이 짧은 영상처럼 기억난다. (꿈이었을까?)

2.호흡이 더 돌아올 때까지 산소공급을 해야 해서 아마 호흡이 중단된 날을 기점으로 17일 정도 지난 다음 목을 뚫고 삽관

3.위 기간동안 나는 폐렴 위험 때문에 물을 삼키지 못했다. 대신 물을 거즈에 묻혀서 빨아먹는 건 할 수 있었다. 입 뿐 아니라 목에 심한 갈증을 느꼈다. 거즈의 물이라도 먹고 싶었다. 


몸무게 재기

1.중환자실에서는 환자 몸무게를 침대로 재는 것 같다. 체위 변경 및 전신 닦기를 할 때마다. 준중환자실로 가던 날 침대도 바뀌어서 다른 방법으로 몸무게를 재게 되었다. 직접 환자의 몸을 매달아서 몸무게를 재는 신기한 기계를 체험했다. 일반 병실에서도 매주 월, 목요일마다 그 해먹을 닮은 장치에 내 몸을 달아 무게를 잰다.

 

2.재활이 끝나고 의사로부터 저림 통증을 줄여주는 약을 빼보겠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나도 자신은 없지만 줄여보겠다고 했다. 


3.재활로 바이크를 타면서 옆 환자의 여사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4.대화를 나누면서 운동을 하니 좋았다. 그래서 휠체어로 이동할 때 치료사와 농담도 했다. 

“환자분, 혼자서도 옮겨 탈 수 있어요?” 

“네, 그럼요, 한번 보실래요?” 

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치료사는 웃음을 터뜨리고 내 몸을 들어 내 자리로 옮겨주었다.




1/26화요일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나니 벌써 밤이 되었다. A병원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나를 살리고 예뻐해 준 사람들의 표정, 얼굴들이 떠오른다. 내일 내가 B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알리러 다닐 수가 없다. 휠체어로 옮겨 타는 문제도 있지만 코로나 감염위험 때문이다. 누군가가 문득 나의 소식을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이 전해지길 바란다. 




(다음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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