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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SI Jun 29. 2022

매트릭스 주인공은 왜 빨간약을 먹었을까?

선택의 기로에서 내리는 선택

※ 본고는 영화 ‘설국열차’, ‘매트릭스’, ‘트루먼쇼’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영화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한다. 혹시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 저런 선택을 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항상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상상하곤 하는데, 도저히 주인공이 이해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설국열차였다. 요나(고아성)가 아이와 함께 열차의 문을 열고 설국으로 나아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리고 극장을 나오는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 해피엔딩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내 딴에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선택이었다. 따뜻하고 안락한 열차를 두고 굳이 허허벌판의 설원으로 나가다니 너무 현실성 없는 결말이지 않는가? 누가봐도 얼어 죽을 게 뻔히 보이는데. ‘아이 둘이서 어떻게 문명을 이루고 살아간담?’ 내가 다 막막하더라.


 이해되지 않은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매트릭스’나 ‘트루먼 쇼’도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유는 비슷했다. 왜 거짓되지만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험난한 진실을 택했는가. 왜 네오는 빨간약을 먹었으며, 왜 트루먼은 험난한 파도를 건너 진실을 마주하고자 했는가.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영화 주인공은 으레 어렵지만 나아가는 길을 택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내가 주인공이었다면…이라는 상상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책에서 찾았다. 작법서계의 정석, ‘STORY’에서 로버트 맥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정한 성격은 인간이 어떤 압력에 직면해서 행하게 되는 선택을 통해 밝혀진다. 그 압력이 크면 클수록 성격은 더 깊숙이까지 드러나게 되며, 성격의 핵심적인 본성으로부터 행해지는 선택은 좀더 진실성을 띤다.
로버트 맥키,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57쪽.



 책을 읽으면 이 문장의 뜻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로버트 맥키는 말한다. 우리가 어떤 인물을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야.’라고 말해서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서 그가 정의로운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마찬가지로 어떤 인물을 선역인지 악역인지 판단하는 것도, 그의 외모나 언행이 아니라 갈등의 절정에서 그가 내린 선택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소설은 우리의 삶은 반영한다. 소설에 내재된 욕망은 곧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의 욕망을 비춘다. 위의 구절을 우리 삶에 적용한다면, 나라는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전성기가 아니라 암흑기라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 갈등을 어떻게 정의하고 다루며 풀어가는가- 그것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한다.





 왜 네오는 빨간 약을 먹었을까. 왜 트루먼은 진실을 두 눈으로 목도하려 했을까. 예정된 안락한 삶을 두고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위험한 삶을 선택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가수 박진영은 ‘선택은 그 자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한 후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어떠면 두 사람이 위와 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진실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설은 갈등의 미학이다. 잘 쓴 소설은 얼마나 갈등을 잘 풀어냈는가에 달려있다. 사람들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고난과 역경, 갈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나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타인의 갈등을 간접 경험하기 위함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선택의 기로에서 늘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한다. 어쩌면 그건 주인공의 욕망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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