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개
그녀는 집 근처 포차로 나를 데려갔다. 골목 끝에 걸린 붉은 네온사인이 빗방울에 젖어 번들거렸고, 천막 위로는 굵은 빗줄기가 두드리며 흘러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노릇하게 익어가는 부침개 냄새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좁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자리마다 기분 좋은 취기들이 올라와 있었고, 금속 그릇에 담긴 반찬들은 희미한 전등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우리 앞에는 막걸리 한 주전자와 김치부침개가 놓였다.그녀는 잔을 들기도 전에 젓가락을 들었다. 부침개의 가장자리부터 부서진 조각이 기름 위로 미끄러졌다.
“우리 아빠도 결혼식에 오실까?” 그녀가 막걸리 사발을 손에 들며 중얼거렸다.
나는 순간 손을 멈췄다.
“아까는 연락할 데 없다고 했잖아.”
그녀는 찢은 부침개 조각을 접시 옆에 흘리듯 놓으며 웃었다.
“내 말 잘못 들은 거 아냐? 아빠는… 음, 멀리 계셔. 근데 올지도 모르지.”
“멀리 계신다면서? 어디?”
“음… 부산? 아니, 대구였나.”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던지는 말투였지만, 젓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부침개는 금세 산산이 흩어졌고, 접시는 이미 형체를 잃어갔다.
나는 사발을 내려놓은 채 눈을 떼지 못했다.
“너, 혹시 아빠랑 연락하는 거야? 전에 같이 안 산다 하지 않았어?”
그녀는 대답 대신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켰다. 흰 술이 목을 타고 사라지는 동안 표정은 잠깐 생기를 잃었다. 이내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아빠 얘기는 그만하자.”
말을 마치자 그녀는 또다시 부침개를 찢었다. 접시는 이미 조각투성이였는데도, 그녀의 손은 멈출 줄 몰랐다.
잠시 후, 그녀가 불쑥 물었다.
“근데 자기는 나중에 아이 꼭 갖고 싶어?”
나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잠시 생각했다.
“있으면 좋겠지. 근데 서로 준비가 돼야 하는 거고.”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난 잘 모르겠어. 누군가를 낳아서 끝까지 책임지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아.”
“그래도 네가 부모님한테 받은 게 있으면, 그걸 이어주면 되지 않을까?”
내가 말하자, 그녀는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그게 문제야. 난 받은 게 뭔지 잘 모르거든.”
그녀는 곧바로 잔을 들어 웃으며 농담으로 덮어버렸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속 깊은 틈이 잠깐 드러난 듯했다.
천막 밖에서는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옆 테이블 아저씨들이 “비 오니까 막걸리가 꿀이네” 하며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웃음은 천막 안을 가득 메웠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자리만은 소리를 밀어내는 듯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괜히 휴지를 꺼내 그녀 쪽으로 밀어주었다. 그녀는 건성으로 받아들더니, 젖은 젓가락을 닦지도 않고 다시 부침개에 손을 뻗었다. 접시는 이미 처음의 모습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마치 우리 모습과 닮아있었다.
나는 사발을 들어 입에 댔지만, 입안이 잠깐 시원해졌다가 금세 아무 맛도 남지 않았다. 뭔지 모를 찝찝함이 목구멍에 걸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채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