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계절-6

기억

by 하늘

낮부터 내리던 비는 밤이 되어도 그칠 줄 몰랐고, 골목 가로등 불빛마저 빗방울에 삼켜져 번들거렸다. 나는 젖은 우산을 접어 현관 구석에 세워두었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더니, 그녀가 종이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봉지 안에서는 막 구운 듯한 고소하고 달큰한 향이 은근히 퍼졌다. 축축한 공기 덕분인지 그 냄새만은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이거 알아? 우리 아빠가 제일 좋아하던 빵이야.”

그녀는 봉지를 식탁 위에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나는 순간 멈칫했다.

“…아빠?”


“응. 밤식빵. 퇴근길마다 사 오셔서 늘 식탁에 있었어. 나한텐 이게 집 냄새 같은 거야.”


그녀는 식빵을 찢어 내 앞에 내밀었다.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나자 밤 알갱이가 반짝였다. 나는 무심코 받아들었지만, 포차에서 아빠 얘기를 얼버무리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멀리 있다 했잖아. 올지도 모른다 했잖아.”


“먹어봐. 밤이 아주 달아.”


그녀는 작은 조각을 베어 물며 아이처럼 웃었다. 빵가루가 입술에 묻자, 손가락으로 쓱 닦아내고 다시 찢어내는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웠다.


나는 조용히 한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 맛이 혀끝을 감돌았지만, 삼킨 게 내려가다 말고 어딘가에서 맴돌았다


잠시 후, 그녀가 흘리듯 말했다.

“맞다. 그 풍경 예쁜 카페 밤식빵도 맛있더라. 전에 내가 아빠랑 먹으려고 사간 적 있거든.”


나는 순간 손을 멈췄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빵을 다시 찢어 입에 넣었다. 부스러기는 접시 위에 계속 흩어졌다.


나는 억지로 빵을 삼키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게 추억일까, 거짓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진실일까.


방 안에는 밤식빵의 달콤한 향이 가득했지만, 그 향은 집 냄새가 아니라 낯선 냄새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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