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결혼식 준비는 겉보기엔 순조롭게 굴러갔다. 드레스샵 예약도 마쳤고, 웨딩 플래너와의 상담도 큰 문제 없이 끝났다. 그녀가 오래전부터 꿈꾸던 결혼사진은 한적한 바닷가에서 찍기로 했다. 바닷바람에 드레스 자락이 흩날리고, 수평선 위로 해가 천천히 지는 장면을 배경으로 남겨두고 싶다 했다.
“사람 많은 스튜디오보다, 그게 훨씬 우리답잖아.”
그녀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비용도, 일정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에 번진 기대감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해안선을 따라 걷는 사진,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사진, 소나무 숲 그늘 아래에서 머리를 기댄 사진까지, 마치 오랫동안 준비해온 듯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상상하며 설명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묘하게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청첩장을 고르러 작은 인쇄소에 갔을 때도 그녀는 확고했다.
“깔끔한 게 좋아. 장식은 필요 없어. 그냥 우리 이름만 분명히 적히면 돼.”
나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평소 디테일에 집착하던 그녀였는데, 정작 이런 자리에서는 단순함을 원한다니.
“왜 그렇게 단출하게 하고 싶어?” 내가 묻자, 그녀는 책장을 덮으며 대답했다.
“결혼식은 하루뿐이잖아. 결국 남는 건 둘뿐이야.”
담담한 말이었지만, 어쩐지 오래 혼잣말처럼 들렸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어딘가가 불편하게 쿡 찔렸다.
신혼집 얘기를 꺼낼 때도 분위기는 묘하게 흔들렸다. 나는 직장 근처 신축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고 있었다. 현실적이고 편리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래된 단독주택을 보러 가자고 했다.
“나는 조용한 게 좋아. 집 앞에 작은 마당이 있으면 좋겠어. 꽃을 심거나, 그냥 의자만 놓고 앉아 있어도 되고.”
“근데 관리가 힘들잖아. 벌레도 많을 거고.”
그녀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으로 눈을 돌려 한참을 내다봤다. 그 표정은, 무언가를 간절히 붙잡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더 묻지 못하고 화제를 돌렸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체크리스트를 펼쳤다. 하나씩 지워지는 항목들은 분명 우리를 앞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록은 얇아졌지만, 목록 바깥의 일들이 자꾸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