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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Sep 09. 2016

내 안의 목소리

Listen to your inner voice

지난 화요일에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TEDex에 참석했어요. 발표자 중 한명은 우리 회사의 디자이너 중 한명이었어요. 그녀는 가족들을 태우고 바닷가에 놀러가는 길에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고해요. 옆에 앉아 계셨던 할머니는 사고가 난지 세시간 후에 안전벨트가 가슴을 눌러서 돌아가셨고, 본인은 사고가 나고 2개월 후에나 그 소식을 들었을만큼 중상이었다고 합니다. 하반신의 뼈가 모두 부서졌고, 의사는 두번다시 걷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대요. 그렇지만 3kg의 티타늄을 다리에 박아 놓고, 2개월의 재활훈련 끝에 그녀는 간신히 부들부들 떨면서 걸을 정도로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생생히 기억해요. 저는 그때 정말 죽고 싶었어요. 차라리 사고가 났을 때 죽었어야 했다고 생각했어요."


몸의 고통도 심했고,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죄책감도 심했대요. 오랫동안 많이 절망했었지만, 어느날 그녀의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래요.


'이제 3살이 된 내 딸에게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처럼 다시 걷고 싶어. 사고가 없기 전 내 몸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


그래서 그녀는 의사한테 가서, "내 몸에 있는 이 티타늄을 다 제거해주세요."라고 요청했대요. 그리고 의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합니다. 왜냐면 그녀의 조각난 뼈들을 지탱해주는 것은 그 티타늄 구조물이었으니까요. 의사는 그녀를 위해 미국과 유럽의 다른 국가의 전문가들에게도 조언을 구했지만, 모두 그녀의 몸에서 티타늄을 제거 하는데에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녀의 의지는 확고했다고 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그 티타늄을 제거해야겠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사와 그녀는 위험을 무릎쓰고 티타늄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대요. 사람들은 그녀가 서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까 건드리기도 두려워했다고 해요.



그리고 몇년이 지난 지금, TedEX에서 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서서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Listen to your inner voice(당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했어요. 그리고 이어서 말했습니다.


내 안의 목소리는 마치 근육과 같아요.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퇴화하는 근육처럼, 여러분의 내면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는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될 거에요.



우리가 어릴 때 받는 교육은 슬프게도 계속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막아버리는 절제력을 훈련하는 것과 같아요.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것도 원하는 것도 많았지만, 하고싶은 것과 원하는 것은 해야할 것에 우선순위가 밀려버렸죠. 내 마음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계속 말했지만,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숙제를 해야 했거든요.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중학교 때 열심히 공부했어야 했고, 좋은 대학을 가려면 고등학교 때 잠 잘 시간도 아껴가며 공부해야했어요. 내 마음이 뭘 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죠. 그 원하는 건, 나중에 좋은 대학가면 다 해결 될 문제니까요. 그리고 대학에 오니 '일단 먹고 살려면 좋은 회사에 가야하지 않겠니? 일단 좋은 회사를 들어가고 경험을 쌓은 후에 나중에 하고 싶은 걸 해도 더 잘할 수 있어'로 바뀌게 되었죠. 결국 대부분의 성실한 사람들의 내면의 목소리는 아무리 외쳐봤자 들어진 적 없어서 더이상 소리를 낼 근육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되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지금에 와서 '너가 정말 하고 싶은걸 해!'라고 해봐야, 내면의 소리를 들어준 적 없는 우리에게 내 마음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것이죠.


제가 가장 처음으로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던 건, 대기업을 나와 무작정 싱가폴로 오기로 결정했을 때였어요. 모든 사람들이 직업을 결정할 때, '하고 싶은 걸 해'라고 조언을 해주었지만, 하고 싶은게 뭔지 몰랐던 저에게 단 하나 간절했던 목소리는 '나 외국 나가서 살고싶어'였어요. 그리고 이 목소리마저 듣지 않게 된다면, 저의 마음은 두 번 다시 저에게 말을 하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목소리를 따랐어요. 대책도 없었고, 전략도 작전도 없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걱정과 우려를 표하는 주변의 모든 소음에 귀를 닫고 제 마음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그때 제가 걱정했던 것들과 우려와 고민은 뭐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그만큼 걱정과 우려는 잡음에 불과했던 것이죠. 제 마음의 목소리를 듣고 행동에 옮긴 순간 고민과 잡음들은 사라졌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기에 우리 회사의 디자이너가 말했던 저게 무슨 얘기인지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마시멜로우 이야기라는 책 아세요? 정확한 얘기는 기억이 안나는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마시멜로우를 지금 먹으면 하나를 먹고, 내일 먹으면 두갠지 세갠지를 준다고 했대요. 그리고 몇십년 후 추적을 하니까, 당장 하나의 마시멜로우를 먹는다고 했던 애들보다, 내일 두갠지 세갠지 먹는다고 했던 애들이 더 사회적으로 성공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개떡같은...


저는 그 마시멜로우 지금 당장 먹어버리겠어요. 지금 그게 먹고 싶으면, 지금 먹어야해요. 내일 내가 배탈이 나서 두 갠지 세 갠지를 못먹게 될 수도 있고, 내일은 입맛이 영 아닐 수도 있고, 오늘 내가 지금 이만큼 원하는 것만큼 내일도 그걸 원하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지금 하나를 먹고, 연구실 밖을 나가서 아양방구를 떨어서 하나를 더 얻어 내든, 두개를 더 얻어내든 한 봉지를 얻어내든 우리는 얼마든지 정해진 Rule 밖에서 challenge를 할 수 있거든요. 저 빌어먹을 마시맬로우를 오늘 하나 대신 내일은 세개씩이나! 하는 정신이 행복을 항상 미래에 일로 미뤄오게 한거에요.


그러니까 '저는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지 말고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분명히 원하는 게 마음에 있어요. 다만 그게 현실적인 옵션이 아니라서 무시하고 있는 것 뿐이지. 아직 인생에 딸린 짐이 많이 없다면, 내면의 소리가 목소리를 잃어버리기 전에 한번만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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