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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Feb 10. 2022

슬기로운 퇴사 통보 방법

직장인의 프리랜서 도전기 14.

"제가 2월 말까지 근무하고 퇴사하려고 합니다."


드디어 퇴사 통보를 했다. 몇 개월 동안 목젖까지 차올라 있던 말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준 것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한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영영 타이밍이라는 기회가 오지 않거나, 다음 타이밍을 기다리는 시간이 몇 배는 더 소모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말을 전할 때에는 상대방의 상태 또한 고려해야 한다.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좋은 때를 살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업무가 바쁜 월요일 오전 9시, 그리고 어느 정도 업무가 마무리된 금요일 오후 중 어느 때 말을 하는 게 좋을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상대방 또한 금요일이라 기분이 좋을 것이고 말하는 나도 기분 좋은 날이기에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금요일보다는 화요일을 택했다.

민법 제660조 2항에 의하면, (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①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법 얘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퇴사 의사를 통보한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하면 상대방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즉, 통보일로부터 1개월 후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무단결근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퇴사 통보 시에는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론 증거를 사용할 만큼 번거로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2월은 12개월 중 가장 일수가 짧은 달이다. 금요일만 기다리다가 변수가 발생해 타이밍을 놓치면, 계획해둔 시기에 퇴사를 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마음먹은 김에 최대한 빨리 의사 표현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산이 남았다. 그것은 바로 퇴사 사유. 나는 요즘 시대에 퇴사 사유를 물어본다는 것이 매우 형식적이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퇴사하겠는가? 이 회사가 싫어서지 뭐. 물론 회사가 정말 좋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퇴사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그 정도의 애사심을 갖고 일하는 직장인보다 그렇지 않은 직장인이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참고 다니는 직장인이 반 이상 아닐까?


입사 때 자소설을 쓴다는 말처럼, 퇴사 때에도 퇴사 사유를 전하기 위해 굳이 소설을 써야 할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깔끔한 퇴사 사유를 밝혔다. 바로 개인 사정이다. 회사에 대한 불만을 말해봤자 득 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좁다. 다시는 안 볼 것 같아도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유종의미를 거두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아주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서로 선을 지키는 정도의 마무리면 충분하다.


하지만 나의 상사는 내 생각과 조금은 다른 사람인 듯했다. 개인 사정이라고 거듭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집요하게 그 사정이 무엇인지 물었다. 상부에 보고할 때 자신의 입장이 곤란하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나는 사생활의 영역이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내게 부리던 질척거림을 거두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쉬운 걸 왜 이렇게 오래 끌었는지 나조차 의아하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또 하나를 깨달았다. 회사는 사람이 좋아서 다니는 곳이 아니라는 걸. 돈 벌려고 다니는 곳이 회사이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돈이 모이지 않는 곳이거나, 개인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이라면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게 귀한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나는 모든 일이 그냥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도 또 하나를 배웠고, 그것을 통해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결핍을 통해서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증폭된 것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던데 당장은 비극 같아도 지나고 보면 희극처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일을 웃으며 말할 수는 없어도.) 그러니 힘들면 아까운 시간만 축내지 말고 그만 버티자. 매일이 힘들고 지금의 내가 마음에 안 든다면, 삶의 방식에 변화를 주라는 내면의 신호임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덧붙이자면, 이런 말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나조차도 불완전한 인생인 걸. 다만, 주말만을 기다리며 하루빨리 흐르길 바라던 평일 또한, 귀한 시간임을 하루빨리 깨닫길 바란다. 어떤 일을 하든 평일 또한 주말처럼 행복한 나날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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